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얽힌 역사와 예술 이야기

파리는 유럽의 수도이다. 지리적 수도일 뿐 아니라 역사와 예술의 수도이기도 하다. 근대와 현대, 에펠탑과 개똥, 우아한 파리지엔과 거리의 매춘부가 공존하는 곳. 파리를 속속들이 알려면 게으른 산책자가 되어야 한다.

16년째 파리의 미국인으로 살아온 저자는 지향 없는 발걸음을 옮겨가며 보고 겪은 파리의 이모저모를 맛깔진 문장과 구수한 일화들에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1948년 소설가 장 주네가 상습절도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종신형 대상이지만 장 콕토가 “그는 랭보입니다. 누가 랭보에게 벌을 줄 수 있겠습니까.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역사의 속물로 기록될 것입니다”라는 협박성 탄원서를 재판장에게 보내자 신기하게도 처벌을 면했다. 이처럼 예술가를 우대하지만 보통사람은 영장 없는 구금이 가능할 만큼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인다운 섹스관도 재미있다. 아동 포르노를 봤다는 이유만으로도 사회적 지탄을 쏟아내는 그들이, 조스팽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반응은 비난이 아니라 “개신교도가 왜 정부(情婦)를 뒀지?”였다고 한다.

개인주의를 철저히 추구하는 프랑스혁명 정신의 전통은 그 혁명이 타도하려 했던 왕정 복고주의자의 주장마저도 하나의 의견으로 인정할 정도다. 시인 보들레르, 소설가 프루스트 등 파리와 함께 기억되는 문인들의 일화도 곁들였다.

(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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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5-2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시리즈로 나왔더라구요. 피렌체하고 파리하고 또 다른 도시하고.. 그런데 꽤 얇고, 본문도 널널하고, 내용도 딱 끌리는 것은 아니더군요.. 서점에서 한 시간만 투자하셔도 다 읽으실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