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런 애니메이션을 개봉했는지 모르겠다.

디즈니 픽사도 감탄할 정도라고 극찬을 하던데, 정말 한편의 잘 그려진 수채화를 보는 것 같고, 너무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는 그래픽노블을 영화화한 것이라는데 우리나라엔 (아직)번역된 것 같지는 않다. 그림도 애니매이션이 훨씬 좋다. 작가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작가가 나름 젊을 것 같지만 작가도 이미 나이가 꽤 있다. 그러니까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할머니, 할아버지뻘 되시는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도 1920년 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의 부모님이 30대 중반쯤 됐을 때 처음 만나 사랑을하고, 결혼을 한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시간과 배경만 다르다뿐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하고 한편생 사는 건 똑같다. 왜 톨스토이가 그의 소설 <안나카레니나>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고. 원래 소설가들은 남의 행복엔 그다지 관심이 없고, 불행엔 지대하게 관심이 많다. 저 사람이 왜 불행한가? 뭐 때문에 불행한가? 누구 때문에 불행한가? 등등. 그리고 소설가들은 뭔가 이 불행한 자들을 대변해줘야겠다는 나름의 사명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별것도 아닌 남의 소소한 삶을 펼쳐보이는 크리에이터나 스토리텔러들이 어찌보면 더 대단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별 것 아닌데 소소하게 재밌고, 뭐 빠져드는 건 아니지만 나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으니 말이다. 거기엔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 노블이란 장치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소설이나 실사 영화로 보여줬다고 생각해 봐라. 별 세 개 받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 같은 제3세계 관객들이 보기에 이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기도 하다.

1920년 대 영국은 아직 TV가 나오기 전이었나 보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보다 더 늦게 보급이 됐지만. 아내 아델이 TV가 뭐냐고 묻자 남편 어니스트가 지금까지는 우리가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는데 그걸 집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얼렁뚱땅 에둘러 설명하는 장면이나, 역시 동성애가 뭐냐고 묻는 에델의 질문에, 어니스트가 "아, 에... 그러니까 말이지... 남자와 여자가 그걸 하는 게 아니고... 남자와 남자가..."하다가 따뜻한 물이 필요하다며 주방으로 쑥들어가 버리는 장면이 재미있다.

 

또한 이 시기는 히틀러로 인해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고, 때문에 그들의 하나뿐인 아들을 그들이 사는 런던에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한 국가적 시행에 부응하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다. 영국에서 과연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건 정말 부럽고, 본 받을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때만이라도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해줬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앞선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그밖에 노동당의 참패에 분개하는 어니스트를 보면서 한 나라의 정치가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으며, 평생 김대중 대통령을 미워하다 세상을 떠난 나의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또한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술에 대해 폄하하는 시선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도 한때는 배곪는 직업이라고 해서 아들이 화가가되는 걸 반대하지만 그렇게까지 심하게 반대하지는 못한다. 하긴 그덕에 이런 평범하지만 훌륭한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더 놀라운 건, 그 아들이 자라 결혼을 했는데 하필 조현병에 걸린 여자와 결혼을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194,50년 경에 조현병이라면 쉽지 않았을텐데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다기 보단 너무 지나친 개인주의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보면서 자신의 부모님을 회고하는 이야기를 만들 생각을 한 작가가 새삼 존경스럽단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내 부모님의 이야기는 써 볼 생각을 못 했다는 게 조금 부끄러웠다. 하긴, 작가가 약간의 MSG를 쳤을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부모는 대체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다. 그런데 비해 나의 부모님은 그닥 행복한 결혼을 한건 아니었다. 쓴다면 여자의 입장에서 평생 불화했던 엄마와 엄마의 시댁 식구들에 관해서는 써 볼 생각을 하긴 했다. 

 

항상 그런 얘기를 했지만, 개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그런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선 극히 일부에만 해당되는 일처럼 취급되어 진다.  

 

 김형경의 소설 <세월 1, 2>은 작가의 지난한 삶이 묻어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자전 소설이지만, 책속의 책이라 할만큼 작가가 읽어왔던 책 목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 책을 표현하자면, '그녀는 숨어 책만 읽었다.'라고 표현해도 좋을만큼 일종의 개인 서지학 같기도 하다. 그중 한때 저자는 뿌리 깊은 나무에서 발간 했던 민중자서전 시리즈를 탐독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난 그런 책이 있었다는 사실에 좀 놀웠다. 우리나라에 그런 책이 있었다니! 그래서 혹시 정보를 알 수 있을까 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있긴 있지만 90년대 초에 나온 것으로서 지금은 모두 절판됐고, 그나마 책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나와있지 않다.

 

개인이 존중되는 사회일수록 자서전이나 회고록 또한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민중 민요나 가요 또는 구전된 이야기도 초야에 묻힌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더 많이 알고 있을텐데 그들에게서 그런 이야기의 채취 작업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또한 그들의 삶에 대해 얼마나 귀기울여 왔는지 의문이다.

 

이제 개인의 이야기나 회고록은 활자로만 전달되는 것마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델과 어니스트> 같은 그래픽 노블이나 애니매이션 작업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지지 않을까? 뭐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이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한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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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6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7-17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영화 어느 분 서재에서 보고 찜해놓고선 아직 못보고 있어요. 스노우맨 이랑 그림에서 오는 느낌이 참 비슷한데 스노우맨도 약간 슬픈 결말이잖아요?
뿌리깊은 나무에서 나온 책들 예전에 이버지께서 여러권 가지고 계셨더랬는데 그 생각도 나고요.
요즘 영화 많이 보시네요~^^

stella.K 2018-07-17 14:4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스노우맨 제작팀이 만들었지요.
그러고 보면 이것도 결말이 슬프긴 해요.

뿌리 깊은 나무는 여러모로 안타까워요.
얼마 전 어디서 글을 읽으니 5공 언론통폐합 때
사라진 출판사 중 하나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도 최근까지 다시 책도 내고 하던가 본데
다시 주목 받는 출판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생각 보다 그리 많이 보는 건 아닌데...
월정액 들어서 안 보면 손해여요.
최근엔 미드도 접수했어요.
자막 들어간 거 안 보려고 했는데 늦바람이 들었나 봐요.ㅋㅋ

후애(厚愛) 2018-07-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픽노블 너무 궁금하네요.
근데 번역으로 나오지 않았군요.
나오면 바로 볼텐데..ㅎㅎ

영화 정말 많이 보시는군요.^^

stella.K 2018-07-17 18:29   좋아요 0 | URL
그래픽노블은 그림이 좀 그런 것 같더라구요.
차라리 애니메이션으로 보시는 게...^^
그리고 내용이 그리 어렵지 않아서
영문 원서로 가지고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