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읽은, 정수복 교수의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에 소개된 크리스티앙 가이라는 작가가 소개되어 있어 여기 발췌 정리해 본다. 

그는 1948년 생이라고 한다.  

청년기에 들어서 그는 고독을 이기기 위해 색소폰을 불기 시작했다. 이내 재즈 음악의 세계에 매료되어 한때 재즈 연주가의 길을 걸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 이곳저곳 전전하며 손님들의 구미에 맞추어 하기 싫은 연주라도 억지로 해야하는 생활에 회의를 느껴 재주 연주가로서의 삶을 접었다고 한다. 그러고 난 다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은 돈이 되지 않았다. 먹고 살기위해 궃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글을 쓰고부터는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재주 연주가의 길을 떠났지만 재즈는 그가 글을 쓸 때 그가 글을 쓸 때마다 종이 위에 얼굴을 내밀었다. 재즈는 그에게 모국어와 같은 것이었다. 어쩌다 모국을 떠나 외국에 살게 되어서 모국어를 거의 쓰지 않아도 모국어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듯이 재즈는 그의 몸속에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책이 없는 집에서 자랐고,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소년 시절에 무슨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고 한다. 그는 요즘에도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문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글의 분위기 속에 빠지면서 '문장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즐기기'가 아니며 '일'의 성격을 지닌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문장의 구성방식이나 어휘 선택을 살피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추측해보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자기를 문득 발견한다는 것이다.  

그는힘들여 쓴 첫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는데, 얼마 후 편집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 편집 담당자는, '당신의 작업은 재미있는데 한번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나서는 그에게, '당신이 쓴 원고의 현재 상태는 지나치게 시뮈엘 베케트의 영향 아래 있다. 베케트를 벗어나 당신 스스로의 이야기를 당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써보라'고 주문을 하더란다. 그래서 그는 몇 달 동안 아파트에 쳐박혀 자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긴 독백 형식으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계속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1987년 그의 첫 작품  <그는 말한다>가 출판되었고, 그후 지금까지 12권의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 책들은 각각 개별적인 작품들이지만 모두 자전적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반 고흐가 파리 시절에서 시작하여 아를과 생-레미 그리고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절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여러편의 자화상을 그렸다면, 크리스티앙 가이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줄곧 자화상을 그린 셈이 되는 것이다.  

그는 자기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글을 썼다. 그러다보면 자기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을 때가 오리라고 생각하며 글을 썼다. 그렇게 해서 나온 열두 편의 소설은 모두 자신의 모습을 분명히 하기 위한 자기 모색과 자기 탐구의 작업이었다. 그는 지금 글을 쓰지 않고 있다. 그는 지금 여백 속에 있으며, 그 여백 속에서 새로운 글이 떠오르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모습을 더 분명히 그리기 위해서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 글을 읽으니,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현실은 단 한 줄도 쓰지 않겠다했던 아니 에르노가 생각이 났다.  그 역시도 자전적 소설을 쓰는 작가로 유명한데, 크리스티앙 가이도 그렇고, 그런 작가군이 있는가 보다.  글을 쓰다보면 정말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반 고흐가 한번도 아닌 몇 번에 걸쳐 자회상을 그렸다니 새삼 놀랍다. 그는 아마도 자신의 모습을 그릴 때마다 낮설게 보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