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을 흔드는 손 - The Hands that Rocks the Crad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커티스 핸슨
주연 : 레베카 드 모네이, 아나벨라 시오라

조금 오래된 영화다. 몇년도 작인가 했더니 1992년도 작이다. 

원래 무서운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관계로, 이 영화 역시 끝까지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문득 생갔났을 때 봐버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영화 중엔 의외로 생각했던 것보다 무섭지는 않았다. 이 영화 역시 내겐 그랬다. 

이런 영화의 묘미는 어떤 등장인물이 언제 어떻게 죽거나 카메라 밖으로 나가느냐, 추측하게 만들고, 가슴 조이게 만드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 영화, 재미는 있는데(무서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낮설지가 않다. 언젠가 이와 비슷한 영화를 본 것도 같다. 확실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 영화 이후 많은 감독이 원전 삼아 스릴러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난 이 영화를 나중에 본 것이고. 그렇다면 이 영화는 내겐 너무 늦게 봐버린 영화다. 

이 영화는, 신뢰해야 할 의사가 환자를 검진한다는 빌미로 성희롱을 하면서 시작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그런 경우가 실제로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오래 전, 나의 후배도 유방을 검사할 일이 있어 의사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야했을 때 느낌을 말한 적이 있다.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의사라고 생각하니까 그럴수 있지, 맨정신으론 도저히 그러지 못할 거라고 했다.  

뭐 남자도 여의사 앞에 비슷한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여자가 병원에 가지 싫은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남자 의사 앞에서 자신의 맨살을 드러내는 것도 수치라고 느끼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후배 말대로 자신은 여자가 아니라 환자니까 그럴 수 있는 거겠지. 그럴 때 의사는 철저하게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도 사람이고 보면 여자 환자를 대할 때 갖는 마음이 한결같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화는 그런 가정을 잘 끌어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일종의 복수극이라고도 볼 수가 있는데, 아무래도 정의를 위한 복수극이라기 보단, 역복수란 생각도 든다. 처음부터 복수를 해야한다면 성희롱을 당한 당사자가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긴, 여자가 무슨 죄인가? 누굴 원망하려거든, 남편이나 원망을 해야하는데 남편은 이미 자살해서 없지, 그로인한 충격으로 뱃속의 아이는 사산되고, 설상가상으로 재산도 잃어버린 마당에 자신을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그 사람과 그 가족을 응징하는 것 밖엔 없을 것이다. 

사람이 불행해지면 똑똑해지는가 보다.  유모로 가장해 원수의 집에 들어가  적을 고립시키고, 주변 사람을 어떻게 내 사람으로 만들며, 해가 될 사람은 어떻게 제거하는지 보면 감탄할 정도다. 어떻게 그렇게 두 얼굴이 가능할까? 물론 듬성듬성 작위적인 부분도 없지 않지만 크게 흠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는 정형을 또 한 번 보여주는 영화는 아닐까 싶다. 레베카 드 모네이의 이중연기도 볼만하고, 말미에서 광기 어린 표정으로 싸우는 몸싸움도 볼만하다. 사실 여자 의 적은 여자라는 말은 다시말하면 내부의 적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엔딩 바로 전, 이들의 대결이 가장 가슴 졸이고 볼만한 시퀸스가 아닌가 하다.  

아무리 무서운 영화 싫어해도 이런 여름 날 스릴러 영화 한 편쯤 봤다고 이름 짓고 싶다면 이 영화를 강추한다. 적당히 긴장시키고, 깔끔한 마무리 하는 영화로 이만한 영화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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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7-1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이 영화내용을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참으로 오래된 기억인데,, 제목 보니 생각이 나네요 ^^;;
그 때 선생님의 이야기 실력이 좋았지만 직접 영화로 보면 재미있을거 같아요.

stella.K 2011-07-12 12:51   좋아요 0 | URL
이거 오랫동안 못 보고 있던 영화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샤이닝이나 히치콕의 사이코도 생각이 나요.
재밌어요. 시간 되면 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