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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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지는 며칠 되었다. 그런데 문득 문득, 내가 이 책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자꾸 리뷰 쓰기가 망설여졌다. 그래도 뭔가는 말해야 할 것도 같은데... 

우선, 작가가 외양에서 풍기는 이미지답게 꼼꼼하고, 촘촘하게 글을 썼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로선 작가의 <나의 달콤한 도시>를 드라마를 통해 보고,  책을 접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말미에 정말 열심히 썼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하지만 너무 여성적 감수성이 드러내서 일까? 잔잔한 감동은 있지만 굵직한 뭔가를 던져 주기엔 다소 미흡하지 않나 싶다. 물론 그렇다고 작품 자체를 즐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사람은 기본적으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란 것이다. 아무리 가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가족이란 나의 평안과 안락을 위해 있어주길 바라는 것이지 일정 부분 그것이 보장되면 사람은 여간해서 그 동굴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만의 동굴 속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누구도 침범하는 것을 달가와 하지 않으니 우리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 집안에 살아도 서로 모르는 수 밖에.

사실 작가가 작품 속에서 제시한 가족은 어찌보면 가장 흔한 중산층 가족 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옥이 화교라는 점이 약간은 특이할 수도 있다할지 모르나 그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인물 설정이란 생각이 든다. 어차피 우리나라도 외국인과의 결혼이 잦아 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혼도 흔한 양상이다. 어떤 가족학자는 인간은 평생 두 번 이상의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오래 전에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이혼이 흔한 현실에서 개인의 정신적 성숙도는 이혼 현실을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속 은성이처럼 아빠를 싫어하고, 새 엄마를 싫어하며, 그들에게서 난 자신의 이복 동생도 싫어하지 않는가?

사실 가족관계의 문제는 은성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등장인물 하나 같이 가족의 좋은 구성원이 될만한 자질은 갖추고 있지 못하다. 유지가 유괴되지 않았다면 이들의 문제는 잔잔한 수면 밑에 잠식되어 있다가 언제 수면 위로 솟아 오를지 모르는 불안한 고요 속에 있다. 너무도 잔잔하고, 너무도 불안하여 오히려 일탈을 꿈꾸지 않았던가? 유지의 유괴로 인해 그를 찾는 과정에서 그들의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모습에서 그렇게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작품에서는 그나마 유지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가 건드려졌지 왠만해서 유괴 같은 큰 사건은 누구에게나 잘 일어나는 것이 아닌 것을 보면 이런 가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많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문제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왜? 사람은 동굴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즉 유지처럼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원래 이래야 하는가 보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렇게 불안 하지만 그것이 어느 만큼 보장되고 확보가 되면 여간해서 그 동물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지는 친구도 안 사귀고 자신이 얼마만한 자질이 있고 없고 간에 그냥 바이올린 연주라는 그 동굴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가? 그리고 기껏 용기를 내어 세상에 나오지만 유괴나 당하고.  그러므로 유지는 태어나면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진정한 관계 맺기가 쉽지 않고 사회성이 낮은인물이 된다.  오늘 날의 가족도 그렇지 않는가? 그저 나는 누군가의 아내고, 남편이며, 딸이고, 아들이란 명분만 있을 뿐 그에 따른 인간적 도리는 없다. 왜 그런가를 생각하면 기본적인 의식주에 별 불만이 없으며 살아가는 것에 별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 위에 물질만능만을 추구하니 인간적인 도리라는 게 물질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난 유괴되었던 유지가 집에 돌아 오고(물론 그 결말이 만족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사건을 통해 그동안 없던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생겨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가족이란 이제 혈연으로만 연결되지 않는다. 어려울 때 같이 염려 해 주고, 걱정해 주는 것이 가족이다. 그저 단순히 내 불안한 동굴을 지켜주기 위해 가족이란 기본 단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미스터리 형식을 취했던 만큼 밝게 해피앤딩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유지는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안과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고 끝을 맺는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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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1-1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가족관계가 해체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그래도 역시 의존하게 되는것은 가족인것 같아요^^

stella.K 2010-01-20 11:50   좋아요 0 | URL
이제까지와 다른 형태의 가족은 있겠지만 해체 되지는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