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4-08-01 17:39]

“지구의 아름다움보다 상처를 생각했으면”

[조선일보 정재연 기자] 서울 강남 개발의 상징인 코엑스 앞 광장에서 ‘무차별 개발에 대해 반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하늘에서 본 지구’(9월27일까지)에는 헬기를 타고 세계 곳곳의 풍경을 기록하는 프랑스의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씨의 작품 120점이 등장한다.


세계 150개국에서 찍은 사진을 가로 180㎝·세로120㎝ 크기의 판넬에 선보인다. 야외에서 24시간 무료로 열리는 전시는 밤에 가보면 더욱 근사하다. 캐나다의 얼음 벌판, 몰디브의 산호섬, 케냐의 홍학 떼 등 절경을 담은 사진이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난다.

지구의 신비 못지않게 상처도 생생하다. 작가는 모로코의 어항 사진을 통해 어자원 감소를, 아르헨티나 발데스 반도 근해에서 찍은 고래 사진을 통해 동물의 멸종위기를 이야기 한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빈민촌, 마다가스카르의 메뚜기 떼, 텅빈 유령도시 체르노빌, 멕시코시티의 쓰레기장 등은 인간이 자초한 재앙을 경고한다.


“사진보다 사진 설명이 더 중요합니다.” 작가는 “사진 설명을 작성하는 팀이 따로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마다 “인류의 절반 이상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살고 있다” “전 세계 인구 19%가 사는 유럽과 일본, 북아메리카에서 모든 종이와 판지 제품의 63%를 소비한다” “지난 20세기 지구 인구는 3배 증가한 반면, 전 세계 물 소비량은 6배 증가했다” 등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설명이 붙어있다.

“아름다운 사진이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 사진을 찍고 있다”는 그는 케냐에서 사자를 촬영하기 위해 열기구를 타고 올라갔다가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얼마나 다른지”를 경험한 뒤 지난 10년간 줄곧 항공 촬영에 매달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지난 2월 18~19일 서울 위를 날며 촬영한 사진 8점도 나온다. “먼지와 안개 때문에 촬영이 힘들었다”는 작가는 “서울에서는 장관을 건지기 어려웠다”고도 덧붙였다.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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