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동네 작가상은 젊다. 세상에 익히 이름을 알린, 또는 알리기 시작한 사람도 아닌,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사람에게 수상작의 영예를 준다. 문학동네야 우리나라 굴지의 출판사이고, 그 동네를 통해 문학상이라는 것을 받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면, 그 출발이 꽤 좋은 편 아닌가? 그런데 정한아라는 소설가는 전에 대산문학상도 받았다는데 나는 알리가 없었고,  이번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이는 아직 삼십도 안된 그야말로 젊은피다. 그런 그녀가 이민한 소설을 썼다면, 나는, 꽤 가능성있는 젊은 작가라고 감히 칭찬해 주고 싶다.

아직 문체의 깊이는 가늠할 수는 없지만(문체의 깊이는 삶의 깊이와 비례하는 것이 아닌가), 그 또래 쳐놓곤, 비교적 성실하고, 사유적이란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도 그 나이 또래라면 뭔가의 각을 세우고, 치기어린 똥폼도 잡을만할텐데, 그녀의 글을 대체로 따뜻하고, 긍정적이며, 깜찍하기 까지 하다.

사실 이 사회가 한창 직장을 구할 20대 그 나이에 밝고, 희망차게만 보이게끔 해 주지는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 소설에도 보면 작중화자인 '나' 은미는 백수다. 그뿐인가? 등장하는 인물들 저마다 하나 같이 상처있가 있지만 힘들게 삶을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따뜻하고, 긍정적일 수 있는 건, 자신을 비관적으로만 보지않는 것과 서로가 서로를 말할 때 다소는 과장과 거짓이 섞여있을지라도, 그것을 비판적으로만 말하지 않으려는 긍정적 자세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고모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야."

......(중략)

"생각처럼 나쁘지는 않은데 늘 우리의 밑그림을 넘어서니까 당황하고 불신하게 되는 거야. 이렇게 네가 나를 나를 보러 와준 것처럼 기대 밖의 좋은 일도 있는 거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거고. 고모는 그걸 알기 때문에 세상에 빚진 것이 없어."라고. 

 
   

 세상을 논리적이고, 똑똑해지고 싶다는 일념 하나에 매사에 사실적이고, 비판적으로만 본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하고,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인가? 그래서 어찌보면 여성적 감성이 이 세대에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모의 삶이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더라도,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고모는 현재 미국에서 아주 잘 살고 있으며 우주비행사로서의 공무를 잘 수행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20대가 보는 세상이(작중화자인 '나'가 됐든, 저자인 정한아가 됐든, 아니면 오늘을 살고 있는 이땅의 20대가 되었든) 그렇게 비관적이지마는 않은 것은, 그들은 비록 세상의 척박한 세상에 내몰려졌지만, 그들이 나고 자란 배경은 물질적으로, 정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안정된 가정이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한눈에 봐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들은 세상을 결코 비관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은 뭔가에 치우침이 없이 안정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우주비행사가 나오는 등장인물의 설정(실제로는 안 나오지만)은 낭만적이고, 깜찍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얼핏얼핏 느끼는 것은 이 책 역시 정체성을 찾는 탐구의 과정을 그린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남자이면서 여자적 성향 때문에 고민하고, 마침내는 성전환수술을 결심하는 민이에게서. 또 기자 시험에 매번 낙방하자, 친구인 민이에게서 작가가 되기를 권유 받지만, 작가, 특히 소설가를 가장 나쁜 인간 부류로 본다는 은미를 보에게서 그리고 미국을 여행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고모의 실체를 알게되기 까지의 모든 과정이, 마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가상한 노력으로 보여졌다. 특히 민이가 소설가를 안 좋은 인간 부류로 말하고 있을 땐, 지나치게 작위적이어서 오히려 실소가 나왔다. 사실 이건, 작품속에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등장시키는 것을 어느 면에선 부자연스럽게 느끼는 나의 편견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품에 작가가 나온다는 것은(직간접적으로라도) 결국 작가 자신의 정체성이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세상에 모든 글쓰기 행위는 정체성을 찾는 또는 확인 받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에 그토록 목말라 하는 것일까? 자신은 실제적인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첫 문장인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이 있느냐?"란 질문에 맨 먼저 봉착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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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1-1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 타고 있는 사람,
여기 하나 더 있네요, 스텔라님.^^ 꾸욱!

stella.K 2007-11-11 18:46   좋아요 0 | URL
우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사춘기 지난지 한참 오랜대도 말이어요. 또 사춘기 소녀마냥 아직도 줄타기를 하고 있다니...ㅋㅋ
추천은 고래 같은 저도 춤추게 만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