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알라딘 서점에 블로그 활동이 가능하게 된 게 언제부터였을까? 모르긴 해도 7,8년 전쯤이 아니었을까?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그 무렵 전후로 해서 웬만한 인터넷 사이트들은 블로그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각자 자기네 사이트 블로그에 둥지를 틀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알라딘도 그에 뒤질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만큼은 블로그라고 하지 않고 '서재'라고 말하긴 하지만.     

처음엔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굉장히 낮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제법 익숙해질 무렵 세상에 이것처럼 신기하고 재밌는 게 없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여기 저기 타인의 블로그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고 그 안에서 교제를 나누는 기쁨도 만만치 않았다. 그때 몇몇 굵직굵직한 블로거들이 있었고, 그중 '로쟈'라는 분도 있었다. 

이 분도 알라딘 서재 초창기 멤버중의 한 분으로 알고 있다. 내가 처음 이 분의 서재를 알고 드나들었을 때가 아마도 러시아 유학 말기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땐 공부하느라 바빴는지 드문 드문(적어도 지금만큼은 아닌) 페이퍼가 올라 오는 것을 지켜볼 수가 있었는데 그때의 느낌이 참 남달랐다.  다른 서재인들이야 국내겠지만 그는 해외에서 글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마치 해외에 사는 누군가로 부터 편지를 받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렇게 올라 온 글 또한 내공이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사실 여기엔 그렇게 내공있는 서재인들 몇몇이 있는데 선입견이겠지만 그들은 선듯 알은 체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로쟈라는 분 역시 이미 오래전에 즐겨찾기를 했지만 쉽게 아는 체 하기가 뭐 했다.(즐겨찾기만 해놓고 인사 한번 제대로 못하는 건 무슨 짝사랑이냐?) 

그런데 타인의 서재를 기웃거리다 보면 그 사람의 취향, 성격등을 나름 짐작해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또 그러기도 전에 섣불리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고 쉽게 짐작해 버리는 것 중의 하나는 서재 이미지다. 이것은 확실히 교란인 것 같긴한데, 서재 이미지가 사물이나 동물이 아닌 유명한 사람(대개는 영화배우를 쓰긴 하지만)을 쓰는 경우 선듯 그 서재 주인과 동일시 해 버리는 우를 범한다.   

나의 경우 한 때 영화 배우 올리비아 핫세나 오드리 헵번을 서재 이미지로 쓴적이 있는데 그때 많은 사람들이 내가 그들 배우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그렇다면 나를 크게 오산한 것이다.  

이미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로쟈란 아이디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나 역시도 처음에 로쟈 룩셈부르그를 생각했었더랬다. 하지만 난 희안하게도 이 분이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뭐란 말인가? 이 모순은.  

지금 그의 서재엘 가 보면 몇 년째 지젝의 이미지를 쓰고 있다. 몇 년째 같은 사람의 이미지를 쓰고 있는 것으로 봐서 그는 지젝을 좋아하며 실제로 제젝과 닮아 있을거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언젠가 아주 운이 좋게도 타인의 서재에서 그의 사진을 본적이 있다. 역시 이미지의 동일화는 위험한 것이며 동시에 교란으로는 이것만한 것이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지젝 보다 못 생겻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사진만 가지고 말한다면 지젝 보다 그가 3배는 잘 생겼을 것이다. 또 모를 일이지. 지젝도 젊은 시절엔 빠지지 않는 미남이었을런지. 지금은 묵직한 할아버지 인상이 아닌가?  아마도 그가 몇 년째 지젝을 이미지로 쓰는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지젝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아무튼 오래 전 어느 날이던가? 그가 곧 귀국을 할 것이며 귀국해서 보자는 짤막한 글을 본적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귀국했고 또 예의 짤막한 귀국인사로 시작해서 오늘 날까지 알라딘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서재인이 되었다.(조회수에 관해서 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유학 전에는 카테고리별로 그가 직접 쓴 글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여기 저기서 주워 모은 것들을 한 페이퍼에 정리하는 형식으로 바뀐 것 같다. 하긴 바쁜데 언제 개인글을 쓰겠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로쟈라는 분, 굉장히 성실한 분 같다. 페이퍼 정리는 물론이고 여러 댓글러들에게도 친절하게 답글을 단다. 다 읽어 보진 않지만 어떤 이의 댓글에 단 답글엔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내가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도 바뀌었다.

그 많은 페이퍼들을 어떻게 했나 했더니 어느 새 그것들을 또 재정리해서 육화해 책을 냈다.  

얼마 전, 그가 책을 냈다고 이벤트를 하겠다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그것은 정말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은 이벤트를 해도 이 분만큼은 이벤트는 안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이사하면 떡돌이도 하는데 자신의 책이 처음 나오는데 이벤트 하는 거야 당연하지 않을까?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벤트 공고문이 의외로 재밌어 나는 한참 킥킥대고 웃었다.  

원래 항상 웃기는 사람 별로 웃기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별로 안 웃길 것 같은 사람이 진짜 웃기는 법이다. 한마디로 그의 유머는 묵직했다. 이벤트 글 하나가 이만큼 사람을 웃길 수 있다니! 물론 이벤트 상품은 막 출판되어 나온 그의 띠끈 따끈한 책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벤트 미션이 녹녹치 않아 책을 보고는 싶었지만 애저녁에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좋은 기회에 책을 읽어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렇게 많은 자료들을 그러 모으더니 이런 근사한 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저자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책은 그가 낸 이벤트 미션 보다 2배는 어렵다. 나는 그것이 그가 글을 어렵게 쓰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나도 나름 책을 좋아하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읽는 책들은 지극히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모름지기 문.사.철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폭넓게 읽어야 하는데 나는 어느새 내가 좋아하는 류의 책만 좋아해 이 책 조차도 버거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요즘 인문학의 흐름을 개인적인으로 조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부분은 그나마 나의 얕은 식견으로 짐작이 가능한 부분도 있었지만, 어떤 부분은 좀 어려웠다. 읽으면서 스스로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그러니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은 나의 무지에 대한 반성의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새삼스러운 말이 되겠지만, 블로그가 생기니 소통이 보다 용이해졌고 여러 사람의 생각이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 공부해서 남주냐고 하지만 공부는 정말 남에게 주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뺏어 올 수 있어야 한다. 즉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듯이 로쟈님의 서재를 찜해 놓고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그의 페이퍼를 읽게 되면 우리 역시도 인문학에 눈이 열릴 것이다(로쟈님 정도는 아니어도). 하지만 이도 매번 용이하지가 않다고 핑계를 댄다. 게을러서가 첫번째 이유요, 내가 관심없는 분야라고 그냥 눈도장만 찍고 마는 것도 부지기 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의 서재는 확실히 지식 창고 개방형이다. 그의 서재에서 뭐 하나를 건져가도 건져 갈 수 있으니 대놓고 도둑놈 심보가 되어야 하고 더 탐해야 한다. 또한 고마워 해야 할 것이다. 이 분이 아니었으면 일일이 발품 팔았어야 하는 건데 매번 정리해서 창고에 쌓아두고 퍼가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  

어림 짐작을 해 보니 그의 나이가 40대 초반은 지나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80년대에 초반에 중학생이었다고 하니) 사십. 불혹의 나이기도 하지만 뭐 하나에 정통할 법한 나이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나는 뭐했나 돌아 보게도 된다.  

지금은 대충 훑는 것에서 리뷰를 썼지만 훗날 내가 인문학에 바늘 구멍 하나 정도 통과할 정도의 식견이 생기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할 것 같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달래 2009-06-3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분이 좋다고 한 책 한 권 읽다가 둑을 뻔했어요. ㅋㅋ
하나도 이해를 못했거든요. 알고 보니 느무 어려운 책이었어요. ^^;;
인문학... 제겐 넘 어려워요. ^^

잘 지내시죠? 글은 잘 되시구요?
늘 기대하고 있습니다. 좋은 소식요... ^^*

stella.K 2009-06-30 16:54   좋아요 0 | URL
흑, 부끄럽습니다.ㅠ. 이제 조용히...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