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숨은아이 > 어린이 역사책을 만들다 보면
어린이 역사책을 만들다 보면, 막막하게 느껴지는 게 있다. 고대국가의 형성 과정이란 게 대체로 이렇다(고 학자들이 말한다).
부족 연맹 단계(부족의 대표가 서로 돌아가며 연맹의 우두머리가 되는)
-> 철기 등장, 강력한 군장 출현
-> 왕권 강화(강력한 군장이 자신을 중심으로 연맹에 속한 부족들을 서열화, 권력이 자신에게 집중되도록 한다.
-> 주변부 침략
-> 고대국가 형성.
그러니깐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평등하고 민주적이었던 공동체가, 센 무기를 지닌 힘있는 집단에 의해 서열화, 계급화해서 그 결과 고대국가로 변신한다. 그런데 고대국가 단계로 진입해야 비로소 역사에 한몫하는, 큰소리치는 세력으로 인정된다. 고대국가라는 게 정복전쟁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된 것인데, 이렇게 스스로 국가를 형성하지 못한 공동체는 정복되거나 사라져버리고, 나라도 세우지 못한 열등한 종족이었던 양 취급된다. 환단고기류에 목매는 이들이, 고조선이 옛날옛적에는 북부 아시아 전역을 호령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고구려 백제 신라가 왕권을 세운 시기를 몇 백 년 앞으로 끌어올리는 데 혈안이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고대 세계의 질서를 지금의 우리 시각으로 이러니저러니 쉽게 말하는 건 잘못이다. 그렇지만 나라의 발전을 선한 것으로 이야기하고, 나라의 발전을 위해선 힘있는 왕이 필요했음을 드러내는 게 고대 역사다. 그럼 나라 발전을 위해선 독재가 좋은 것이냐, 하는 물음이 나온다. 이에 대해 아직 역사학자들은 답을 내놓지 못한 것 같다. 그냥 "당시 세계는 먹고 먹히는 관계였다. 따라서 고대국가를 세우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었고, 정복전쟁은 다양한 문화를 섭취하는 계기가 되어 결과적으로 문명 발전에 기여했다"는 정도로만 말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만드는 역사책이라 해도, 결국 민족사다 보니, 이렇게 고대국가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