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로 4월호를 마쳤습니다. 이메일 연재 두 달째를 보낸 셈이기도 한데 이즈음 참 많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연 내가 글을 잘 쓰고 있는 건지, 독자는 내 글에 얼마만큼 만족하고 있는 건지, 무엇을 느꼈을지 매일 생각하고, 매일 반성합니다.

    

언젠가 어느 독자분께서는 제 글이 감질나다고 말씀하셨는데,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어느 정도 목에 힘이 들어가면서 그렇다면 난 성공한 거라며 의기양양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연재한 글을 한글 파일에 옮겨 담으면서 그렇게 생각한 게 너무 철이 없었던 건 아닐까 민망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구독료 9천원이면 그것에 합당하고 만족하게 글을 썼을까? 한편의 글을 쓰면 완결미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원래 짧게 끊어 읽어 가급적 독자들이 편하게 읽도록 해 보자는 게 의도였는데 너무 그 생각에 치우쳐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다시 읽어보니 얼굴이 좀 화끈거리더군요. 이렇게 완결미가 없고 불친절해서야 아무리 내 글이지만 나라도 읽을 것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명 같지만, 애초에 이 글의 모토는 짧은 글, 긴 생각이었습니다. 제 글이 하나의 자극제가 돼서 독자분들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요.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저도 어린 시절에 빠져 기분이 좋아지면서 차분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어린 시절이 항상 좋고 아름다운 기억만 있는 건 아니지만, 지나간 추억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윌리엄 맥스웰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기억이란 마음속에서 반복해 들리는 어떤 이야기이며 말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이 종종 바뀐다. 가끔은 자기 안의 이야기꾼이 나서서 상황을 재배치하기도 한다. 어쨌든 과거에 관한 한 우리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그러므로 소설이란 본인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장이 아니라 과거를 재창조하여 독자를 매혹하는 것이다.’라고요.

    

정말 말이 좋아 기억 수집가지 저는 여러분에게 글을 보내려고 할 때마다 거짓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글을 쓰면서도 그때이랬는지 저랬는지 헷갈릴 때도 많거든요. 하지만 논픽션에도 얼마만큼의 픽션이 존재하고, 픽션에도 논픽션이 존재하는 만큼 이야기는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규명하는 것에 있기 보다는 작가와 독자가 함께 공감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작가와 독자가 만나 이야기의 축제를 벌이는 거죠. 실제로 전 그런 마음으로 쓰고 있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급적 많은)사람들이 저의 이야기를 읽고 나도 자서전을 써 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되면 좋겠다고. 자서전이라고는 했지만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지금까지 이메일 연재로 쓰면서 마음이 한 번도 안 흔들렸다면 그건 정말 거짓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순간 아찔해지고 기운이 빠져버릴 것만 같은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의 선배격인 이슬아 작가를 많이 생각합니다. 그녀도 처음엔 이러지 않았을까? 저러지 않았을까? 사람 마음 똑같은 건데. 그러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또 그러면서 글 쓰는 근육을 키워 나가는 것이겠죠.

    

앞으로는 조금 더 촘촘하고 알차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최소한 이 연재를 6월까지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가 있다면 연장해 볼 수도 있지만.아무튼 그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성실하게 쓰겠습니다.

    

이달에도 변함없이 구독료는 9000원이구요, 5월호 신청은 11일까지입니다.

혹시 저의 계좌번호를 잃어버리셨다면 이메일로 알려주십시오.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달에도 변함없이 이메일 연재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기억 수집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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