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안중근 범우희곡선 37
김춘광 지음 / 종합출판범우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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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 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라 여기저기서 관련된 공연물들이 심심찮게 올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론 안중근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이 10년 전부터 공연되고 있는데 사실 안중근 의사에 관해서는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오래전 연극으로 공연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춘광이 쓴 <희곡 안중근>이다.


이 책은 오래전 사놓고 거의 방치하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최근에야 완독 했다. 솔직히 사놓고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어 중고샵에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뭣 때문인지 그러질 못했는데 역시 책은 읽는 때가 따로 읽는가 보다.    

 

이 책의 초판 발행이 2010년으로 되어 있어서 작가가 정말 그 무렵쯤 출간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것은 아니고 출판사에서 오래된 희곡을 발굴 편집해서 출판한 것이 그해란 말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대사의 어법이 좀 올드하다. 이를테면 어미를 우나 소로 종결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안중근 의사에 대한 비교적 초창기 텍스트였을 것이다. 뭐 그런 것만 빼면 내용면에선 상당히 충실하게 잘 쓴 대본이라고 생각한다. 


총 4막으로 엮어져 있는데 한 막이 시작할 때마다 그 막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나 느낌을 자세히 적고 있다. 특히 3막 같은 경우엔 다른 막에 비해 짧기도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으로 썼음을 밝히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작가가 얼마나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썼는지를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알겠지만 안중근 의사는 김구나 윤봉길, 유관순 등과 함께 걸출한 독립운동가다. 작품을 읽으면서 독립운동가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 작품에선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그의 연보를 보면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학문보다는 사냥에 소질이 있었고 나중에 명사수가 되었다고 쓰고 있다. 그런 것만 봐도 독립운동은 그냥 마음만 먹었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겠구나 싶다. 언제나 그렇지만 준비된 자가 독립운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마을 예배당에 순회 연설을 온 안창호의 연설을 듣고 문명개화와 국권회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조국 독립에 헌신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조국 독립에 헌신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곧 가족을 버린다는 의미다. 그때 안중근에겐 손이 한창 필요한 어린 자녀들이 셋이나 있었다. 극 중 아내가 남편이 너무 보고 싶어 큰아들과 함께 만나러 블라디보스토크에 오지만 안중근은 나는 가족이 없다며 싸늘하게 돌려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는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족을 보길 원치 않았다. 물론 나중에 어머니가 지어 준 수의를 받긴 하지만. 당시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가족을 떠났지만 이렇게까지 매몰차야만 했을까, 그렇게 하는 당사자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그러기는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왜 안중근은 가족을 모른다고 했을까. 가족을 끌어안는 순간 자신의 독립의 의지가 꺾일 것을 저어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독립운동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면 가족들이 어떤 위해를 당할지 몰라 그렇게 했을 것이다. 독립운동가가 된다는 건 역시 보통의 의지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그는 이토 히로부미 즉 일본을 지극히 미워하고 경멸했다. 그 마음은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는 것 이상을 넘는다. 그래야 죽일 수 있을 테니까. 솔직히 당시 일본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 싫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독립운동가들은 불특정 다수를 미워했다기보다 특별히 한 사람을 미워했을 것이다. 얼마큼?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리만큼. 그래야 죽일 수 있을 테니. 또한 아무나 죽이지 않았다. 조선 통치의 뇌관이었던 그 사람을 사살해야 일본을 무너뜨릴 수가 있다. 저격을 잘못하거나 일본의 피라미를 죽여봤자 아무도 안 알아주며 오히려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다. 그러므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일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누군가? 조선통감부의 초대 통감이다. 당시 이 사건은 중국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나중에 그가 죽고 나서 사당을 지을 만큼 존경받는 인물이 된다. 


자신의 생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를 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본다. 우리가 세상을 살 수 있는 건 어쩌면 그날과 그 시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인도 모른다. 그것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두렵고 낙심돼서 어떻게 살겠는가. 현대에 들어와서 사형수들은 자신이 어느 날, 언제 죽을지 전날까지도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만 해도 그게 명시되어 있었는가 보다. 그가 죽은 날은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다. 전날 그는 물론이고 세 명의 감방 동료들 즉 우덕순과 조도선, 유동하는 잠을 자지 못했다. 날이 밝으면 한 사람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이고, 살아 있는 사람은 그것을 지켜볼 것이다. 삶과 죽음이 가까이 있으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멀면 또 얼마나 먼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그날 그들은 아침 9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조반으로 빵과 삶은 계란, 단무지 한 조각씩을 나눠 먹었다. 그야말로 그들에겐 최후의 조찬이다. 그들이 먹은 것 고스란히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살아갈 사람에게 터무니없이 형편없는 식사였을텐데 말이다. 


왜 그에겐 평범한 날들과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적인 행복이 주어지지 않았던 걸까.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죽어 마땅한 존재라고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민족이 그토록이나 경멸하고 미워했던 사람을 죽였는데 영웅인 양하지는 않더라도 자책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가 자책을 했다는 건 어쩌면 신앙인으로서의 양심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어쩌면 그가 죽을 때까지 해박한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동양평화론'을 썼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즉 그의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경멸과 미움은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대의 때문인 것을 증명해 주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 '동양평화론'은 끝내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죽기 바로 직전 "나는 동양평화를 위하여 한 일이니 내가 죽은 뒤에라도 한 . 일 양국은 동양평화를 위하여 서로 협력해주기를 바란다."며 천주께 기도한 후 순국했다고 한다. 처형이 조금만 늦춰졌다면 완성하지 않았을까. 요즘의 한일 양국 간의 갈등을 생각하면 그의 미완성은 뭔가를 시사하는 것도 같다. 정녕 양국이 평화 공존할 날이 올까.  


아무튼 이만한 정신, 이만한 태도로 무장하지 않으면 독립운동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작품은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교회가 순교자의 피로 세워졌다면 나라의 독립은 순국의 피로 세워졌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그분들의 희생과 노고를 잊지 않는다면 우린 분명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 가슴속에 존경하는 독립운동가 한 사람쯤 품지 않고 산다면 그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판물로든 공연이나 영상으로든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독립운동가의 삶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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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9-30 19:19   좋아요 0 | URL
쓰진 않았지만, 일본도 일본이지만 우리나라는 왜 제나라도
제대로 못 지키고 사나 싶어요. 사실 그게 더 화가나는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빼앗기지 않고 살아가는 걸 보면
그건 역시 우리나라 특유의 민졳성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이 좋아 독립운동이지 아무나 할 수 있겠습니까.ㅠ

2019-09-29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30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4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4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09-2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곡이라서 그런지 뮤지컬로 나온 작품이 있었던 것이 생각나네요.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stella,K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tella.K 2019-09-30 19:33   좋아요 1 | URL
서니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셨죠?
또 시작된 한 주도 힘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