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나의 영화 취향이 어떤지를.
나도 여자니 그냥 예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저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엊그제 <배트맨 비긴즈>을 보면서 쏙 빠져버렸고, 보면서 최근에 보았던 일련의 영화들이 생각났다.
이를테면 <다크 시티>나 <트와일라잇> 그리고 더 오래는 배트맨 시리즈까지.
이들의 하나 같은 공통점은 밤의 이미지를 사용거나, 어쨌든 음산하다는 것이다.
물론 재작년이던가? <다크 나이트>도 보긴 했는데 이 영화는 별로 할 말이 없는 영화였다.
<배트맨 비긴즈> 같은 경우 보면서 느낀 것은 이런 훌륭한 배트맨이 고담시에 있는데 그 도시의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하긴, 다 영화적 장치고 범죄가 줄어들면 배트맨도 종말을 고하게 되겠지.
어찌보면 이 영화를 보면서 금방 떠올릴 수 있는 한 핏 줄 영화라면 <스파이더 맨>을 들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특히 줄을 타는 것은 두 영화가 같다. 하지만 '스파이더 맨'은 이 영화 보단 밝은 느낌이다.
배트맨 시리즈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미셀 파이퍼가 캣우먼으로 나왔던(2탄이었나?) 그 영화가 제일 좋다.
물론 뱀파이어 시리즈는 꼭 밤의 이미지를 극대화하진 않지만 음산한 건 사실이다.
사살 난 미드를 그다지 즐겨보지는 않는다. 그것을 즐겨보는 때는 따로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채널을 뒤지다 우연히 <뱀파이어 다이어리>를 발견했고, 지금 너무 재밌게 보는 중이다.
<트와일라잇>이 생각났고, 뭐 드라마가 다 그렇듯 너무 섹시즘을 강조하는 것 같아 좀 거시기 하긴 하지만, 뱀파이어 영화는 인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거리를 줘서 좋아한다.
지난 세월 동안 뱀파이어 영화는 진화해 왔다. 옛날 이야기의 변형이 아닌 적극적으로 오늘날 현대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변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얼마 전 '구미호'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해서 '여우누이뎐'이 나왔다고 하는데 보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옛날 이야기에 매어있다.
이야기는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 좀 더 고민해 봐야할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