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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이야기 - 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
샐리 쿨타드 지음, 칼 제임스 마운트포드 그림, 서나연 옮김 / 탬 / 2020년 11월
평점 :
살다보면 이런 저런 미신을 많이도 주워듣게 된다. 어릴때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전해들어 습득하고 특정 상황이 닥쳤을땐 부모님으로부터 전달받기도 했다. 근거 따위는 없고 그저 '그렇더라','~해야 한다더라'는 식의 꽤나 부실한 미신들을 제법 비판없이 들어왔던것 같다. '미래의 남편 얼굴을 보려면 자정에 입에 칼을 물고 거울을 보면 된다'는 미신은 생각만해도 무서우면서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뭔가 잘못을 했던 나에게 엄마가 체벌하려고 빗자루를 드셨을땐 '빗자루로 맞으면 3년간 재수없다더라'는 미신이 생각나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미신이 그 부실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왜이렇게 전파력이 강한지, 언제부터 시작된건지 궁금해졌다. 최근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한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 준 셈이다.
와이즈먼 교수의 조사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미신을 잘 믿는 사람들은 내일에 대한 걱정이 많은 동시에 삶에 대한 통제 욕구가 강했다(나도 그 중 하나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를 바란다.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보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미신을 잘 믿는 경향을 보인다. 이 통계는 임금불평등, 교육 기회, 부의 분배, 보육 방식, 고용 기회 따위의 문제가 산적한현대 사회에서 여성과 젊은이들이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알려주는것처럼 보인다. 또한 불황기나 국가적 위기의 시기에는 주술적 행위가 증가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P10
미신도 신화처럼 과학이 세상살이의 많은 의문점을 해결해주지 못했을때 그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을 것이다. 그 뒤에는 사회의 불안요소들이 미신의 당위성을 지켜준셈이고 그런면에서 앞으로도 미신은 어떤 식으로든 어느정도는 유지될것도 같다. 재밌는 점은 미신이 '놀이 문화'처럼 지역과 국가, 문화에 따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띄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꽃잎을 떼어내면서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이 어떨지를 가리는 미신은 양자택일이라고 배웠는데 프랑스의 경우 좀더 서정적인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가부가 되풀이되는 단순한 구절에 엷고 진한 농도를 입힌다. 그들은 데이지 꽃잎을 뜯고 다소 시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는 나를 조금 사랑한다 ,많이 사랑한다 ,간신히 사랑한다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지속적으로 사랑한다 ,온 마음을 다해사랑한다 ,결혼해서 사랑한다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 P49
그리고 죽을 '사'死와 같은 발음으로 인해 동양에서 불길한 숫자로 알려진 4는 엘리베이터에서도 F등 다른 표기로 대체되곤 하는데 서양의 경우 13이 그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독교의 '최후의 만찬'과 관련된 이 불길한 숫자는 헐리웃 영화에서 '13일 금요일'을 주제로한 영화가 시리즈로 있을만큼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하지만 '불길함을 상징하는 숫자가 되었음에도 기존의 숫자 4만큼 그 불길함이 우리 문화에 내재화되진 않았다.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이 미신은 그리스도와 열두 제자의 마지막 만찬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성경의 요한복음 6장 70절은 다음과 같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희 열둘을 택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너희 가운데서 하나는 악마이다. (대한성서공회 성경전서 새번역 - 옮긴이)그 하나는 물론 예수를 배신하는 이스가리옷 유다를 가리킨다.- P116
나와 죽마고우인 한 친구는 중학교때부터 길에서 죽은 동물(비둘기,고양이등)을 발견하면 불길하다면서 즉시 침을 뱉고 나이만큼 제자리 돌기를 해야한다고 했다. 나까지 덩달아 돌게 만들었는데 한해 한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많은 횟수를 돌아야 했고 결국 어느순간부터 우린 제자리 돌기를 포기?하게 됐다. 불쌍한 동물을 묻어주거나 길에서 치워줄 생각은 못하고 우리에게 나쁜 기운이 붙을까만 염려했던 철없던 시절이다. 그렇게 제자리 돌기를 하며 가엽게 죽은 동물에 대한 슬픔과 괜한 죄책감을 날려버리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미신에 얽힌 기억들을 소환하며 가볍게 읽어볼만하다.
2010년, 뉴욕에 사는 메리 샤마스 할머니는 버스에서 왼쪽 손바닥이 가렵기 시작했다. 오래된 미신을 떠올린 메리는 버스에서 내려 곧장 복권을 사러 갔고, 무려 6,400만 달러(한화 801억)를 상금으로 탔다.-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