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이 작년 말로 해체했다. 꼭 10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해체 이유가 쿨하다. 진정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음악의 완성도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생각될 때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나 뭐라나.
그러고 보면 참
많이 다르다 싶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무슨 그룹이 해체한다고 하면 내부 불화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다못해 그렇게 위대하다던 그룹
<비틀즈>도 불화설로 해체하지 않았나? 1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그들를 좋아했던 대중들로선 아쉬움이 클
것이다. 아직도 이들이 쏟아 놓을 음악은 많지 않나? 2, 30년 하는 밴드들도 많은데 10년이면 긴 기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더 이상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다.
이들의 마지막
공연이 작년 말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있었다. 나는 뒤늦게 TV 다시보기로 최근에서야 봤다. 그들이 처음 데뷔 무대도
이곳이었다. 2008년 '헬로 루키'란 신인 발굴 프로젝트에서. 그 무렵 '싸구려 커피'와 '별일없이 산다'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한마디로
신선했다. 내가 중학교 시절 그룹 <산울림>의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솔직히 그때 '산울림'의 음악은 좀 낮설었다.
무슨 동요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가요라고 할 수도 없고. 성인 동요쯤 된다고 해야하나? 의아스러웠고 그런 노래라면 나도 만들겠다 싶은 것도
있었다. 특히 그들의 공전의 히트곡 '산 할아버지' 같은 경우. 그런데 나이들어 다시 들어보니 이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런 충격과
느낌이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고스란히 다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의 음악과 <산울림>의 음악은 색깔이나 취향이 좀
다르긴한데 분명 당대의 음악이 추구했던 것과는 명백히 차별됐다. 바로 그런 점에서 <장기하...>에서 '산울림'의 데자뷰를 느낀 것일
테고.
글쎄, 굳이
<장기하...>와 <산울림>이 같은 거라면 성인 아이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몸은 이미 성인이 됐지만 정서나 감정까지 성인이
되지 않고 철없는 아이로 남아 그 느낌과 시각으로 세상을 노래하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공통점은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 사랑하면 실연이 따라오는 법인데 실연을 겪고나면 어른으로 되어버리는 거니까. 아니면 전혀 다른 방식의 사랑을
노래하던가.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면 <산울림>은 아예 어린 아이의 시선 그 자체라면 <장기하...>는 루저라는 거다. 루저의 삶을 노래하고 나아가서
루저가 뭐 어때서 하는 당당함 내지는 저항을 얘기한다. 어찌보면 세상에 잘 나가는 사람에게 늬들이 루저를 아냐고 묻는 것도
같다.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난 이들의 초기 음악 몇 곡 외엔 잘 몰랐다. 공연을 보면서 이들이 참 많은 곡들을 만들었구나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그
곡들은 초기의 곡들 보다 훨씬 발전되고 스킬이 좋아졌다고나 할까? 그냥 이야기하는 것처럼 중절대는 것도
좋았다.
방송은 1시간
남짓이지만 실제 공연은 못해도 한 시간 반 이상은 하지 않았을까? 이들이 걸어 온 발자취를 보여주는데 처음 데뷔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말쑥하고
더 젊어뵌다. 특히 팀의 리더 장기하가 평소 조금 독특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실제 공연 모습을 보니 생각 보다 더 독특한 느낌이다. 무대에서
전혀 쑥스러워하거나 굳이 잘 보이려 하거나 꿀리는 것이 없다. 그게 카리스마라면 카리스마이긴한데 본인은 카리스마라고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10년 동안 늘
같이 하다가 이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는데 멤버들 저마다 어느 길로 갈 건지 알려지지 않아 좀 궁금하기도 하고 은근 걱정도 된다. 참고로
장기하는 큐레이팅 공연을 할 거라는데 나머지는...? 이러다 몇 년 있다 재결합할 것은 아닌지? 아무튼 잘 갔으면
좋겠다.
특별히 이 무대는
주최측에서 '박수칠 때 떠난다'란 타이틀을 붙여줬다고 한다. 이건 분명 영화 제목을 패러디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박수칠 때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