브뤼셀을 미국으로 옮긴 마법사의 힘
이옥용 옮김/문학수첩
입력 : 2005.01.07 17:30 32'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로 전 세계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을 사로잡은 영국 출판사 블룸스베리가 성인을 위한 ‘해리포터’를 표방하면서 지난해 가을 야심적으로 내놓은 책이다. 작가 수잔나 클라크는 무려 10년 동안의 작업을 거쳐 탈고한 이 소설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성인용 판타지인 이 소설은 19세기 영국을 무대로 마법사들이 활약했다는 허구를 전개하면서, 당시 영국의 사회 풍속과 역사적 사건을 뒤섞어 이른바 사실과 허구의 결합인 ‘팩션(faction)’의 세계를 보여준다.
무명 작가의 데뷔작이지만,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단한 산문이다. 제인 오스틴처럼 꾸밈없이 재치 있고 박식한 데다가, 피츠제럴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사랑스럽고 경쾌하고 서정적인 말솜씨를 갖추고 있다.”(타임) “상상력이 풍부하고 도발적인 출판사의 마케팅으로 인해 마치 마술처럼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클라크의 소설은 그런 소란에 값한다고 나는 기꺼이 말한다.”(뉴욕 타임스)
이 소설이 펴보이는 판타지의 기본 골격은 이렇다. 중세까지 영국 마법사들은 기적을 행하면서 행세했지만 산업화 이후 마법사들의 존재는 잊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법의 부흥을 꾀하는 마법사들이 등장한 가운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 노렐과 스트레인지가 등장한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군대와 전쟁을 벌이는 영국을 위해 마법사들은 군대가 주둔한 도시(브뤼셀)를 통째로 미국 대륙으로 옮기기도 하고, 실제 역사에 개입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벌어진다. 이 소설의 묘미는 19세기 영국 사회를 반영한 환상을 읽으면서, 그 환상 속에 담긴 그 시대 사람들의 꿈과 유머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극히 영국적 소설인 데다가 분량도 만만치 않은 이 책을 집어들 한국의 성인 독자들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화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뉴 라인 시네마가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소설 ‘반지의 제왕’을 완독한 독자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