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를 누를 때
야마다 유우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내 주위에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예전엔 나와 관련없는 먼 건너 건너의 사람이 자살을 했다면 이젠 나와 관련있는 코 앞의 사람들의 자살로 사라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자살관련 소식도 불과 몇년 전만해도 잘 알려지지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이젠 사회 거물 급인사나 톱 스타들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렇게 자살하면 또 줄줄이 자살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내가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나의 어머니의 지인이 얼마 전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한달 반 상관으로 그분의 따님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뿐인가? 한쪽에서는 한다하는 사람들이 자살을 고무찬양 하며 미화시키기 까지한다. 누구는 혼자 죽기 무섭다고 자살 사이트에서 사람들을 만나 동반자살을 모의하기도 한다.     

난 가끔 이런 소식을 접하면 마음이 아픔과 동시에 화가 난다. 왜 연일 매스컴에서는 누가 자살했다는 소식은 쏟아내면서 왜 이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선 여러 가지 민생 현안들을 다루겠지만 그 다뤄야 할 현안 문제에 이 문제가 들어있기나 한 것인지? 이렇게 자살의 문제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왜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개인사적인 문제로만 취급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매스컴도 문제다. 자살 보도만 쏟아내고 있지 어느 한군데에서라도 자살이 왜 문제인지? 어떻게 자살에 이르게 되는지? 예방책은 없는지? 자살의 유혹을 이긴 사례는 없는지? 등을 다루려 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 부분에 대해 나몰라라 할 건지? 물론 이것을 연구하는 단체나 개인이 없는 것은 아닐게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산만한데 그 산자락 한뼘도 되지 않는 잡초가 난자리만큼도 취급을 못 받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것에 대해 입을 닫고만 있을 것인가? 

조금은 우려 반, 반가움 반으로 이 책을 읽었다. 그래도 이 문제를 다루는 사람이 없지 않구나. 그것도 소설로 문제제기를 하는 작가가 있다니 반가웠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 하자면 실망스러운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용은 2030년에서 2007년을 돌아보는 것인데, 일본 내 집단자살률이 증가하자 그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에서는 YSC라는 즉 청소년자살억제프로젝트를 시행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치료적 관점에서 다루지 않고 실험대상으로 청소년 아이들이 무작위로 차출당한다는 점에서 전체주의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차출당한 아이들은 가슴에 스위치가 달리고 너무 고통스러우면 그 스위치를 누르면 실험이 종료가 되면서 그것은 곧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는 것으로 일단락 된다. 그래서 실제로 실험종료를 선언한 아이들이 있는 반면 그것의 부당함을 깨닫고 집단탈출을 감행하는 일종의 탈출 소설 형태는 띄는 것이다. 또 아니면 자살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고 그런 말도 안되는 황당한 체제를 비난하기 위한 인간 소외를 다룬 모험 소설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내 기대를 좀 많이 빗나가 있는 소설이었다.  

작가도 1981년생. 비교적 젊은 작가다. 뭐 나름 소설의 전제는 어느 정도의 상상력을 뒷바침 하고 있는 것도 같지만 그만큼 깊이가 따라 주지는 못했다. 물론 유추는 해 볼 수 있다. 정부가 자살억제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해 아이들을 무작위 차출한다. 그런데 견딜 수 없어 자살하는 아이들이 속출한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할 수 없다더니 자살 역시 구제할 수 없는가 보다. 작가는 아마도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부조리함을 고발함으로 전체주의의 암울함을 드러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상황에 자신을 맡기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다지 힘있게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그래도 작가의 실험성에 박수는 보내고 싶다. 이 소설이 정부의 완강함을 무너뜨릴 수는 없겠지만, 자살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오히려 그것을 간접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삿대질이라도 했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그런대로 박수는 쳐주고 싶다. 언제고 이런 분야에서 깊이 있는 소설이 나오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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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2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력별로 줄세우며 행복도 성적순인 이런 나라에서...
국가적인 대책이란....
정말 요원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ㅠㅠ

stella.K 2010-05-23 19:00   좋아요 0 | URL
그래도 교육에 대해선 뭐라도 하는 척은 하잖아요.
그런데 자살에 대해선 어쩌면 그리도 안면몰순지 모르겠어요.
적어도 자살 억제든 방지든 그런 쪽에서의 상담사나 의사들의 인력을
대폭 늘리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뭔가의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ㅠ

비로그인 2010-05-23 20:02   좋아요 0 | URL
학력과 경제력...권력...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예요.
교육과 사회, 문화...모든것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세상...
어쩌면 개개인의 삶이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거꾸로 자살을 부추기고 있는 결과를 낳고 있잖아요.
상담사 배치와 전문 인력 양성은 대증적인 미봉책일 뿐일거예요.

아~~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ㅠㅠ

stella.K 2010-05-23 20:41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자살은 나라도 구제를 못한다니깐요.
적어도 그런 미봉책 조차도 하지 않는 이 나라가 원망스러워요.
비록 밑바진 독에 물붓기가 될지라도 말입니다.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