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 - The Excution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최진호
주연 : 조재현, 윤계상(2009년)

지금까지 사형제도에 대해 반대하거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는 있었다. 쉽게 떠 올려질만한 영화론<데드맨 워킹>이나, 이나영이 나왔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같은. 이 영화도 그쪽 계열의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맹점 중의 하나는 자칫 감상주의와 인도주의를 헷갈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는 그다지 못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간은 작위적인 느낌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박인환이나 조재현, 요즘 눈에 띄게 연기력이 돋보이는 윤계상이 극중 분위기를 안정감 있게 잡아주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도 나쁘지 않고.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조연격인 죄수들을 영화에서는 적절하게 잘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다. 특히 조성하의 사이코패스 연기가 볼만한데, 좀 아쉬운 건 이 영화에선 조성하의 존재감이 그다지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무렵부터 조성하가 점점 TV에 자주 나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교도관의 업무 중 하나인 사형집행이 괴로운 것은 알겠지만 그것 때문에 사형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설정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 웃긴다. 나라의 높으신 분들이 국정에 재미가 없으셔서 눈요기감으로 지난 10년 간 한 번도 집행된 적이 없는 사형을 집행을 지시한다는 설정이.  정말 그런지, 시나리오의 오버인지 알 수가 없다. 나는 후자쪽에 혐의를 두고 싶은데, 정치인들 욕을 먹이다 먹이다 나중엔 이런 것을 빌미로 욕을 먹이는구나.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다. 물론 하나의 은유? 또는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정말 우리나라 정치인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정치를 하셔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인도주의냐를 고민하면서 정치를 하셔야지, 권력자들 앞에서 백정이 소 잡는 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영화라지만 설정이 모호하지 않은가? 관객더러 믿으라는 말도 아니고, 믿지 말라는 말도 아니고. 물론 영화 시작 전에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며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식의 주의사항을 먼저 내보내고 시작하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 거의 말미에 윤계상이 괴로워 어느 허름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TV에선 마침 사형집행에 관한 뉴스 보도가 나가고 있다. 그때 주인 아줌마가, 저런 건 일찌감치 처단했어야 하고 해도 공개처형을 했어야 한다는 말이 이제까지의 영화 흐름에서 참 우습고 낮설게 보인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공히 말하건데, 이 영화는 감상주의 영화지 인도주의를 표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 사형집행 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 그로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는 충분히 공감은 간다. 그리고 사형집행 후 무죄로 판명나 아까운 희생을 초래했다는 설정 역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것만해도 지난 15년 동안 사형을 집행해 본적이 없는가 보다(영화는 10년이란 설정을 하고 있지만, 몇년 전 보도에 따르면 거의 15년 동안 우리나라에선 사형을 집행해 본적이 없다고 들었다. 그리고 다시 몇년이 흘렀는데 그동안 사형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 하지만 교도관 좋자고 법을 올바로 시행하지 못하는 것도 법의 오남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물론 사형반대론자는 사형이란 이름으로 사람이 사람을 죽일 권리가 있냐고 말하긴 한다. 그것에 관해서는 좀 더 논의해 볼 필요는 있겠지만, 이 영화에선 그것에 근접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나는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사형을 반대하지 않는다. 적어도 죄수들의 교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선진 여러 나라에선 악질 범죄인에게 사형대신 종신형을 선고한다고 하는데 그래서는 그들의 온전한 참회는 이루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무리 죄를 져봤자 죽지는 않을테니, 남은 인생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데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한들 어떠랴 하는 생각에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더 많은 죄를 짓는다고 한다. 더구나 그의 손에 죽어간 사람들은 또 뭐란 말인가?  

이 영화도 그렇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그렇고, 난 희생자들에 대한 피해 남은 가족의 슬픔 보다는 오히려 범죄인들에 대한 인정을 직간접적으로 호소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데드맨 워킹>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반드시 이런 영화들의 반대되는 영화가 나와줘야 한다고 본다. 어차피 이런 영화는 무슨 결론을 보자고 하는 영화가 아니고, 관객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묻는 영화기 때문에 이런 영화만 계속 양산이 되면 한쪽의 시각으로 너무 경도될 우려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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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7-17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눈에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조금이라도 위에 선 사람보다 아래에 선 사람의 세계를 그리려고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범죄인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관객에게 호소하려는 영화가 훨씬 많고 이 영화 역시 제목은 '집행자'이지만 사실은 '집행당하는 사람'의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이 영화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냥 떠오르는 생각이어요.
인도주의와 감상주의. 어려운 얘기지요. 인도주의 역시 감상만으로는 되지 않는 많은 것들 중의 하나인데 또 감상 없이 출발할 수 있으랴?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고요.

stella.K 2011-07-17 14:07   좋아요 0 | URL
의도는 알겠는데, 설득력은 부족해 보여요.
또 이것을 논의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죠.
이런 영화가 갖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범죄인들을
너무 선하게 드린다는 거죠.
물론 그들중 모든 사람이 다 악한 것은 아닐거예요.
과실치사나 한순간의 실수 그런 것도 있겠죠.
하지만 간과해선 안되는 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피의 눈물이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는 건 파렴치한들에 관해서지요.
법에도 눈물이 있는데 사람이 먼저 눈물샘을 자아내려고 한다면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죠.
기회되시면 한번 보세요. 나름 볼만한 영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