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의 치정, 프로이트의 불륜

 

남진우 시인·명지대 교수

    • ▲남진우 시인·명지대 교수
    • 며칠 전 한 일간지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가브리엘 마르케스(Marquez)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Llosa)는 현재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대작가들이다. 이들이 오랜 앙숙 관계를 청산했다는 것이다. 한때 절친한 친구였던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원수 사이로 돌변했는데 거기엔 숨은 일화가 있다고 한다. 요사가 그의 부인과 별거 상태에 있을 때 마르케스가 그의 부인에게 접근하여 위로랍시고 이혼을 권유한 것은 물론이고 모종의 수작을 걸었다는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요사가 어떤 행사장에서 마르케스의 얼굴을 갈겨 눈가에 시퍼런 멍이 들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친구가 그 장면을 찍은 사진이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공개됐다고 한다.

      위대한 인물의 숨겨진 사생활은 늘 사람들에게 관음증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그것이 불륜이나 배신, 치정 등과 관계된 것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해에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Freud)에 관한 풍문 하나가 사실로 판명되기도 했다. 프로이트 연구자 중의 한 사람이 탐문 끝에 스위스의 오래된 호텔 다락방에서 프로이트가 그의 처제와 동침했다는 결정적인 증거, 즉 숙박부의 사인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처제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은 한때 프로이트의 후계자로 지목되었으나 학문적 견해 차이로 결별한 카를 구스타프 융이 퍼뜨린 것으로 알려져 왔다. 프로이트 지지자들은 이 주장을 배신자의 모함 정도로 치부해왔는데 한 연구자가 100년도 더 된 먼지투성이의 숙박부를 뒤지고 다닌 끝에 드디어 결정적인 증거를 찾게 된 모양이다.

      이런 소식에 접할 때마다 기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처럼 개인적으로 묻어두고 싶어한 비밀이 폭로되고 끊임없이 회자되는 데에는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당사자 중의 한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회고록이나 소설의 형태로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멕시코의 유명한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미국은 섹스를 한다’라는 소설을 무심하게 읽어나가다 깜짝 놀라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작가의 자전적 연애 체험을 각색한 이 작품은 1970년대 초 성탄절 파티에서 유부남인 한 멕시코 작가가 미국인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부녀인 한 여배우와 우연히 만나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작가의 묘사를 종합해 보건대 그 여배우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진 세버그임에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푸엔테스는 진 세버그라는 여자를 두고 로맹 가리라는 프랑스가 낳은 걸출한 선배 작가와 삼각관계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이들 일화가 흥미로운 것은 그 당사자가 한 시대를 풍미한 사상가요 예술가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어쩌면 진실은 드러나고야 만다는 평범한 상식에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내밀한 집념에 있는지 모른다. 세상엔 선인의 흔적을 뒤쫓는다며 창고 구석에 쌓인 옛 문서를 뒤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체험을 허구인 양 각색해서 내놓는 사람도 있다.

      진실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일 것이다. 갈등과 대립이 격화된 시대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진실과 거짓이 뒤얽혀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실을 기록하고 추적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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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이야 2007-04-14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잘 읽고 갑니다. 오늘 마르케스의 책들이 몇권 도착했는데..
    그 사람, 이런 일이 있었다니 좀더 친근감 갑니다.

    stella.K 2007-04-1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한꺼번에 구입하셨나요? 부럽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