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 70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신민아 외, 최호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조승우가 점점 더 좋아진다. 나이들수록 그의 연기는 농익어 간다. 그래서 늦게나마 그가 출연한 영화가 뭐가 있을까 찾다 이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처음엔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 모르는 영화니 좋을지 안 좋을지를 모르겠는 거다. 게다가 무려 10년 전 영화다. 그의 필모를 찾아 봤더니 2000년 <춘향전>에서 이몽룡으로 나왔다. 생각해 보니 내가 그 영화를 본 것도 같다. 그땐 저런 신인 배우가 있는가 보다 했을 것이다. 그 후 8년 동안 연기를 쌓고 이 영화에 출연을 했다. 그도 지금 얼추 40 줄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의 그의 연기가 노련미라면 저때는 좀 더 열정적이었구나 싶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담보로 한다. 뮤지컬 영화가 그렇고, 비록 같은 계열의 영화는 아니지만 <원스>도 그렇다. 그런데 이 영화 음악을 소재로 했음에도 별로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70년 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때 어떤 가수와 밴드가 인기가 있었는지 2008년도를 사는 젊은 관객들이 알 리가 없을 것이다.  

 

사실 나도 가물가물하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데블스'란 밴드가 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때는 밴드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룹 사운드라고 했다. 영화를 보니 정말 있었던 것도 같다. 적어도 그렇게 믿게 되는 건, 이들을 둘러 싼 배경이다. 그 시절 대연각이나 대왕 코너의 화재 사건이 있었고, 풍기 문란이라고 해서 장발을 단속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은 통행 금지를 이유로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나이트 클럽에서 밤새도록 노는 문화도 단속 대상이었다. 그뿐인가? 대마초 단속하고, 멀쩡한 곡들이 금지곡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나의 그 어린 날 있어왔던 일이었다. 그러니 그 가운데 정말 '데블스'라는 그룹 사운드가 있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건 그런 그룹 사운드 보단 '봉봉 사중창단'과 '블루벨스'라는 역시 사중창단이 인기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 시절이 좀 우습긴 했다. 물론 나도 장발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머리를 강제로 잘릴 사안은 아니지 않는가? 또한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나이트 클럽에서 노는 걸 풍기 문란하다고 모는 것도 우습다. 금지곡을 선별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고 보면 그 시절도 어지간히 보수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그건 당시의 최고 지도자의 취향을 반영할 때가 많다. 그 시절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다. 그의 독재도 독재지만 가부장이 팽배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단속이 있었다는 건 왠지 가부장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문화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노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그 시대 젊은이들에게 웬지 경의를 표하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영화가 종반에 들어서면 전경들(?)이 해체됐다 다시 뭉친 데블스가 리사이틀 공연을 가질 때 공연장에 최루탄을 투척한다.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그때도 멤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경우에도 우리들의 젊은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계속 공연을 이어가고 보컬의 상규(조승우)는 어디서 호스를 끌어 와 물을 뿌리며 그 역시 계속 노래를 부른다. 그게 참 뭔지 모르게 찡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클리셰 같기도 한데 싫지가 않다.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지 않는가. 우리가 그때 놀지 않으면 언제 놀아 보겠는가. 

 

그런데 난 그 젊은 날 저렇게까지 놀아보지 못했다. 그저 독서하고 음악 듣는 거나 방해 받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지 않으면 늙어서 못 논다. 노는 것을 탄압 받으면 더 반항적이 된다는 걸 그 시절 데블스도 이 영화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그건 정말 맞는 얘기다. 사람은 놀 때 놀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늙어서 놀고 싶어도 못 논다. 몸이 따라주질 않는 것이다.

몇 장면이 인상적인데 그 중, 데블스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때 보컬을 맡은 상규가 공연하다 절정에 다다르면 꼭 여자 관객 하나를 무대에 세우고 지금은 돌아가고 없는 어머니를 부르며 불쌍한 표정을 한다. 그게 여자들에겐 모성 본능을 자극하며 공연의 열기를 최고조로 몰아가지만 멤버들 사이에선 갈등 요인이 된다. 특히 기타를 치는 만식이 비위를 건드리는 요인이 된다. 여자들에겐 모성 본능을 자극할만한 것이 같은 남자들에게는 갈등 요소가 되는구나 웃음이 나왔다. 사실 데블스는 두 개의 밴드가 합친 팀으로 기타를 치는 만식이 합치기 전에 자신도 나름 리더였다. 그것을 필요에 의해 보컬인 상규에게 양보했으니 어지간히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또 한 장면은, 장발 단속에 유치장 신세를 지게된 멤버들이 내친김에 누가 대마초를 피웠는지 고문 받는 장면이 나온다. 나중에 우여곡절 끝에 멤버들이 풀려나 간 곳은 공중목욕탕. 고문의 흔적으로 등이고 엉덩이고 시뻘건  상처가 보이는데 온탕에서 냉탕을 옮겨가면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으로 바꾸는 장면이 나온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이런 데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싶다. 결국 그게 리사이틀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왠지 모르게 꽤 인상적이다. 젊은 날의 희망은 그 무엇으로도 꺾지 못하는가 보다.

어쨌든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다. 좀 늦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주목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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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1-1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발 단속하던 시대에 제일 웃긴 것은 여성들 미니스커트 단속이었죠. 무릎에서 몇 센티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어요. 치마가 너무 짧으면 안 된다는 것이니 얼마나 웃긴 일인가요? 단속 경찰이 길이를 재기 위해 자를 갖고 다녔다고(제 기억에 따르면) 어느 신문에서 본 것 같거든요.
어이없음의 시대를 살았어요, 우리가...

stella.K 2019-01-14 13:34   좋아요 0 | URL
이 영화에도 그 얘기가 나와요.
남자는 장발. 여자는 미니스커트.
70년대 고고라는 춤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말하면서 그 시대 문화사가 나오죠.
금지곡 리스트도 좀 웃겼구요.
암튼 이 영화 꽤 오래 전에 개봉된 건데 이제 본게 좀 미안하더군요.
기회되면 언니도 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