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떻게 체스를 버릴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체스가 우리를 지배하니까요. - P92

제 안에서 집중력이 깨어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가 그토록 심각하게 말했던 집중력, 체스 게임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주변세계로 관심을 확대하는 집중력 말입니다. 단순히 특정한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을 보는 것 말입니다. 많은 철학자가 추구했던 목적이죠. 그것이 타보리의 가르침의 일부이며, 제가 망설임 없이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길 그가 바랐음을 직감했습니다.
- P95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선택지를 버린다는뜻입니다. 우리가 선택할 필요가 없다면 우리는 불멸할지도 모릅니다. 저도 이 규칙을 따라야 했습니다.
- P100

제 일생, 삶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 기쁨과고통이 정체된 안개의 표면에서 표류했습니다. 그런 곳에선 사물들이 언제나 시선이 가는 곳에 있지는 않습니다. 그 무엇도 명확하거나 필연적이거나 논리적이거나 다른 사물들과 단순하게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그 무엇도확실한 경계나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지니지 않습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기억 속에서 아직도 불타고 있는 체스보드의 그 포지션만 빼고 말입니다. 불타는 덤불이 모세에게 강한 이미지로 남았듯이 그 포지션이 제게 그랬습니다.
- P101

마이어가 기다리던 수였다. 마이어는 이제 완전히안심했다. 체스 게임을 할 때와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즉 처음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긴장했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주 안정되면서 모든 것이 명확하고 논리 정연해졌고 아주 미묘한 변화에도 미래를 쥘 수 있게 됐다.
- P103

어떤 사람과 비밀을 나누는 것보다 그 사람과 가까워지는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 P110

저는 실수 없이 본능적으로 체스를 두었습니다. 잘못된 수는 아니지만 좀 약한 수를 두려 하면 잡으려던말에 손길이 스치기만 해도 폭풍이 다가올 때 돛대 위에나타나는 세인트 엘모의 불처럼 파란빛이 반짝였습니다. - P120

체스보드 위 세상은 전혀 작지 않다. 죄 없는 무해한 세상도 아니다. 때로 진짜 예술 작품처럼 창조적 행동에 속하던 것이 전대미문의 폭력 행위, 일종의 피 흘리지 않는 비밀 살인이 되고, 그 결과를 두 적수가 서로 확인하고 공유한 순간부터 체스는 무해하지 않다. 체스보드 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도전만이 두 사람을 이어 준다. 두사람은 둘의 합작품인 정신적 창조물의 양극으로 서로상대방의 우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게임에서 어느한쪽이 지속적으로 무자비하게 패배하는 일은 없다.  - P141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속된 라이벌 관계뿐아니라 재앙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재앙이라는 단어를 불가피한 힘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기 위해 사용한다. 불가항력적인 사건을 일으킬 뿐 아니라 모든 인간 원칙을 전복하고 극단적으로 광폭하게 행동하여, 우리를 만든 신과 더불어 우리 스스로가 현존하는 유일한 악이 아닐까 하는 의심, 아니 확신을 우리 안에 심어 주기까지 할 수 있는 지성, 그 지성이 안든 불가피한 힘 말이다. - P144

 사람들은 대부분 불안한 미래의 위협을 벗어나 다른 데로 마음을 돌리고 싶어 했고, 체스는 사십 년 후 활력 넘치는 개성의 소유자 보비 피셔와함께 나타나는 황금기와 비견될 만한 전성기를 누리고있었다.  - P163

 바로 그 시기 내가 참가했던 경기에서 처음 그를 만났다. 우리는 세상 어딘가에 나의 적수, 부정적인 분신,
생명나무의 거룩한 이름들과 반대되는 존재가 있다고생각한다. 현인들이 그 이름도 부르지 말라 충고했던 클리포스, 언제나 머리를 들 준비가 된 뱀, 절대 만나길 바라지 않지만 우리 존재의 일부이기에 결국은 부딪히고마는 맞수가 있다. 내 경우에 과거 세대의 노력을 포함하여 몇백 년에 걸친 모든 노력이 이 치명적인 충돌을 준비했던 듯하다.
- P166

육체적인 면에서도 우리는 사뭇 달랐다. 그 당시 나는 작고 통통했던 반면 그는 키가 크고 아주 말라서 짧은 바지를 입은 황새 같았다. 나는 갈색 곱슬머리인 반면 그는 가는 금발 직모가 관자놀이까지 덮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나는 유대인이고 그는 아리아인이었다. 베를린카이저호프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봤을 때, 사춘기소년이 된 그는 히틀러 유겐트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당시 독일에서 요란하게 촉망받던 새로운 인종의 체스유망주, 대표가 되어 있었다.
- P170

공격, 장악, 지배, 승리 같은 체스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놀라운 변화에 휩싸인 거대한 세상 현실에 똑같이 적용되었다. 1933년 5월 어느 날 베를린에서 거대한 화형식이 거행되었다. 화형대에서는 책이 불탔다. 프로이트, 프루스트, 아인슈타인의 이름이 적힌 책뿐 아니라 슈타이니츠, 님초비치, 루빈스타인의 이름이 붙은 책도 광장에서 불살랐다. 그사이 히틀러의 『나의 투쟁』은100만 부 이상 팔려 나갔다. 오케스트라는 멘델스존, 쉰베르크, 힌데미트, 기타 유대인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를 금지당했다. 1만 6000점에 달하는 그림과 조각품이 ‘타락한 예술‘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전시회와화랑에서 몰수당하고 파괴되었다.  - P171

곧 노골적으로 유대인을 보이콧하기 시작했다. 유대인이 공직, 대학, 의회에서 쫓겨나기 시작했다. 그해말에 이미 유대인 몇만 명이 이민을 결정했다. 역설적이게도 많은 유대인은 이 모든 현상에서 긍정적인 신호를보았다. 결국 메시아가 오기 전에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는가? 하지만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통탄스러운 예언이었다. 많은 유대인은 제약이 엄중했는데도 좀 더 남아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유대인도독일인 아니었던가? 많은 유대인이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고 조국을 위해 싸웠다. 조국의 이상과 영웅을 공유했다. 독일은 ‘그들의 조국이기도 하지 않았던가? 이 땅이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면 세계 어느 곳이 안전한은신처가 될 수 있겠는가?
- P172

우리를 마비시키는 공포가 스며들고 있었다. 우리는 게토의 삶, 소외된 삶으로 돌아갔고, 주변에선 군대 열병식과 집회가 빈번했으며, 시끄럽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공기 중에 울려 퍼졌다. 이미 세밀한 선별 작업이 이루어졌다. 모든 유대인 남자는 이름에 이스라엘을 붙여야 했고,
모든 유대인 여자는 자라(Sarah)를 붙여야 했다.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일시적인 체류 허가증을 소지한 방문객신분이 됐다. 우리를 대거 마다가스카르로 이주시키거나팔레스타인으로 돌려보낼 거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것은많은 유대인이 자신의 역사적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는의미였다. 그렇게 고대하던 약속의 땅은 어디에 있을까?
- P173

나는 즉시 그를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화려한 나치스 친위대 군복을 입었다. 그의 증오는 여전했다. 경멸하는 태도와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 P174

2만 명이 체포당해 강제 수용소로 이송되었다. 부서진 유리의 밤‘ 이라 기억될밤이었다. 끝 모를 학살의 시작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세련된 시적 이름이다.
- P186

넓은 수용소 마당을 지나갈 때 어이없게도잠시 편안함을 느꼈다. 세심하게 질서 잡힌 장소에서는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음악도 있었다. 축음기에서 나오는 탄호이저의 멜로디가 슈트라우스의 왈츠 멜로디와 두루뭉술하게 섞였다.
- P192

마우렌시그는 나치 시대에 체스가 유대인을 박해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됐다는 점, 아리안 체스‘의 우수성을 찬양하며 ‘유대인 체스를 비하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아 소설로 형상화했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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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05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엄청난 밑줄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겠네요. 미미님 곧 체스 시작하실듯 😄

청아 2021-07-05 16:11   좋아요 1 | URL
이런 작품이 품절이라니 너무 속상합니다.🥺

2021-07-05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5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5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5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고 싶다면 높이 올라가 보면된다. 전망이 바뀌면서 마치 자신이 신이 된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동정, 자비, 사랑은 상대적이고 우연한 상태이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게임 중에 희생된 체스 말에대해 사랑이나 동정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잠시프리슈는 과거에,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향수를 느꼈다. 불현듯 그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패배안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모든 것이 화려하고 풍요로워 보여도 늘 집단적 패배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패배에 익숙해진 듯했다.
무엇이 그 꿈꾸며 돌아다니는 대중을 일깨울 수 있을까? 아마도 전쟁은 절대 아니다.
- P27

게임 앞에서 체스 선수는 세상을 대하는 것과 똑같은 편향된 태도를 드러낸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으며 자신감과 편협함을 동시에 보여 준다. 프리슈는 자신이 순수한 체스 선수라고 생각했고, 논리적이고 일관되지 않은 것, 적어도 기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모두 싫어했다. 그는 게임의 질보다는 남아 있는 말의양에 기초해 옳고 그름을 평했다. 결국 프리슈는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비단 체스에서만은 아니었다. 그는자신의 뿌리 깊은 확신을 전혀 철회할 줄 몰랐다.
- P33

우리는 이따금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대상을 일부 취하게 되기도 한다. 그 순간 프리슈도 자신이 그토록 비난했던 바로그 수를 쓰고 있었다. 자신의 믿음을 부정하면서 분명 그는 규칙을 어기는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자기 적수의 관점을 택하면서 체스보드를 돌려 보는 것만으로 상황이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처음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 P34

"모든 것은 체스를 향한 열정에서 시작됐습니다. 전 아주특별한 방법으로 체스를 시작했죠.……"
- P46

열세 살 즈음에 체스가 제 열정을 일깨웠습니다. 참이상한 방식으로 열정이 되살아났죠. 마치 하나의 사인처럼, 체스는 이중의 본질을 드러냈습니다.
- P49

체스보드 말고도 아버지는 체스에 관한 책을 적지않게 남겼습니다. 저는 난해한 상징의 바다에서 난파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피상적으로나마 열심히 책을 읽었습니다.
- P54

피타고라스는 신이 기하학자라고 주장했지만 저는 신이 영원히 체스를두는 체스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 P58

"보게,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체스 선수가운데 하나였던 심리학자 루번 파인에 따르면 서로 반대되는 두 종류의 체스 선수가 있네. 한 부류는 영웅으로체스 외에는 다른 종교도 다른 존재 이유도 없는 사람들이야. 모든 만족이나 기쁨을 체스보드와 승리에서 얻지.
반대로 패배를 당했을 때는 모든 형태의 고통이나 죽음같은 공포를 맛보고 말이야. 영웅은 체스라는 전쟁터가없는 삶을 이해할 수 없으며 싸우지 않고는 살 수가 없네, 체스만이 삶을 지탱해 주고, 실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흥미를 잃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순간 영웅은 죽는다네. - P83

"반영웅은 영웅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체스 선수가될 수 있네. 라스커처럼 세계 챔피언까지도 될 수 있지.
악마에게 무조건 영혼을 팔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하게몇몇 원칙을 세우지. 오직 체스 때문에 살지는 않아, 알겠나? 자신에게 선택의 자유를 남겨 두는 사람이야. 예를 들어 라스커는 수학자요 철학자였고 음악을 좋아했네. 훌륭한 브리지 선수였고 말이야."
- P83

추크츠방: 어떤 수를 써도 체크 메이트 당할 수밖에 없는 불리한 상황을 가리키는 체스 용어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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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5 0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의 체스이야기 만큼 재밌을까요˝
게임보다
체스 ‘말‘ 재질 종류, 색깔별로 수집만 하고 있는 1인! ⌒ ‿ ⌒

청아 2021-07-05 00:20   좋아요 2 | URL
뒤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점점 미스터리가 상승하다가 138페이지에서 정점을 찍었어요! 이 페이지 🌟 5개확정입니다ㅋㅋㅋㅋ😉👍 스콧님 체스 갖고 계실줄 짐작했던 1인🤭

새파랑 2021-07-05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체스 두는거 좋아합니다 😄 근데 품절인데 별 5개 확정하시면 저같은 소시민은 어떻하라고 😭

청아 2021-07-05 10:27   좋아요 2 | URL
오 체스 둘줄 아시는군요! 체스 이야기라 읽었는데 미스터리 스릴러네요!도서관꺼예요ㅋㅋㅋ🤭
 

맞춤형 고문은 잔인하다. 당하는 사람한테는 갑절로굴욕이다. 그런데 보는 사람은 어떨까? 고문이 일어나는 장소가 지옥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는 곳이다. 《신곡》을 번역한 김운찬 선생은 콘트라파소를 ‘인과응보‘라는 말로 옮겼다(제28곡). 지옥의 잔인한 장면을 보며 오히려 통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 현실에서 우리는 바르게 산사람이 고통받고 뻔뻔한 사람이 잘나가는 모습을 너무 많이본다. 그래서 잘못한 사람을 우리는 상상으로라도 벌주고 싶다. 이것을 있어 보이는 말로 시적 정의‘라고 부른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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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4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못한 사람을 우리는 상상으로라도 벌주고 싶다. ]
인과응보!
오늘 하루 착하게 살귀!◟ʕ´∀`ʔ◞

청아 2021-07-04 13:2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제 상상속 지옥에 스탈린과 히틀러는 한 방에 있음요ㅋㅋ😆😉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고전문학, 회화, 신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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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일명 별밤에서 이문세씨가 별밤지기로 활약할때, 요즘과 같이 더운 여름이면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어느 날 친구가 주인공에게, 공부하다 뒤로 갑자기 펜을 던지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면 뒤에 귀신이 서 있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당연하게도 이 말을 들은 뒤로 주인공은 공부할 때마다 등 뒤쪽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당시 학생이었던 나 역시 안그래도 산만했는데 등 뒤쪽까지 걱정하느라 상당기간 더 산만해지곤 했었다.젠장ㅋㅋ) 아무튼 주인공은 어느날 너무 궁금한 나머지 뒤쪽으로 펜을 던진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놀라고 긴장한 주인공은 서서히 뒤를 돌아보는데 거기.....정답은 각자 상상에 맡김.


이 당시 내 침대 머리맡 벽에는 중세시대 미인의 초상화 같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 그림이 꺼림직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엄마의 강요에 못이긴 채 그대로 걸어둔 상태였다. 어느 여름밤. 별밤지기의 저 이야기에 너무 무서워하던 나는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갑작스러운 공포감이 나를 순간적으로 벌떡 깨워 일어났다. 그 순간 머리위에 걸려있던 그 액자가 베개위로 툭 털어졌다. 당연히 등꼴이 오싹했고 다음날 '역시 내 불길한 느낌이 맞았다'고 강력히 엄마에게 어필해서 그 액자는 내 방에서 퇴출당했다. 이후로 나는 꺼림찍한 느낌을 주는 인물사진이나 그림은 집에 잘 두지 않는다.그럼에도 좀비,호러,연쇄살인,미스터리,스릴러,느와르를 즐겨보는 내 심리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무서운 것을 보며 소리치고 얼굴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쳐다보는 심리라고 해야하나? 


마찬가지 맥락에서 지옥이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 같다. 누구도 지옥에는 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지옥이 궁금하니 오랜 세월 이야기 속에는 지옥의 이런저런 모습이 구현되어져 왔을 것이다. 중국의 두자춘 부터 오디세우스와 단테에 이르기 까지 문학과 미술사에 남은 지옥과 악의 모습들,관련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긴건 좋았지만 가독성이 좀 떨어진 편이라 막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 때문에 읽는 동안에 전반적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좋았던 건 지옥에 관한 그림들을 설명과 함께 감상한 것과 아득하게 느껴졌던 단테의 '신곡'에 대해 어느정도는 길잡이가 되어주었다는 점이다.


P.55 "(세상의 끝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을 거부하지 마라.
그대들의 타고난 천성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짐승처럼 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덕성과 지식을 따르기 위함이었으니." 
단테의 신곡<지옥편> 제26곡에서 오디세우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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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4 11: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__∧
┻┳|•﹃ •)
┳┻|⊂ノ
┻┳|J댓글 찜👆

청아 2021-07-04 11:22   좋아요 4 | URL
٩(๑❛ᴗ❛๑)۶🌹

scott 2021-07-04 13:00   좋아요 6 | URL
액자가 머리맡에 툭 떨어지다니
완죤 무섭 ㅎㅎㅎ
어두운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무서운 이야기가
시각적 호러보다 효과가 ✌인것 같습니다
이책 도판이 있는것만으로도 별 👌
[(세상의 끝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을 거부하지 마라.]
오늘의 밑줄 쫘악!

미미님의 지옥관광 코스
저도 끄읏!!

청아 2021-07-04 14:23   좋아요 6 | URL
아 그때 넘 무셥무셥ㅋㅋㅋ도판과 신곡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준 데 감사의 의미로 🌟 3개요. ㅋㅋ♡ฅ՞•ﻌ•՞ฅ♡

페넬로페 2021-07-04 14: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서운 이야기나 영상에 취약해 그것을 좀 멀리해서 그런지 지옥에 관심갖거나 알고자 하는 생각이 별로 없어요. 분명 천국으로 직행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데 지옥보다는 좀 나을것 같은 연옥이 있음에 안도합니다 ㅎㅎ

청아 2021-07-04 14:43   좋아요 6 | URL
ㅋㅋ친구 둘도 아예 그런 영상을 못봐요. 저도 ‘신곡‘까지 읽고 관심 끄려구요ㅋㅋㅋㅋ
이 책 볼때 건강한 멘탈을 위해 망겔 쌤 책 읽으면서 번갈아 봤답니다.🤭(유니콘 나오고, 앨리스 나오고♡)

새파랑 2021-07-04 17: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3등까지는 인정! 저도 미미님 글을 읽고 지옥에 대한 급관심이 생겨서 단테의 <신곡> 빌렸는데 ㅎㅎ 역시 어렸을때부터 범상치 않은 경험을 하셨군요. 그리고 추억의 별밤지기 까지!

청아 2021-07-04 17:31   좋아요 6 | URL
잘하셨어요.😆안그래도 읽을 책이 쌓였는데 읽은 책이 또 책을 추천하니 갈수록 태산이고 책산입니다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7-04 21: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별밤지기 소환! 저는 안 들었나봐요~ 무서운 얘기는 기억이 안 나네용~ㅎㅎ 볼펜은~ 볼펜은~~ 침대 위로?ㅋㅋㅋㅋㅋ
저도 손가락 사이로 무서운 거 봅니다~ ㅎㅎㅎ

청아 2021-07-04 21:34   좋아요 4 | URL
어떻게 아셨어요?ㅋㅋㅋㅋ제대로 확인하기 전에 이미 기절ㅋㅋ저는 한동안 벽에 등붙이고 공부...ㅠㅇㅠ

독서괭 2021-07-05 14: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 때는 겁이 많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링을 맛있게 밥먹으면서 보고 있더라구요?우후후후 그래도 액자 떨어지는 건 소름입니다. 잘 퇴출시키셨네요.

청아 2021-07-05 14:4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공포물 고수의 향기가 나는군여ㅋㅋㅋ링은 특유의 소리 따라하면서(회피?)봤던게 떠오르네요.

mini74 2021-07-05 15: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방별밤은 이문세가 아니었어요 ㅠㅠ 서울 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ㅎㅎ

청아 2021-07-05 16:01   좋아요 1 | URL
아 럴수럴수!!! 아니 왜때문에! 전국적으로 안됐던걸까요 넘 충격입니다. 🤦‍♀️

mini74 2021-07-05 16:03   좋아요 1 | URL
지방은 지방아나운서가 했어요. 특집 공개방송은 이문세걸로 방송했지요. 지방살이의 설움 ㅎㅎㅎ *^^* 서울로 전학간 친구가 테이프로 녹음해서 몇 번 보내줬던 기억도 나요. 그럼 돌려가면서 들었지요.ㅎㅎ

청아 2021-07-05 16:10   좋아요 1 | URL
아 ㅋㅋㅋㅋ그래도 나름추억을쌓아줬겠네요😄
 

이상한 나라와 체스 왕국은 창조되자마자 만유萬有의 도서관에 입장했고, 마치 에덴동산처럼 우리가 한 번도 발 디뎌본 적 없어도 그 존재를 익히 아는 곳이 되었다.
앨리스의 세계는 비록 어느 지도에도 나오지 않지만(멜빌은 "진짜존재하는 장소들은 절대로 지도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우리의 꿈속 삶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풍경이다.
- P54

이상한 나라는 그저 우리가 나날이 살아가는, 천국 같고 지옥 같으면서 연옥 같은 일상이 펼쳐지는, 삶을 헤쳐가려다 보면 반드시 헤쳐나가야 하는 미친 세상, 바로 그곳이다. 
앨리스가(그리고 우리가) 이곳을 여행하면서 쓸 수 있는 무기는 단 하나, 언어뿐이다. 체셔 고양이의 숲도, 하트 여왕의 크로켓 경기장도 언어를 이용해 통과한다.
- P54

우리의 사법 제도가 불가해하며 부당하다는 점은 카프카의 작품보다 훨씬 앞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하트 잭이 불려 나오는 재판정 장면에서 여실히 지적되었다. 그러나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 앨리스는 할 말을 참지 않고 문자 그대로벌떡 일어나 유죄 판결에 항거하는 반면, 우리 중에서 그런 용기를가진 사람은 드물다. 이렇게 대단한 시민 불복종 행위를 함으로써 앨리스는 꿈에서 깨어날 수 있지만, 우리는 물론 그럴 수 없다. - P57

스탈린의 악행이 한창이던 때 미하일불가코프는 파우스트의 계약을 러시아풍으로 한층 어둡게 해석한『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썼다.  - P65

20세기 초에 조지 버나드 쇼는 돈 후안에 대한 희곡에서 자신만의 슈퍼맨을 창조했다. 쇼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정치적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로 망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더 오래된 대안들이 실패하는 바람에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채택하게 된 제도다. 독재주의는 유능하고 자비로운 전제군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패했다지만, 인구 전체가 유능한 투표자여야 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 P78

텔레비전 드라마 〈빅뱅 이론>의 한 에피소드에서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인물 셸던은 공중에서 추락하는 사람을 받을 수 있는 슈퍼맨의 능력이 오류라고 주장한다. "로이스 레인이 추락한다고 쳐. 초기 속도는 초속 9.75미터이고 초당 그만큼의 가속도가 붙어. 슈퍼맨이 그녀의 아래로 날아들어 강철 같은 두 팔로 받아 안으려고할 때쯤엔 그녀는 시속 190킬로미터 정도로 낙하 중이겠지. 그의팔에 부딪힌 순간 로이스 레인은 정확히 세 동강으로 쪼개질 거야."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인다. "슈퍼맨이 그녀를 정말로 사랑한다면땅에 추락하게 놔둬야 해. 그래야 더 인도적으로 죽을 수 있다고"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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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4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프로필 문구 가슴에 새깁니다.
[읽는게 남는 것♡]

‘쟁여두지 말고 읽귀‘ ٩ʕ◕౪◕ʔو

청아 2021-07-04 00:33   좋아요 1 | URL
오오 ‘쟁여두지 말고 읽기‘!! 저도 이번달은 더 사고 모으기보다 있는 책 위주로 더 읽어야겠어요♡(≖ᴗ≖๑)♡

독서괭 2021-07-05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으 저도 이책 샀습니다 ㅜㅜ

청아 2021-07-05 14:47   좋아요 0 | URL
아아 독서괭님 노트와 펜 을 옆에 준비하셔요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