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 Be With You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지금도 아련하다. 남편과 아내, 아들과의 더 없이 행복한 가정의 모습. 여름의 싱그러운 녹색의 이미지와 노란색의 해바라기의 풍광 등. 그리고 죽은 아내 미오가 1년 전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죽지만, 정말 약속처럼 그녀는 죽은 지 1년만에 남편과 아들 곁에 돌아와 꼭 비의 계절(장마 기간)만큼 살다가 다시 그들의 곁을 떠난다.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이야기. 하지만 소설이고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보는이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준다. 

 

 영화처럼, 죽은 사람이 어느 일정기간만이라도 다시 돌아와 살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처음 죽은 미오가 그들이 평소 잘 가는 숲속 허름한 창고에 죽은 듯이 앉아 있는 것을 봤을 때 약간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뭐야? 호러였어?' 하지만 영화는 나의 예상을 뒤엎어도 한참 뒤엎는다. 

그렇게 죽은 사람이 어느 일정 기간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있어준다면, 죽은 사람에 대한 오해, 상실감, 슬픔 등이 훨씬 반감이 되며 죽음을 좀 더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보면 아들 유우지가 자기 때문에 엄마가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어린 나이 때 그런 상실을 맛 보면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엄마 미오는 그것이 아니라고 말해 준다. 이것이 유우지에겐 얼마나 위로가 되는 것일까? 

미오는 그렇게 약속 같이 비의 계절에 돌아왔지만 자신이 죽기 전의 이 생에 대한 기억이 없다. 남편 다쿠미는 미오를 만나서 사랑하고 아기를 낳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준다. 그 과정에서 미오의 기억을 일깨우고 다쿠미의 사랑이 다시한번 피어난다. 

그들은 비의 계절이 끝나고나면 서로 헤어질 것을 알기에 그 계절이 끝나기 전까지 따뜻하고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더구나 죽은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왔으니 살아있는 부자(父子)의 삶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집안에 생기가 돈다. 

정말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애틋한지 전달되어져 오는 느낌이다. 사람이 그렇게 오랜 세월 천년만년 사랑하고 사는 것이 아닌데 이렇게 한 계절 사랑하는 것만큼만 사랑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사랑을 하고 사는 것인데 그래서 사랑만 해도 다 못 사는 생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시간을 허비하며 사는 것 같다. 

미오는 자신이 비의 계절이 끝나면 떠날 것을 알기에 어린 아들에게 계란 후라이 하는 방법, 빨래를 개는 법, 구두를 닦는 법 등을 찬찬히 가르친다. 한편 타쿠미는 장마가 예상보다 길어질 거란 말에 기뻐했고, 그리고 마침내 장마가 끝나는 날 회사에 있던 타쿠미는 마지막 아내를 만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집으로 달린다. 


이 영화는 시간을 해체해 사랑이 영원하며 변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는 영화다란 말을 하게되는가 보다. 현실에서는 그다지 있을 법하지 않는 것이기에 이 영화는 사람의 환상을 충분히 만족시켜 준다. 하지만 진실하고 영원한 사랑이 있다와 그런 사랑은 없다는 것은 결국 믿음의 문제는 아닐까?  

특히 내가 유심히 본 것은 미오와 타쿠미가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다. 서로를 그리워 한다. 간절히 그리워 했더니 정말 어느 날 전화가 오고 만나게 되고 첫 데이트를 하게되는 과정을 단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람과 사람에겐 텔레파시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정말 누군가를 간절히 생각하면 그에 관한 소식을 듣거나 그에게로부터 전화를 받게되곤 하는 경험을 하게된다. 그렇다면 난 왜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간절한 텔레파시를 보내지 않았던 걸까? 슬쩍 후회가 이는 건 또 뭐 때문일까? 영화를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 또는 좋아할 것만 같은 사람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없기 때문에 매번 사랑에 지고 소극적이 되는 내 모습이 역투사 됐다.  

모든 영화들이 다 그렇지만, 영화는 시간을 해체한 만큼 다양한 장면과 이미지가 자유롭게 씨앗처럼 뿌려지고 영화 말미에 그것을 훌륭하게 거둬드린다. 그래서 퍼즐조각 맞추는 듯 '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하는 나름의 쾌감도 느껴졌다. 시간을 해체해서 보여주는 감독의 열출력이 탁월하다. 앞으로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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