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고전문학, 회화, 신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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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일명 별밤에서 이문세씨가 별밤지기로 활약할때, 요즘과 같이 더운 여름이면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어느 날 친구가 주인공에게, 공부하다 뒤로 갑자기 펜을 던지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면 뒤에 귀신이 서 있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당연하게도 이 말을 들은 뒤로 주인공은 공부할 때마다 등 뒤쪽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당시 학생이었던 나 역시 안그래도 산만했는데 등 뒤쪽까지 걱정하느라 상당기간 더 산만해지곤 했었다.젠장ㅋㅋ) 아무튼 주인공은 어느날 너무 궁금한 나머지 뒤쪽으로 펜을 던진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놀라고 긴장한 주인공은 서서히 뒤를 돌아보는데 거기.....정답은 각자 상상에 맡김.


이 당시 내 침대 머리맡 벽에는 중세시대 미인의 초상화 같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 그림이 꺼림직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엄마의 강요에 못이긴 채 그대로 걸어둔 상태였다. 어느 여름밤. 별밤지기의 저 이야기에 너무 무서워하던 나는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갑작스러운 공포감이 나를 순간적으로 벌떡 깨워 일어났다. 그 순간 머리위에 걸려있던 그 액자가 베개위로 툭 털어졌다. 당연히 등꼴이 오싹했고 다음날 '역시 내 불길한 느낌이 맞았다'고 강력히 엄마에게 어필해서 그 액자는 내 방에서 퇴출당했다. 이후로 나는 꺼림찍한 느낌을 주는 인물사진이나 그림은 집에 잘 두지 않는다.그럼에도 좀비,호러,연쇄살인,미스터리,스릴러,느와르를 즐겨보는 내 심리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무서운 것을 보며 소리치고 얼굴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쳐다보는 심리라고 해야하나? 


마찬가지 맥락에서 지옥이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 같다. 누구도 지옥에는 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지옥이 궁금하니 오랜 세월 이야기 속에는 지옥의 이런저런 모습이 구현되어져 왔을 것이다. 중국의 두자춘 부터 오디세우스와 단테에 이르기 까지 문학과 미술사에 남은 지옥과 악의 모습들,관련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긴건 좋았지만 가독성이 좀 떨어진 편이라 막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 때문에 읽는 동안에 전반적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좋았던 건 지옥에 관한 그림들을 설명과 함께 감상한 것과 아득하게 느껴졌던 단테의 '신곡'에 대해 어느정도는 길잡이가 되어주었다는 점이다.


P.55 "(세상의 끝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을 거부하지 마라.
그대들의 타고난 천성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짐승처럼 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덕성과 지식을 따르기 위함이었으니." 
단테의 신곡<지옥편> 제26곡에서 오디세우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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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4 11: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__∧
┻┳|•﹃ •)
┳┻|⊂ノ
┻┳|J댓글 찜👆

미미 2021-07-04 11:22   좋아요 4 | URL
٩(๑❛ᴗ❛๑)۶🌹

scott 2021-07-04 13:00   좋아요 6 | URL
액자가 머리맡에 툭 떨어지다니
완죤 무섭 ㅎㅎㅎ
어두운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무서운 이야기가
시각적 호러보다 효과가 ✌인것 같습니다
이책 도판이 있는것만으로도 별 👌
[(세상의 끝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을 거부하지 마라.]
오늘의 밑줄 쫘악!

미미님의 지옥관광 코스
저도 끄읏!!

미미 2021-07-04 14:23   좋아요 6 | URL
아 그때 넘 무셥무셥ㅋㅋㅋ도판과 신곡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준 데 감사의 의미로 🌟 3개요. ㅋㅋ♡ฅ՞•ﻌ•՞ฅ♡

페넬로페 2021-07-04 14: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서운 이야기나 영상에 취약해 그것을 좀 멀리해서 그런지 지옥에 관심갖거나 알고자 하는 생각이 별로 없어요. 분명 천국으로 직행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데 지옥보다는 좀 나을것 같은 연옥이 있음에 안도합니다 ㅎㅎ

미미 2021-07-04 14:43   좋아요 6 | URL
ㅋㅋ친구 둘도 아예 그런 영상을 못봐요. 저도 ‘신곡‘까지 읽고 관심 끄려구요ㅋㅋㅋㅋ
이 책 볼때 건강한 멘탈을 위해 망겔 쌤 책 읽으면서 번갈아 봤답니다.🤭(유니콘 나오고, 앨리스 나오고♡)

새파랑 2021-07-04 17: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3등까지는 인정! 저도 미미님 글을 읽고 지옥에 대한 급관심이 생겨서 단테의 <신곡> 빌렸는데 ㅎㅎ 역시 어렸을때부터 범상치 않은 경험을 하셨군요. 그리고 추억의 별밤지기 까지!

미미 2021-07-04 17:31   좋아요 6 | URL
잘하셨어요.😆안그래도 읽을 책이 쌓였는데 읽은 책이 또 책을 추천하니 갈수록 태산이고 책산입니다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7-04 21: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별밤지기 소환! 저는 안 들었나봐요~ 무서운 얘기는 기억이 안 나네용~ㅎㅎ 볼펜은~ 볼펜은~~ 침대 위로?ㅋㅋㅋㅋㅋ
저도 손가락 사이로 무서운 거 봅니다~ ㅎㅎㅎ

미미 2021-07-04 21:34   좋아요 4 | URL
어떻게 아셨어요?ㅋㅋㅋㅋ제대로 확인하기 전에 이미 기절ㅋㅋ저는 한동안 벽에 등붙이고 공부...ㅠㅇㅠ

독서괭 2021-07-05 14: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 때는 겁이 많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링을 맛있게 밥먹으면서 보고 있더라구요?우후후후 그래도 액자 떨어지는 건 소름입니다. 잘 퇴출시키셨네요.

미미 2021-07-05 14:4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공포물 고수의 향기가 나는군여ㅋㅋㅋ링은 특유의 소리 따라하면서(회피?)봤던게 떠오르네요.

mini74 2021-07-05 15: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방별밤은 이문세가 아니었어요 ㅠㅠ 서울 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ㅎㅎ

미미 2021-07-05 16:01   좋아요 1 | URL
아 럴수럴수!!! 아니 왜때문에! 전국적으로 안됐던걸까요 넘 충격입니다. 🤦‍♀️

mini74 2021-07-05 16:03   좋아요 1 | URL
지방은 지방아나운서가 했어요. 특집 공개방송은 이문세걸로 방송했지요. 지방살이의 설움 ㅎㅎㅎ *^^* 서울로 전학간 친구가 테이프로 녹음해서 몇 번 보내줬던 기억도 나요. 그럼 돌려가면서 들었지요.ㅎㅎ

미미 2021-07-05 16:10   좋아요 1 | URL
아 ㅋㅋㅋㅋ그래도 나름추억을쌓아줬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