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by 북
마이클 더다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우선 이 책의 저자가 궁금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책 평론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책 평론가라면 표정일 씨가 아닐까? 그런데 미국에선 마이클 더다를 쳐 주나 보다.  

책을 펴 보니 앞날개에 그의 사진이 조그맣게 나와있다. 이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 보는 나는 얼핏보면 저 60년 대 비틀즈가 연상이 되고 마르고 앙다문 입술이 조금은 근엄하게도 보인다. 

이 책은 비교적 얇은 책이다. 240여쪽이라고 해도 뒤에 색인을 빼면 본문은 200쪽이 조금 넘는 정도다.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식의 글자는 얼마 안 들어가고 페이지 수만 간신히 채우는 그렇고 그런 식의 책은 아니다. 

이 책의 특징은 간략하면서도 위트가 넘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진짜 좋아하는 사람에 비하면 별거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책을 보고만 있는 것으로도 그 무게에 짓눌리는 경우도 있다. 즉 좋은 책은 쏟아지는데 이 책을 언제 다 읽나? 책 읽는 속도가 책 발간 속도를 못 따라 줄 때(이건 아마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책을 내는 인간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거겠지.) 가끔은 내가 책을 몰랐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게도 되는 것이다. 

책은 가리지 말고 읽으라고 하는데 이것 또한 불가능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만도 읽고 싶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 타 분야에 까지 관심을 가질 여력이 도무지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서 조롱이라도 받는 것 같다. 적어도 그 사람은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젠장, 그래도 안 읽는 것 보단 읽는게 훨씬 더 좋은 것 아냐?' 이렇게 밖에는 자신을 위로할 길이 없다. 

인터넷이 아직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고(우리에게 나우누리나 천리안이 언제 있었던가?) 덩달아 인터넷 서점이나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장이 마련되기 전에는 책에 대한 부담이 이만큼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땐 책이 그다지 많이 출판되지도 않았고 내가 책에 대한 정보를 얻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우리집에서 즐겨보던 일간지 귀퉁이에 난 30자 정도의 서평이 고작이었으니까.  

그러다 이 분야가 전문화 되고 대중화가 됐다. 예전엔 이 분야에 전문가 아니면 자타가 공인하는 지성인들이 서평을 썼지만 인터넷이란 소통의 창구가 생기고부터는 일반 대중들도 여기 저기에 책을 읽고 서평들을 올린다. 우리집이 일간지 구독을 끊은 상태에서 내가 접할 수 있는 책 정보는 매일 시시각각으로 올라오는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와 북로거들의 서평이 유일하다. 물론 가끔 유명 인사의 서평을 안 읽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그들의 입소문이 전문가의 그것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에도 한계는 있다. 단편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우리가 책을 평생 읽을 생각이려면 가끔은 책 평론가의 멘토링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간단하다. 이렇게 책에 관한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기회가 좋다면 이런 책을 쓰는 저자가 어디서선가 강연회를 한다면 거기를 쫓아가 보는 것도 좋겠지. 

사실 책은 편식하지 말고 닥치는대로 보라는 말에 이의는 없지만 읽다보면 결국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만 책을 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분명 책을 읽다보면 모든 책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를 사로잡는 책이 있고 읽다보면 이 분야에 관련한 책을 더 읽어보고 싶은 욕구도 생긴다. 그리고 좀 더 자세한 정보나 안내를 받고 싶어한다. 그럴 때 <북by북>은 유용한 것 같다. 

특히 이 책은 책과 인생 다반사를 잘 연결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저자는 어쩌면 그렇게도 간략한 글속에 그처럼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는지 뭐 당연 전문가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오히려 그의 간결한 글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실제로 읽다보면 내가 놓치고 갈 수 있는 책에 대한 정보가 구미를 당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마이클 더다는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란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을 전에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소개를 받고나니 웬지 읽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그것은 내용 자체가 끌려서가 아니다. 오히려 내용에 관한 소개는 너무나 간략하다. 오히려 마이클 더다는 트루먼 카포티를 소개하고 있는데 취재기자로서의 타고난 기질과 집요한 조사를 지적하고 있다. 솔직히 이건 나에겐 그다지 없는 기질로서 왜 이렇게 소개하고 있는지 그 책을 직접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아무튼 길게 쓰기 보다 간략하게 쓰기가 더 어려운 법인데 읽으면서 참 매력적이게도 썼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단지 약간의 단점이라고 해야할지 특징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이 책은 지극히 미쿡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미쿡의 정서를 나름 좋아하고 동경한다면 더 없이 좋은 책일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약간은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뭐 책은 좋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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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5-17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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