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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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나는 어느 극단에서 하는 저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햄릿>를 본적이 있었다. 그것은 어려운 부분은 거둬내고 오직 햄릿에 촛점을 맞춰서 새롭게 해석한 것으로, 나름 재밌고 볼만한 연극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연극이 원전에 충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해석과 새로운 버전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한다고 해도 희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서는 연극 자체는 불가능 할 것이다.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극으로든 영화로든 몇번을 마주하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말 셰익스피어는 지난 몇 세기를 거치면서 잠들 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해 보게된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럴테니 그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한번쯤은 묵념이라도 하고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햄릿도 그렇지만 오셀로 역시도 비슷한 맥락에서 비극임을 심감케 한다. 인간이 원래 객관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에도 또 다른 사람이 개입하게되면 많은 오해를 낳게 만들 수 있다. 오셀로 역시 그렇지 않은가? 오직 이아고의 꾐에 빠져 사랑하는 데스데모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는 그는 역시 갈대 같이 약한 자 일 수 밖에 없다. 아니 어찌보면 그는 한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불쌍한 영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보는 눈을 좀 달리해서 셰익스피어의 여자들을 보자. 데스데모나는 고귀한 집안에 태어나 끊임없는 모성으로 오셀로를 사랑하는 요조숙녀다. 어찌보면 셰익스피어 할배는 모성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햄릿의 오필리아는 또 어떠한가? 오필리아와 데스데모나는 같은 꼴이다. 햄릿을, 오셀로를 너무 사랑하다 미치거나 목이 졸려 죽는다.

오늘 날 이런 인물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의 작품에서 보는 건 그가 여자를 어떻게 그렸느냐가 아닐 것이다. 셰익스피어 할배는 남자를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고, 인간이 갖는 보편적 심리 즉 질투와 파멸, 죽음 등에 촛점을 맞추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그러한 것들로부터 자유할 수 없음을 얘기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날은 21세기고 데스데모나나 오필리아는 그닥 매력이 없는 존재들처럼 느껴진다. 그럼 점에서 셰익스피어는 마초라고 해야하려나? 물론 그 시대는 우리가 잘 아는대로 여자가 박제된 시대다. 오죽했으면 여자는 연극 배우로 쓸 수다 없어 남자에게 여자 역할을 맡겼던 시대가 아닌가? 그러니 여자가 작품에선 그다지 빛을 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 주자. 그런 점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한번 이 이야기를 완전히 뒤짚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아직 본적은 없지만 햄릿이 아닌 오셀로가 아닌 오필리아나 데스데모나의 싯점에서 재해석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접고라도 우리가 셰익스피어 그 이름 앞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시 같은 수사의 현란함과 인간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을 여지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서사가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오늘 날에도 끊임없이 만들어 지는 것처럼 그의 작품도 세대를 거듭해 번역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이 가장 최근에 번역된 책으로 알고 있다. 솔직히 나는 일반 독자고 고로 셰익스피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의 번역이 더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간간히 작품을 읽어 본 짧은 독서 이력이긴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누가 번역을 했던지 간에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을 번역한 번역자들의 수고와 노고 대해 헛투로 보아서는 안될 것 같다.

묵직한 계절 이 가을에 (다소 어렵긴 하지만)셰익스피어가 풀어내는 수사의 현란함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연극 한편 감상하면 금상첨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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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10-2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의 리뷰를 보며..제인 오스틴을 떠올립니다.
오스틴을 여자 세익스피어라고 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여자의 관점에서 쓰여진 작품...그 당시에 파격적이었다는게 이해가 되더라구요.
네...묵직한 이 가을에 세익스피어 속에 빠져보고 싶네요.


stella.K 2008-10-27 10:5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제인 오스틴! 언제고 한번 독파해야겠슴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