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하버드에 오다/ 하비 콕스 지음/ 오강남 옮김/ 문예출판사
21세기 우리에게 예수는 어떤 의미인가
탈무드에 따라 해답 찾도록 돕는 존재
배국원 침례신학대교수·종교철학
입력 : 2005.01.07 17:22 31' / 수정 : 2005.01.07 17:32 24'

아직도 하비 콕스<사진>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는 1965년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세속도시’란 저서를 발표하여 이른바 ‘세속신학’의 바람을 일으켰던 신학자이다. 그 공로로 하버드 신학대학 교수로 임명됐지만 그 이후 발표한 저서들은 더 이상 신학적으로 큰 충격을 주지 못하였다. 그 대신 하비 콕스는 하버드 대학에서 명강의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데, 특히 그의 ‘예수와 도덕적 사유’라는 강의는 하버드 대학에서 가장 유명한 과목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하비 콕스가 지난 20년간 무려 1만명이 넘는 하버드 젊은이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글이 ‘예수, 하버드에 오다’라는 산뜻한 제목을 가지고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출판되었다. 이 책은 신학에 별반 관심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즐거운 선물이 될 수 있는 책이다. 하비 콕스는 대단한 이야기꾼이어서 신학적 내용을 타종교인이나 무신론자에게도 손쉽게 전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화술이 유려한 번역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어 더욱 반갑다.


하비 콕스는 이 책에서 서기 1세기 예수의 삶이 21세기 우리에게 어떤 윤리적 의미를 지니는지를 고찰하는 ‘현재적 예수 탐구’를 시도한다. 어쩌면 이 책의 모태가 된 ‘예수와 도덕적 사유’라는 과목 이름이 그 내용을 더욱 정확하게 말해 줄지 모른다. 콕스는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청중에게 예수와 더불어 도덕적 가치판단을 시도하라고 권유한다. 문제의 핵심은 ‘도덕적 사유’(moral reasoning)라는 단어에 놓여 있다. 즉 예수와 함께 도덕적으로 ‘생각하기’(reasoning)를 시도하라는 것이다. 가령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등불이라”는 예수의 말과 마하트마 간디의 삶을 연결하면서 우리 시대에 ‘평화’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같이 생각해 보자고 권유한다.

이 책은 예수의 삶에 관한 26개의 단편적 이야기와 이에 대한 현대적 해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유주의 신학자인 하비 콕스의 예수에 대한 해석은 많은 경우 진보적이지만 가끔은 놀랄 만큼 보수적이기도 하다. 그는 예수가 ‘실패한 메시아’라는 유대교 학자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예수 부활의 중요성과 씨름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이다. 예수 시대와 동서고금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구수한 입담을 즐기다 보면 책장이 저절로 넘어간다. 동정녀 탄생과 대리모 난자 판매, 복음서 비유와 스님의 죽비, 변화산의 예수와 모하메드의 밤 여행 등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콕스 교수의 강의가 왜 하버드에서 그처럼 인기가 있었는지를 충분히 짐작하게 해 준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예수 그리스도 상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조선일보 DB사진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예수를 “전 역사를 통해 가장 위대한 이야기꾼이었다”라고 말하는 하비 콕스는 예수를 문자 그대로 ‘이야기꾼’으로 한정시키는 인상을 주고 있다. 500여 쪽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단편적 에피소드들의 나열일 뿐 일관된 통일성을 주고 있지 못하다. 재치 있는 발상과 반짝거리는 단어들로 구성된 26편의 콩트를 읽는 즐거움은 있지만 과연 예수가 누구인지, 그를 따라 도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마지막 장을 마칠 때까지도 분명하게 알기 힘들다.

그렇지만 하비 콕스 자신은 이러한 비판을 오히려 칭찬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가 생각하는 예수가 도덕적 문제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말해 주는 예수가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예수이기 때문이다. 콕스가 발견한 예수는 유대교 탈무드 정신에 따라 각자가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상상력 훈련을 강조하는 ‘랍비 예수’이다. 책 전편을 관통하고 있는 숨은 주제를 찾는다면 그것은 ‘예수의 랍비됨’이다. 이를 위해 콕스는 줄기차게 유대교 랍비들, 특히 신비주의인 하시디즘을 창시했던 바알 셈 토브와 예수를 의도적으로 대비시킨다. 콕스를 통해 하버드에 찾아왔던 예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 교회의 그리스도 예수가 아니라 유대교 전통의 랍비 예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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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01-0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이 오늘은 바쁘신 모양입니다.

행복한 주말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stella.K 2005-01-0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새 다녀가셨네요. 아뇨. 바쁜 건 아닌데, 니르바나님 알라딘 이벤트에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이 리스트라는 게 있네요. 당첨되면 10만원에 한에서 마이라스트에 담긴 책을 주다는군요. 그거 보느라 님 다녀가신지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