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오독을 피할 수 없는 없는가 보다.
내가 이 책을 언제 읽었던가?
한동안 나도 하루키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소싯적 이야기지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의 장편이라곤 <노르웨이 숲을 걷다>가 유일하고, 나는 거의 그의 단편을 주로 좋아했던 것 같다. 이러고도 내가 과연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라면, 그는 일본 사람이지만 일본풍의 소설을 쓰지 않고 미국적 소설을 쓴다는 것이었고 등장인물의 자유분방함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어느 틈엔가 하루키를 잊었다. 그러다 우연히 <하루키와 노루웨이 숲을 걷다>가 눈에 띄었고 그래서 오랜만에 읽어줬다. 이 책은 어느 하루키 매니아가 그를 입체적으로 취채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으로서 가볍게 읽어줄만 하다. (물론 나 개인적으로는 책의 가벼움이 좀 불만이긴 하다. 아마 모르긴 해도 하루키는 사후에라도 평전이 나옴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작가가 누가 됐든 좀 더 심도있게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데 이 책 16p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 필립 말로우는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한 마리의
'고독한 늑대'였다."
나는 이 말을 필립 말로우는 하루키를 가리켜, 그는 한마리 외로운 늑대라고 말한 줄 알고 리뷰 제목에 써 먹기까지 했다. 그때 제목이 아마도, "하루키, 그대는 한마리 외로운 늑대"라고 하고 필립 말로우는 그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고 인용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여름 아는 이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은 적이 있다. 요는 필립 말로우가 하루키를 가리켜 그런 말을 했을리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의 인물이기 때문에.
그 메일을 읽는 순간 완전히 한 방 먹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메일 전달자가 아직 레이먼드 챈들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 분도 누군가가 그렇게 지적해 줬기 때문에 전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남겼다. 그러니 더 화끈거리는 수 밖에. 비록 지적해 준 사람이 누군지 알지는 못 하지만 잘못 안 것을 가지고 아는 체를 했으니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책 정리를 하면서 그 점을 확인할 겸 그 책을 빼놓았었다. 솔직히 내방은 책상이 아니면 책 한 권 온전히 세워놓을 공간이 없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 옆으로 누워있는 상태. 이 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결국 확인해 본 바에 따르면 정말 필립 말로우는 가상의 인물이었으며 오히려 하루키가 너무 좋아해 '한마리 외로운 늑대'란 표현을 했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즉 자유분방한 모험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이런 은유적 표현을 한다는 것도 새삼 알았다.
그러니 이 책에서 이런 오독을 했는데 다른 책에선 얼마나 많은 오독을 해왔을까를 생각하니 헛독서를 해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은 거듭해서 읽으라고 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