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프 1 - 쉐프의 탄생
앤서니 보뎅 지음, 권은정 옮김 / 문예당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갖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 , 어떤 사람은 가업을 잇기 위해서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으며, 어떤 사람은 취미로 시작한 일이 밥벌이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끔,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일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게 되는 그런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 보면 되게 부럽다. 아직도 자신이 뭘해야할지 몰라 방황하는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 내가 읽은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 먹은 차가운 스프 한 그릇이 그의 영혼을 깨우고, 청년 시절 첫 사랑에 실패하고 뛰어들게 된 쉐프의 길. 이 책은, 그 길에서 경험하고 깨달은 바들을 글로 쓴 것이다.  

사실 나란 사람은, 드러난 것 그 자체를 보기보다 그 이면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어 이 책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이 보뎅 아저씨는 쉐프란 직업을 그다지 점잖게만 쓰지 않았다. 어느 서평에 히스테리컬하고, 곤조 저널리즘의 헌터 톰슨을 떠 올르게 만든다고 했는데, 헌터 톰슨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난 잘 모르겠고, 그 '곤조'라는 말은 이 책에 딱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까발리듯이 썼다는 말이고, 난 그런 그의 정신이 마음에 든다. 

오죽했으면, 우리의 보뎅 아저씨 이 책이 나오고 나서 같은 동종업계의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협박전화도 받을 줄(아니 받게 되길 은근히 바란듯) 알았단다. 그런데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재미가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말 그럴 때 있긴 있다. 어떤 글을 야심차게 써서 블로그에 올렸는데 의외로 반응이 썰렁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건 좀 아냐. 하는 글에 댓글이 몇 십 개가 붙는 경우도 있고. 도무지 모르겠는 게 사람의 마음이긴 하다. 이 까발리듯한 글을 같은 동종업계의 사람이 조용하다는 건 둘 중 하나 일 것이다. 관심이 없거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런데 반대로 대중들로부터는 굉장한 반응과 찬사를 얻었다. 그도 둘 중 하나 일 것이다. 그동안 가리워졌던 쉐프의 세계를 현미경으로 보듯 보게 해 줬다는 점을 높이 샀거나, 그동안은 점잖빼듯 요리법만을 알려주거나, 진로지도하듯 요리사가 되는 길을 안내해 주는 그런 책만을 봤다가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고 열광하거나.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는 말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 과장된 듯하긴 하다.  이런 류의 책이 있긴 하다. 단지 변주되어 있을 뿐. 어쨌든 솔직하고, 다소는 심술스럽기도한 이 책이 나름 매력적이다.  

사실 쉐프라는 직업도 불 앞에서 또는 그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다룬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중노동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더구나 나 같은 사람은 먹는 것은 즐겁지만 먹기 위해 만드는 과정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 직업이 마냥 좋게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어쩌다 TV에서 어느 요리사가 자신의 요리를 가르쳐주기 위해 보여주는 깨끗히 다듬어 논 식재료며 기구들을 보면, 저렇게 준비하기까지 뒤에서 얼마나 전쟁을 치뤘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사람 저마다의 성격들이 다 다르겠지만, 쉐프라고 해서 늘 신사적이고 온유하고 부드러울거라는 생각은 이 책을 보면 전혀 들지 않는다. 까칠하고 때론 과격하기도 하다. 그들만이 쓰는 고유 언어 내지는 은어가 존재한다는데, 우리나라 쉐프들은 어떤 언어를 쓸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런 경우가 있다. 반드시 깔끔한 주방에서 최고의 요리가 나오는 것마는 아니라는 것. 주방은 깔끔해서 요리 또한 깔끔한데 그 맛은 별로인 것과, 주방은 다소 허름하고 만드는 과정도 별로 깨끗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맛있는 음식과. 사람들은 어떤 음식에 손을 들까? 참고로 사람의 오감 중 가장 예리하고 욕망을 자극하는 건 후각이라고 한다.  내가 앞에도 밝혔지만 난 이면을 보여주는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가 있기 때문이고 그것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거기서 필요악이란 말도 숨어있고, 통찰도 가능하며, 인간의 내면을 좀 더 관찰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이 나쁘지는 않는데, 딱히 권하기에는 왠지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요리하는 과정을 그리 즐기지 못하는 성격적 결함 때문인지 읽으면서 조금은 지루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쉐프가 우리 한식을 가지고 이런 류의 책을 썼다면 충분히 킥킥대고 읽었을지도 모른다. 이름은 들어봤으나 먹어보지 못한 그리고 쉽게 구해질 것 같지 않은 식재료 가지고 뭐라고 중얼거리니 감 떨어졌다. 난 역시 요리 하나 잘해서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할 팔자는 못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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