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신화의 거미줄을 걷어낸다
미켈란젤로/앤소니 휴스 지음/남경태 옮김/한길아트

▲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1475~1564)는 생전에 이미 엄청난 유명세를 누렸고 당대에 각광 받았다. 그가 죽은 뒤 장례식이 성대하게 거행됐고 그의 시신을 서로 가져가려고 피렌체와 로마가 경쟁했다. 살아 있을 때 나온 전기만 3권. 그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미켈란젤로 연구는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저자는 이처럼 유구한 신격화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위대한 인물을 땅으로 끌어내린다. 미켈란젤로를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뒤 홀로 고독하게 걸작을 만들어낸 천재로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수많은 도시와 공국이 세력다툼을 벌이는 한편, 미술이 교황·귀족·상인들의 의뢰를 받아 제작되던 시대 상황 속에서 활약한 예술가의 초상을 자세하게 그려낸다.

돈과 권력, 정치의 소용돌이 안에서 그의 걸작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배경과 과정을 풀어가는 동시에 괴팍하고 야심만만했으며 오만했던 미켈란젤로를 독자 앞에 내세운다.

때문에 책 속에는 창작을 둘러싼 예술가의 형이상학적 고뇌보다는 작품을 의뢰받고 제작하기까지의 줄다리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예를 들어 명작 ‘다비드’가 얼마나 훌륭한 조각인지에 대한 찬사나 감상보다는 제작회의에 대한 기록, 설치를 둘러싼 일화 등을 꼼꼼하게 풀어나간다.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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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5-1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고 싶은데(한길사의 아트 앤 아이디어 시리즈 모두), 26000-28000이라는 가격때문에 아직 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야, 달리, 렘브란트, 샤갈 등등 보관함에 넣은지 한참 지났는데.. 150권 예정이라는 군요. 싱가포르에서 인쇄하여 도판의 질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혹시 사보시게 되면 리뷰 좀 꼭.. ^^;;

파란여우 2004-05-1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능을 인정받으면 돈이 생기고 돈이 모아지면 권력과 명예를 쥐게 되는것이 순서입니다. 그것을 초월한 명예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인간사의 일이라고 여깁니다. 역시 책값이 만만치 않군요..저도 님의 리뷰를 대신 기대해도 되나요?^^

stella.K 2004-05-1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혹시 '이주의 리뷰'에 당선이되서 당첨금이 생기면요. 그러기 위해선 판다님과 파란여우님이 밀어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