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살아남은 자의 증언 - 위장된 3차 대전과 잃어버린 청춘의 녹슨 파편
김정옥 지음 / 늘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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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패러디한 거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뭔가의 흥미를 유발한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가 연극 연출을 했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겐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이 방면으론 거의 대통령급 되시겠다.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며 한때는 회장까지 역임하셨다니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 에세이인데 스스로를 회색분자라며 젊은 시절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떠나 얘기할 수 없구나 싶다. 더구나 저자는 자본주의 인텔리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삶을 살았다. 예술을 사랑해서 중앙대학을 거쳐 서울 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전쟁 중 프랑스 유학을 할 정도니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는 프랑스에 도착하자 비로소 자유를 만끽했고 그 나라의 높은 예술 수준에 푹 빠져 공부했다. 그 점은 독자인 나도 부럽긴 하다. 무엇보다 비슷한 또래의 프랑스인들이 자신은 파시스트니 공산주의니하며 서슴없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데 놀랐다고 한다. 저자는 좌우익 어디에도 설 수 없는데 말이다. 좌도 우도 선택할 수 없지만 설혹 선택했다 해도 그것을 드러내기엔 우리나라는 얼마나 위험하며 용기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지금은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높아져 외국에서 유학을 오기도 하지만 역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교육 개방의 기회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또 학생 때 구맥회 멤버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그 유명한 구인회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하니 지적 허영과 호기로움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세대인 한국전쟁에 대해 많은 회의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로 인해 그가 아는 적지 않은 사람이 죽거나 사상 때문에 북으로 갔다. 그러면서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려고 했다.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의문스러운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어찌 보면 그건 당연하다.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인데 거기에 어찌 명백하고 타당한 이유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아직도 찾지 못한 희생자의 뼈골이 얼만데. 그 숫자만큼이나 규명되지 않은 진실이 숨어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전쟁에 대해 묻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맥아더와 트루먼의 관계 그 사이에서 낀 우리나라의 운명을 조명한 부분은 개인의 에세이로만 다룰 건 아니라고 본다. 어찌 보면 이 책은 개인은 역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조망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역사학자의 것 마는 아닐 뿐만 아니라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증언을 더 많이 들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나의 역사 지식은 일천하다 못해 통탄할 정도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을 내기 전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이고 조언을 듣고자 했다. 그러자 지인들은 좀 산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는데 잘 쓰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책을 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저자가 연극계에 종사를 해서 그런지 글이 간결하고 이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저자가 살아온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짧지 않나 싶다.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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