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수준이 대통령 수준을 결정한다
‘세계 정세에 혜안이 있었던 반면, 아첨배를 가려내는 분별력은 거의 없었다. 독재자로 낙인찍혀 망명지에서 타계함으로써 훗날 국민이 대통령을 얕잡아 보는 선례를 남겼다.’(이승만) ‘3선까지만 했어도 좋았을 것을, 정치인에게 절대 필요한 선거를 통한 압박을 제거한 유신을 단행한 뒤 부인을 잃으면서 도덕적으로 더욱 타락해 갔다.’(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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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국 50년-우리들의 이야기전' 열린 1998년 8월 예술의 전당에 전시됐던 역대 대통령 사진. 왼쪽부터 이승만 윤보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조선일보 DB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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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관계·학계를 두루 거친 저자(67·세종대 석좌교수)는 우리 현대사 역대 최고 지도자 9명을 독하게 재단한다. 그는 “글은 독자를 위해 존재하고, 사람(글쓰는 대상)을 봐주면 글이 죽으니까 독자를 위하고 글을 살리려면 냉혹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민 정부에서 정무·공보 수석비서관 및 문화체육부·정무 장관을 지냈던 저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마저 ‘세상 모르는 잠수함 선장’으로 묘사했다. 하나회 숙청, 금융실명제 등 ‘번개작전’에도 불구하고 “가진 자에게 고통을 주겠다”며 현대판 ‘마녀사냥’으로 중산 보수층 지지기반을 잃었다고 썼다. 그는 “문민 대통령은 정치 투쟁만 해서 공부할 기회가 없었고 상상 외로 무능·무지하고 독선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IMF 위기를 조기 극복해 국제 신인도를 높였지만, 국가정보원·검찰 등 사정기관이 직·간접적으로 부정·은폐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과 다른 부정부패 양상을 보였다고 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은 ‘007 수법 대북 상납으로 가능했다’는 것.
그는 5공화국에 대해서 더 가혹하게 비판했다. ‘일제가 국권을 침탈한 방식으로 정권을 잡고 정의사회 구현을 외쳤으나, 퇴임 후 뇌물죄 추징금을 아직도 체납 중인 전두환’ ‘구속·사면의 악순환을 반복케 했고 집단 간 갈등을 높인 노태우(물태우) 민주화’라고 기술했다. 반면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과 장면 총리에 대해서는 온정적인 입장이다. 단명 지도자에 대해 나름의 업적·장점을 조명하려는 시도다.
남편의 양말을 손빨래한 프란체스카 여사, 새벽 3시부터 취약 과목인 영어 공부를 한 전두환 등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들도 썼다.
“대통령과 정치수준은 그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권력자와의 비굴한 타협이 상식으로 통하는 한, 제왕적 대통령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다할 즈음엔 개정증보판을 내겠다”고 말했다.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