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 Psych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요즘 뜻있는 몇몇과 함께 히치콕 스터디를 하고 있다. 뭐 그냥 영화를 보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그런 모임이다. 

모르는 사람은 고리짝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를 봐 뭐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공부해 두는 것이 여러모로 쓸모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여기 저기서 많이들하고 있고 우리도 뒤늦게 이 행렬에 뛰어든 셈이라고나 할까? 

히치콕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는 스릴러의 아버지라 불릴만 하다. 그중에서도 대표작이라면 이 '싸이코'를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나는 이 영화를 사춘기 무렵에 보고 몇 십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이제 다시 보게 됐는데 역시 다시봐도 섬짓한 게 가히 모든 스릴러의 교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 유명한 욕조에서의 살해씬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명장면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저 씬을 과연 누가 감히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난 아직 못 봤지만(볼 가능성 또한 희박하지만) 이 작품에 대한 리메이크 시도를 한 감독들이 몇 있어왔나 보다. 하지만 역시 히치쿡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던 것 같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하지 않는가. 

어렸을 때 봤을 땐 충격과 놀라움 그 자체였지만 지금 다시보니 약간의 어색함 내지는 실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장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가슴 졸이게 만들고 충격으로 압도한다. 하지만 약간의 지루함은 어쩔 수 없다. 하긴 그것은 히치콕만이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옛날의 영화들 보면 장면전환이 요즘만큼 빠르지 않다. 그러니 그것을 문제 삼지는 못할 것이다. 

사이코는 히치콕의 거의 말년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여타의 다른 작품 보다 완숙미가 있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재밌는 건, 내가 첫번째로 이 영화를  봤을 때 발견하지 못했던 건 발견했는데 그것이 뭔줄 아는가? 영화를 보다 보면 중간 어디쯤 보면 안소니 파킨슨이 이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가 여자처럼 유난히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올라가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우스웠던지 우리는 두번씩이나 그 장면을 돌려 보았고 볼 때마다 쿡쿡거렸다. 그것은 어쩌면 유심히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안소니는 왜 갑자기 그렇게 걸을 생각을 했을까? 영화를 찍다 지루해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장난기가 발동해서 이렇게 걸어서 올라가보자고 생각했고, 그 찍은 장면을 히치콕도 보니 우스워 좋다고 오케이 사인을 보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혹시 기회가 되면 확인해 보시길...! 

사실 히치콕은 몇 개의 특징을 가지고 그만의 일관된 작품 세계를 이루었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하나는 그가 금발의 미녀를 좋아해 그런 머리를 타고난 배우, 그레이스 켈리(이창) 같은 배우를 쓰기를 즐겼다는 말이 있고, 지금이야 흔한 일이지만 그가 만든 영화마다 까메오로 출연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매우 가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평생 그가 키우던 개를 사랑했다는데 그것이 가정적인 것과 뭔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긴 개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 못 봤으니까 일맥상통이야 있겠지. 


히치콕의 생전의 모습이다. 
능청이 덕지덕지 하지 않은가? 그러니 오히려 안소니 퍼킨슨에게 계단을 그렇게 올라가 보라고 시켰는지도 모를 일이다.

히치콕의 능청스러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도 처음에는 무척 긴장된 마음으로 메가폰을 잡았을 것이다. 그러다 차츰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었겠지. 사실 그는 사람을 놀래키는데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것을 거의 배제했던 감독이기도 하다. 즉 순수히 사람만으로 작품을 완성해 갔다. 그래서 그토록 후대의 영화 매니아들은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는 누구보다 인간의 이상심리를 잘 이용했던 사람이다. 당시 누가 다중인격 또는 관음증이나 죄책감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자기 일에 어느 만큼의 경지에 올라서면 여유가 생긴다. 그것은 나태함은 아니다. 여유를 갖다보면 모든 프레임과 연출된 상황을 넓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 같다. 그것은 또한 의연함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능청스러움도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나는 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에게 또 한번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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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4-2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창,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에요.^^

stella.K 2009-04-25 13:34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