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 I Served the King of Engla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목이 심상치 않아 보기 시작한 영화였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를 배경으로 한 체코 영화다. 

그런데 결국 나는 저 거울을 들고 있는 남자 배우한테 빠져서 영화를 보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보았다.  

어쩌면 그리도 키 작은 배우가 그처럼 연기를 똑부러지게 잘 할 수 있는지? 어쩌면 그리도 본인은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도 보는이로 하여금 감동과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이 배우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체코의 영화는 그다지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이 배우의 이름이 확실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은 하난데 늙은 노역과 젊은이의 배역을 따로 하다보니 누가 누군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럴 때는 배급사 측에서 좀 더 배려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저 배우 연기를 보면서 꼭 채플린을 보는 것 같았다. 작달막한 키에 모든 움직임 하나 표정 하나가 채플린을 연상케 한다. 



난 이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뭔가 모를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주연급 배우라면 뭔가 잘 생기거나, 힘있어 보이거나 암튼 뭔가의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스토리 자체도 멋있고 잘 생긴 사람이 끝내 승리하거나 사랑을 이루는 뭐 그렇고 그런 영화가 대부분인 영화의 세계에서 이렇게 키도 키지도 않고 특별히 잘 생기지도 않았으며 카리스마도 없어 뵈는 인물이 그처럼 영화 전반을 아우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 너무 흐뭇했다고나 할까? 

영화의 분위기도 나치 시대의 20세기 초중반 너무도 잘 살려냈다. 다소 딱딱하면서도 스산한 독일적 분위기. 체코 영화인 만큼 체코의 분위기도 그만하였으리라. 그러면서도 그 흐름은 시종 밝고 유머러스하다.  

하긴 그 시대가 암울하기만 했을까? 물론 많은 유대인들이 죽어나갔으니 결코 행복했다고는 할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시대가 암울 할수록 웃음의 요소를 찾으려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 아니겠는가?  

창작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암울한 시대를 찾아 그 시대에 바치는 헌사를 종종한다. 지금까지 나치를 배경으로한 영화가 잊을만하면 한번씩 만들어졌고 변주되어졌다. 이 영화 역시 그 시대의 헌사를 감행했다. 

자신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낮은 자의 자리 있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 자리가 더 세상을 잘 볼 수 있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섬김의 자리에서 세상을 보고 자신의 직업을 자신의 삶에 십분 활용해 보는 것도 지혜롭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장군이 되어야하고, 사장이 된다면 그를 보좌하고 섬겨야 하는 사람은 누가 하겠는가?  성경에도 누구든지 섬김을 받고자 원하면 먼저 섬기라고도 했고, 누구는 섬기는 자리에 있으니 나중엔 왕도 섬기게 되었더란 말이 나온다. 그러니 저 영화 제목도 어찌보면 성경적이다 싶기도 하다. 

 

스포일러겠지만, 나중에 주인공이 애써 모은 돈이 휴지조각이 되고 어처구니 없게도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 건 좀 억울하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워낙에 영특하고 낙천적이어서 그것을 그다지 원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담담히 받아 들인다. '인생 별거 있어?' 하는 마음이었을까?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 훗날 다시한번 보고 싶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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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9-03-1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제목의 책도 나온 거 같던데 같은 작품인가보네요 :)

stella.K 2009-03-10 15:51   좋아요 0 | URL
아, 이거 쫌 아까 자꾸 에러가 나서 저장을 포기했었는데 되는군요.
네. 맞아요. 책으로도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이 배우 너무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