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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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개항을 하고 외국과 문물을 교환했다. 그런 와중에 천주교 선교사들이 일본에 들어가 선교활동을 하게되고 많은 신자들을 모으게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집권초기에 천주교 보호정책을 쓰다가 이후 사교로 판정하고 금지한다. 과도한 세금 징수로 가난과 굶주림을 벗어날 수 없었던 농민들은 신앙을 갖게 되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게되고 불의한 현실에 차츰 눈뜨게 된 것일까. 정치적 위기로 느낀 정부는 천주교 신자들을 박해하며 급기야 살해하기에 이른다. 핍박이 한창이던 1632년경 포르투칼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가르페와 로드리고 신부는 자신들의 스승이었던 페레이라 신부가 일본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고문을 받고 배교(신앙을 저버리는 행위)한 사실을 전해듣는다. 심지어 페레이라 신부가 일본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둘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스승을 찾아 일본으로 향한다.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가려던 일행은 일본에서 포루투칼 선교인들의 입국을 금지시켰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래서 밀항을 위해 일본인을 찾게되고 고향땅을 밟고자하는 남루한 차림의 기치지로라는 사람을 만난다. 기치지로는 교활하고 비굴한 눈빛과 행동으로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었지만 일본에 도착한 두 신부는 그에 의해 도모기 마을 사람들과 접촉한다. 알고보니 이 마을 주민 모두가 비밀리에 천주교를 믿고 있었고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의 박해와 감시가 삼엄해 신부들은 낮에 숨어지내며 밤이면 교대로 그들을 찾는 신도들에게 세례를 해주고 고해를 받고 축복을 해주었다. 그러다 소문을 듣고 이웃마을에서도 신도들이 찾아오고 결국은 두 신부 모두 관리들에게 붙잡히게 된다. 


로드리고 신부는 이 모든 과정을 기록이 가능한 순간까지 글로 남긴다. 포르투칼에 있는 교회에 보고형식으로 편지에 쓴것이다. 믿음을 갖게 된 어린시절부터 로드리고 신부가 마음속으로 그려오던 예수님의 형상은 일본에서의 여정내내 그를 따라 다닌다. 로드리고 신부가 경험한 일본에서의 고난의 과정은 아마 배교한 스승 페레이라 신부의 여정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또한 예수가 유다에게 배신당하듯 로드리고 신부는 기치지로에게 배신당한다. 그리고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한 빌라도를 상징하는 듯한 관리 이노우에는 농민들을 고문하고 죽이며 로드리고 신부에게는 십자가 대신 농민들을 살리기 위해 배교하라고 종용한다. 참수된 신자들을 삼킨 어둡게 침묵하는 바다처럼 신은 이들의 고통에 침묵한다. 예수의 길을 따라 걷고자 했던 로드리고 신부는 마음깊이 미워할 수 밖에 없던 배신자 기치지로의 억울해하는 항변에 고뇌하고 흔들린다. 결국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길.


이 소설은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막바지에 이르던 시기의 실제 사건을 일본인 작가 엔도 슈사쿠가 각색하여 만들었다. 신부들의 숨막히는 도피과정, 신도들의 처절한 죽음에 침묵하는 신을 향한 고통스러운 로드리고의 신부의 질문을 따라가며 신앙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나는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을까? 위해를 가하려 하는 자 앞에서 신념을 굽히지 않을 자신이 있나? 엔도 슈사쿠는 고상한 이미지가 아닌 현실적이며 추하고 비열한 상황을 제시해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다. 누구나 유다를 비난할 수 있지만 모두가 예수처럼 죽음을 감수할 수 있는건 아니다. 그렇다면 평화로운 상황에서의 믿음이란 과연 온전한 것인가? 진실한 믿음이란 무엇일까? 



그리스도는 아름다운 것이나 선한 것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것이나 선한 것을 위해 죽는 일은 쉽지만, 비참한 것이나 부패한 것들을 위해 죽는 일은 어렵다는 것을 저는 그날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 P60


저는 오랫동안 성인전(聖人傳)에 쓰인 그런 순교를, 이를테면 그 사람들의 영혼이 하늘나라에 돌아갈 때 공중에는 영광의 빛이 가득하고 천사가 나팔을 부는 그런 빛나고 화려한 순교를 지나치게 꿈꿔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이렇게 보고하고 있는 일본 신도의 순교는 그와같은 혁혁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비참하고 이렇게 쓰라린 것이었습니다. 아아, 바다에는 비가 쉴 새 없이 계속 내립니다. 그리고 바다는 그들을 죽인 다음 더욱 무서우리만치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 P93



달이 차츰 둥그런 보름달이 되어 갔다. 옥사 뒤에 있는 잡목림에서 산비둘기와 올빼미가 서로 어울려 매일 밤 같은 소리로 울었다. 그 잡목림 위에 걸린 보름달이 기분 나쁠 정도로 붉은색을 띠고 검은 구름 사이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숨바꼭질을 했다.  - P213



인간이 성경 속에 쓰인 신비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신부는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모두 다 완전히 알고싶었을 뿐이다. "오늘 밤 너는 반드시 배교할 것이다"라고 통역은 자신 있게 말했다. 마치 베드로를 향해 그분이 말한 것처럼, "오늘밤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새벽은 아직 멀고닭이 울 시각은 아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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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5-25 1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고 싶은 책 중 하나에요~

청아 2022-05-25 12:27   좋아요 2 | URL
저도 다시 읽고싶어요! 몰입해서 읽었어요^^*

새파랑 2022-05-25 1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던 로드리고 신부의 고통이 가장 안타까웠어요. 살아남은게 어쩌면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린게 아닌 증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 책하고 <깊은 강>이랑 연결되는 기분이 듭니다 ㅋ 저도 깊은 강 리뷰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쓰지 고민중입니다 😅

mini74 2022-05-25 12:35   좋아요 3 | URL
이제 양파를 추앙할 때입니다 새파랑님 ㅎㅎㅎ

청아 2022-05-25 12:37   좋아요 4 | URL
그러게 말이예요! 도망칠수도없고 천주교인인데 무섭다고 목숨을 끊을수도 없고요. 엔도 슈사쿠가 어려운 문제를 제대로 다루었죠. 전작하고 싶어요!😭

새파랑 2022-05-25 13:01   좋아요 3 | URL
양파 ㅋ 퇴근후 리뷰냐 책읽기냐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

mini74 2022-05-25 12: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해서 더 몰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누구의 선택이 더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ㅠㅠ 미미님이 발췌한 글들 저도 줄 그으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

청아 2022-05-25 12:41   좋아요 4 | URL
유다의 입장을 다자이 오사무가 유쾌하게 다루었다면 엔도 슈사쿠는 날카롭게, 현실적으로 쓴것 같아요ㅠㅠ 슈사쿠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5-25 12: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사적 배경이 있는 소설이라 흥미롭게 읽을 것 같아요. 새파랑님이 말씀해주셔서 찜해놓고 있었는데 미미님 글 읽으니 더 뽐뿌가 오는군요~ㅎㅎ 이달 책은 이미 샀으니 다음달 지르겠습니다!^^;

청아 2022-05-25 13:06   좋아요 4 | URL
오가는 뽐뿌 너무좋죠!ㅎㅎ그래서 저도 다 읽고 자료를 더 찾아봤어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어요^^*

거리의화가 2022-05-25 13:10   좋아요 4 | URL
오 영화도 있군요~ 비교적 최근 영화네요? 2016년이라니... 사일런스! 제목이 딱 정직하군요^^ 책 읽고 함 봐봐야겠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청아 2022-05-25 13:13   좋아요 4 | URL
네! 그리 잘 만든건 아니지만 이 소설 읽고나서 가볍게 볼만했어요^^*

다락방 2022-05-25 14: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는 이 책을 잠자냥 님과 함께 읽게 될 듯합니다. 즉, 빨리 구매할 것 같단 얘기입니다. 미미님, 땡투 드립니다. 부자되세요!!

청아 2022-05-25 16:20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역시 다락방님의 영향력👍

페넬로페 2022-05-25 14: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배교한 신자들을 비판하기보다 끝까지 버티다 순교를 택한 신자분들을 더 존경해요.
모진 육체의 고통 앞에서 저 자신부터 신앙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을듯 해요~~
얼른 읽고 싶네요^^

청아 2022-05-25 16:24   좋아요 5 | URL
네~♡ 페넬로페님 말씀에 이 소설속 가르페 신부가 떠오르네요. 가장 눈물났던 장면이 그 신부님 마지막 모습이었어요ㅠㅠ
또 눈물나요ㅠ

레삭매냐 2022-05-25 15: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엇보다 에도 막부 위정자
들이 순교자들을 양산해 내는
방식 대신 배교를 종용하게 하면
서 가톨릭의 확산을 막은 게 놀
랍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에, 로마에서 사제로 유학
중이던 사촌 형님하고 어느 성당
에서 성유물 그리고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던 생각이 나네요...

청아 2022-05-25 16:28   좋아요 4 | URL
아 역시 레삭매냐님!!
참 교활한 방법이죠.

소설을 읽고 찾아보니 이 방법이 통했고 엔도 슈사쿠도 그점을 다루고싶어 이 소설을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필드 2022-05-25 2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고 싶었던 책인데 미미님 정리해주시니 꼭 읽어봐야 겠어요 종교서적으로 유명한 책이죠

청아 2022-05-25 21:13   좋아요 2 | URL
역시 그랬군요?!! 저는 그렇게 유명한줄은 모르고 새파랑님이 너무 좋다고 두번이나 강조하셔서 읽었어요. 마음에 파장을 크게 남기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레이스 2022-05-27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읽을때 긴장해서 배가 막 아팠던 생각이 나요.
15년도 더 됐는데...
당시 일본의 감시의 역사나 ‘7인의 사무라이‘ 영화를 함께 봤던것 같아요.

청아 2022-05-27 20:46   좋아요 3 | URL
저도 읽으면서 조마조마하고 뒤로가면서 가슴이 막 답답하더라구요.😭일본 역사를 잘 몰랐는데 조금이나마 공부가됐어요*^^*

‘7인의 사무라이‘ 궁금해요~♡

기억의저편 2022-05-28 2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어요. 저자 엔도 슈샤쿠의 ˝침묵˝ 소설에 대한 작가 노트 ˝침묵의 소리˝.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4769588

청아 2022-05-28 20:09   좋아요 2 | URL
오 기억의 저편님 반갑습니다.*^^*그리고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꼭 읽어볼래요👍

mini74 2022-06-10 08: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슈샤쿠바람을 일으키신 미미님 ㅎㅎ 축하드립니다 ~ 무슨 책 사실지 궁금한 *^^*

청아 2022-06-10 10:41   좋아요 4 | URL
미니님~♡ 감사해요!! 슈사쿠로 번돈 슈사쿠책을 또 구매했어요ㅋㅋㅋㅋ😆

새파랑 2022-06-10 11: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천재 구매천재 미미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젠 츠바이크에서 슈사쿠로 ^^

청아 2022-06-10 11:30   좋아요 4 | URL
<침묵>도 좋았는데 <사무라이>에 홀딱 반함요!! 새파랑님 덕분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6-10 11: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미미님 덕분에 기대치가 up~!!! 조만간 읽으려고 생각중입니다. 종교와 믿음이란 가치가 제겐 좀 낯설고 어렵지만 소설의 배경상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당선 축하드립니다!

청아 2022-06-10 11:52   좋아요 2 | URL
아~몰입도가 좋더라구요. <사무라이>는 더 뛰어나고요. 종교에 상관없이 인간적인 고민,번뇌를 듬뿍 느끼실거예요!! 거리의 화가님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2-06-10 1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앙이 무엇인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믿고 있지만 어떤 실체가 잘 잡히지 않고,
언제나 구하고 찾아가야 하는 여정인 것 같습니다.
미미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청아 2022-06-10 19:50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신앙은 끝없는 여정인것 같아요.
엔도 슈사쿠의 책을 읽고 좀더 생각해볼 수 있어서 뜻깊었어요! 감사해요~♡

서니데이 2022-06-10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청아 2022-06-10 21:55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06-14 0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얼대로 침묵 할 수 없는 리뷰 였습니다
미미님 이달의 당선 추카 !추카!
˚∧_∧  + —̳͟͞͞💗
( •‿• )つ —̳͟͞͞ 💗 —̳͟͞͞💗 +
(つ  < —̳͟͞͞💗
|  _つ + —̳͟͞͞💗 —̳͟͞͞💗 ˚
`し´

청아 2022-06-14 08:30   좋아요 2 | URL
스콧님의 표현은 늘 국보급입니다(>.<)/
💗💗감사해요 스콧님💗💗
 
미신 이야기 - 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
샐리 쿨타드 지음, 칼 제임스 마운트포드 그림, 서나연 옮김 / 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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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런 저런 미신을 많이도 주워듣게 된다. 어릴때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전해들어 습득하고 특정 상황이 닥쳤을땐 부모님으로부터 전달받기도 했다. 근거 따위는 없고 그저 '그렇더라','~해야 한다더라'는 식의 꽤나 부실한 미신들을 제법 비판없이 들어왔던것 같다. '미래의 남편 얼굴을 보려면 자정에 입에 칼을 물고 거울을 보면 된다'는 미신은 생각만해도 무서우면서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뭔가 잘못을 했던 나에게 엄마가 체벌하려고 빗자루를 드셨을땐 '빗자루로 맞으면 3년간 재수없다더라'는 미신이 생각나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미신이 그 부실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왜이렇게 전파력이 강한지, 언제부터 시작된건지 궁금해졌다. 최근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한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 준 셈이다. 


와이즈먼 교수의 조사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미신을 잘 믿는 사람들은 내일에 대한 걱정이 많은 동시에 삶에 대한 통제 욕구가 강했다(나도 그 중 하나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를 바란다.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보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미신을 잘 믿는 경향을 보인다. 이 통계는 임금불평등, 교육 기회, 부의 분배, 보육 방식, 고용 기회 따위의 문제가 산적한현대 사회에서 여성과 젊은이들이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알려주는것처럼 보인다. 또한 불황기나 국가적 위기의 시기에는 주술적 행위가 증가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P10


미신도 신화처럼 과학이 세상살이의 많은 의문점을 해결해주지 못했을때 그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을 것이다. 그 뒤에는 사회의 불안요소들이 미신의 당위성을 지켜준셈이고 그런면에서 앞으로도 미신은 어떤 식으로든 어느정도는 유지될것도 같다. 재밌는 점은 미신이 '놀이 문화'처럼 지역과 국가, 문화에 따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띄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꽃잎을 떼어내면서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이 어떨지를 가리는 미신은 양자택일이라고 배웠는데 프랑스의 경우 좀더 서정적인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가부가 되풀이되는 단순한 구절에 엷고 진한 농도를 입힌다. 그들은 데이지 꽃잎을 뜯고 다소 시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는 나를 조금 사랑한다 ,많이 사랑한다 ,간신히 사랑한다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지속적으로 사랑한다 ,온 마음을 다해사랑한다 ,결혼해서 사랑한다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 P49


그리고 죽을 '사'死와 같은 발음으로 인해 동양에서 불길한 숫자로 알려진 4는 엘리베이터에서도 F등 다른 표기로 대체되곤 하는데 서양의 경우 13이 그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독교의 '최후의 만찬'과 관련된 이 불길한 숫자는 헐리웃 영화에서 '13일 금요일'을 주제로한 영화가 시리즈로 있을만큼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하지만 '불길함을 상징하는 숫자가 되었음에도 기존의 숫자 4만큼 그 불길함이 우리 문화에 내재화되진 않았다.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이 미신은 그리스도와 열두 제자의 마지막 만찬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성경의 요한복음 6장 70절은 다음과 같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희 열둘을 택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너희 가운데서 하나는 악마이다. (대한성서공회 성경전서 새번역 - 옮긴이)그 하나는 물론 예수를 배신하는 이스가리옷 유다를 가리킨다.- P116


나와 죽마고우인 한 친구는 중학교때부터 길에서 죽은 동물(비둘기,고양이등)을 발견하면 불길하다면서 즉시 침을 뱉고 나이만큼 제자리 돌기를 해야한다고 했다. 나까지 덩달아 돌게 만들었는데 한해 한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많은 횟수를 돌아야 했고 결국 어느순간부터 우린 제자리 돌기를 포기?하게 됐다. 불쌍한 동물을 묻어주거나 길에서 치워줄 생각은 못하고 우리에게 나쁜 기운이 붙을까만 염려했던 철없던 시절이다. 그렇게 제자리 돌기를 하며 가엽게 죽은 동물에 대한 슬픔과 괜한 죄책감을 날려버리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미신에 얽힌 기억들을 소환하며 가볍게 읽어볼만하다.  


2010년, 뉴욕에 사는 메리 샤마스 할머니는 버스에서 왼쪽 손바닥이 가렵기 시작했다. 오래된 미신을 떠올린 메리는 버스에서 내려 곧장 복권을 사러 갔고, 무려 6,400만 달러(한화 801억)를 상금으로 탔다.-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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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5 21: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뱅글뱅글 돌았다니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합니다 ㅠㅠ우리나란 4를 싫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사계절 사방색 등 좋아했다고. 일제 시대부터 서양문화 들어오면서 퍼진거라고 읽었어요. ~~ 미미님이 소개해주셨던 너덜트 생각나요 ㅎㅎ

청아 2022-04-25 21:22   좋아요 5 | URL
이 친구때문에 엽기적인 행동 많이 했어요 미니님ㅠㅠ 외계에서 온 아이거든요ㅎ 사방색! 하긴 그렇네요. 문화행사에서도 쓰이니까요! 역시 미니님👍 일제시대의 산물이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4를 좋아해요^^;;아 너덜트 그 영상 재밌었죠ㅎㅎ

singri 2022-04-26 03:26   좋아요 1 | URL
개인적으로 4좋아함ㅋ

프레이야 2022-04-25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메리 샤마스 할머니 지금은 세상 뜨셨겠죠 ㅎ미신적인 건 믿기 시작하면 끝이 없겠다 싶어요. 그냥 무시하는 게 속편할 듯요. 전 시험치는 날 아침에 미역국 먹고 밤에도 손톱 깎아요 ㅋ 4는 네잎클로버만 봐도 행운의 숫자인걸요^^ 재미난 책 같아요.

청아 2022-04-25 22:19   좋아요 4 | URL
네ㅎㅎ 하나하나 지키려면 피곤할것 같아요. 저도 밤에 손톱 깎고 좋다는 꿈을 꿔도 복권은 사지 않아요.ㅎ근데 신발이 뒤집힌건 바로잡고 사다리밑은 지나가지 않아요(당연한 것만?ㅋㅋ) 그러고보니 네잎클로버 선물받았었는데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어요~이 책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

persona 2022-04-25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팥죽 생각나요. 나이만큼 새알 먹다가 죽을 거 같단 생각에 새알을 콩알만하게 만들었더니 아빠가 어떻게 이렇게 먹냐고 나이 수는 왜 세냐고 하시더라고요 ㅋㅋㅋ 먹을 거 없을 때 나이 많은 사람 공경하려고 하던 게 속설로 굳어진 거 아니겠느냐고요.

청아 2022-04-25 22:24   좋아요 3 | URL
새알먹기도 제자리 돌기만큼 해가갈수록 어쩜 힘든 거네요?ㅋㅋㅋㅋ 그걸 또 작게 만들다니 페르소나님 귀여우심요ㅋ 정말 그렇겠네요. 장유유서 개념에서 말이죠^^* 생각하면 할수록 떠오르는 것들이 많아 재밌는것 같아요. 각자 신경쓰는 미신도 제각각이고요.

persona 2022-04-25 22:37   좋아요 3 | URL
스무살 넘으면 이미 고된 퀘스트, 묘기가 아닐까합니다. ㅋㅋ 아무리 제가 떡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인절미 여섯개가 저한테는 한끼 밥(2/3공기)이랑 맞먹거든요. 이러면 여섯살 어치만 먹어야 하는 건데요. 며칠 나눠 먹어야지 안 그러면 큰일 날 거 같아요. ㅋㅋㅋ
콩알 새알심 아빠 나이만큼 넣었더니 이럴거면 찹쌀을 같이 죽 만들 때 넣어서 베스킨 라빈스 숟가락으로 두 숟갈만 주라고 하셨어요. ㅋㅋㅋ
그리고 단팥도 사실은 중국 고사에 젊을 때 죽은 아들이 팥을 싫어해서 그 아들 오지 말라고 팥죽 쑤어서 집에 뿌리는 게 유래였더라고요. 누군진 기억 안나지만. 그래서 보니 죽은 사람이 팥을 좋아했다면 팥 요리 해서 바쳐도 된다, 혹자는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저도 비비빅이랑 단팥 들어가는 모든 음식을 좋아하니, 죽을 때 제삿상 차려주는 이 있으면 저도 단팥 올려주면 좋겠어요. ㅋㅋㅋ 그런 생각 하고 보니까 동지에 굳이 단팥죽 먹을 필요가 없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아무때나 비비빅 먹어요. ㅋㅋ 팥죽 안 챙긴지 꽤 됐네요. ㅋㅋㅋㅋ
저 그러고 보니 장례식 갈 때 팥이랑 소금 챙겨간다는 거 이야기만 듣고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요. 그런 얘기들 들으면 넘 신기해요. ㅎㅎㅎ

청아 2022-04-25 22:51   좋아요 4 | URL
아ㅋㅋㅋㅋ팥에 그런 유례가 있었군요? 그럴듯 하네요ㅋㅋ인절미는 저도 많이 못먹어요. 팥죽은 보통으로 좋아하고 대신에 붕어빵은(미니) 만원어치씩 사서질리지 않고 먹어요ㅋㅋ재밌네요. 생각해보면 상황마다 별거별거 다있죠ㅋㅋㅋ

기억의집 2022-04-25 2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운이 젤 부럽네요!! 전 과학책을 읽기 전에는 영혼도 미신도 귀신도 하나님도 다 믿었는데 과학책 특히 물리 읽고 나서 아예 안 믿는데 사주 맞어 떨어지는 사람 보면 .. 호기심이 생기긴 해요.

청아 2022-04-25 23:29   좋아요 3 | URL
그러게 말예요ㅋ80억도 아닌 800억이라니 놀랍죠?ㅋㅋㅋ저는 이론물리학 조금 좋아하는데 종교적 믿음은 그대로예요. 오히려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비판적 의식이 생기긴 했는데 종교도 결국 사람이 개입된거라 그런거려니 생각중이예요. 최근 미니님 페이퍼도 그렇고 이런저런 글 보면서 종교가 미신과 함께 성장해왔구나 느끼고있어요^^*

페넬로페 2022-04-25 2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메리 샤마스 할머니의 오래된 미신이 뭘까요? ㅎㅎ
저는 친정 엄마가 하도 미신적인, 아니면 주술적인 말씀을 많이 하셔서~~
가령 밤에 손톱 깎지 마라
밤에 문턱에 발을 딛지 마라
~~하지마라, 이런 말들요.
그런게 질려서 딸아이에게는 그런말을 주입시키지 않고 키웠어요.
근데 간혹 가다가 핸드폳으로 시간을 확인하면 4;44일 수 있잖아요. 그럴때 좀 불안한데~~~
그레서 인터넷으로 4라는 숫자를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4가 완성된 의미가 많아 이제 그런 터부에서도 벗어나고 싶더라고요^^

청아 2022-04-25 23:34   좋아요 3 | URL
아~손바닥이 간지러우면 금전적 행운이 따른다는 미신이 있대요ㅎㅎ 것도 지역마다 왼손,오른손이 다르고 의미가 달라지고 하더라구요ㅎ 저도 엄마가 그런말 많이 하셨어요! 머리 커서는 몇번 되물었죠. 어디서 들으셨냐고 믿을만한 정보냐고요ㅎㅎ저도 4는 여러모로 좋은 숫자같아요. 간 맞출때도 뭘 사거나 할때도 여기저기 즐겨쓰고 있어요^^*

scott 2022-04-26 0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 나라 미신은 좀 섬뜻!ㅎㅎ

알라딘 서재에서 미신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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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털어버리능^^

청아 2022-04-26 09:55   좋아요 2 | URL
정말 그렇네요!ㅎㅎㅎ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서재미신!!
✧*。٩(ˊᗜˋ*)و✧*。
토끼 초 깜찍합니다.ㅎㅎ

singri 2022-04-26 0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느날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것때문에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전해지고 전해지고 하는게 신기하긴해요 ㅎ

청아 2022-04-26 09:57   좋아요 3 | URL
네ㅎㅎ 뭔가 뚜렷한 근거가 있는것도 아닌데 퍼지고 퍼지는데다 그걸 지키는 사람들도 있으니 놀랍죠^^*

다락방 2022-04-26 09: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 적에 길에서 죽은 쥐 보고 나이만큼 돌았던 거 생각나요 ㅎㅎ

저 매일 지하철이랑 버스 타는데 제 왼 손바닥도 좀 간지러웠으면 좋겠네요. 당장 내려서 복권을 사겠어요!!

청아 2022-04-26 10:01   좋아요 3 | URL
오 다락방님도 하셨군요!!ㅎㅎ 너무 반갑네요ㅎ

저 몇번 손바닥 간지러운적 있었는데 이 문장보니 조금 아쉽더라구요. 최소 8억정도 날린걸수도ㅋㅋㅋㅋ

새파랑 2022-04-26 1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미신(?)을 믿는 분들이 많군요~!! 미미님은 왠지 미신을 철썩같이 믿으실거 같아요 ㅋ 전 미신을 절대 안믿습니다 ^^ 그런데 미신 이야기는 재미있는거 같아요~!!

청아 2022-04-26 11:2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저는 미신과 아예 반대로 하는 것들도 있는걸요^^* 주워들은건 확실히 많은것 같아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미신을 신뢰한다고 합니다.

서니데이 2022-04-26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것들 중에도 미신에 가까운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예시로 나온 것들 중에 처음 듣는 것도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미미님, 좋은 하루 되세요.^^

청아 2022-04-27 11:12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웨딩카 뒤에 깡통달기도 그렇고 영화촬영전 제사지내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은근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것 같아요.^^*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ㅎㅎ 날씨가 화창하네요~날씨처럼 환한 하루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04-27 06: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은 동물을 보면 돌아야 하는 미신이 있었나요?? 저도 알았었다면 아마도 막 돌았을 것 같아요ㅋㅋㅋ
전 어린시절 친구들이랑 네잎 클로버 찾는다고 땡볕에 앉아서 빈혈 생기도록 찾았던 생각 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친구가 ‘찾았다!!!!‘ 네잎 클로버 들고 기뻐서 막 날뛰다가 옆 개울가? 암튼 거기 더러운 물에 빠져 발이 더러워져 막 울었던 기억이???ㅋㅋㅋ 행운을 찾았는데 바로 불행이!!!!ㅋㅋㅋ
저는 노란 택시 지나갈 때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 손을 흔들어 택시 기사 아저씨가 화답으로 손을 흔들어 주면 행운이 온다는 친구 말에 학교 마치고 오는 길에 친구들이랑 노랑 택시만 지나가면 얼마나 미친 듯이 손을 흔들어 댔던지....하루에 세 대여야 했거든요..쩝~~
세 대의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 아이 컨택트하고 화답 받고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되려 엄마한테 혼이 났거나 그러면 갑자기 분노했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ㅋㅋㅋ
전 지금도 혹시나 노랑 택시 🚕 만 보면 손이 올라갈 뻔 하네요.ㅜㅜ 행운을 바라는 전 미신을 좀 믿는 편인가봐요ㅋㅋ

청아 2022-04-27 11:25   좋아요 3 | URL
나무님~♡ 네잎 클로버 찾기는 정말 쉽지 않은데 빈혈이 생기실만 합니다ㅋㅋㅋ 노란 택시에 관한 그런 미신이 있었군요?ㅋ 기사 아저씨들은 그 이유를 알고 화답하셨을지 궁금해요ㅋㅋㅋㅋ 그러고보니 똥차보면 행운이란 말이 떠올라요! 인식 전환을 해서 사람들의 불쾌감을 없애려 했던 걸까요?*^^* 이사할때도 손 없는 날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꾸준히 지켜지는 미신도 꽤 있는것 같아요!ㅋㅋㅋ

페크pek0501 2022-04-28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체로 미신을 믿지 않지만 믿는 게 있긴 해요. 이사 가는 날은 손없는 날을 택하고 싶은 거요. 믿기보다 이왕이면 하면서요...
그리고 각 사람마다 태어난 날에 따라 행운의 숫자가 있는 게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재밌어서 기억하고 삽니다.

청아 2022-04-28 17:36   좋아요 4 | URL
페크님~♡ 저도 딱히 믿진 않는데 신경 쓰이는것들이 몇가지 있긴 하더라구요.^^* 별자리도 가끔씩 찾아읽어보고 꿈이 뒤숭숭하면 한동안 신경쓰이는 정도?요ㅎㅎ

2022-04-28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4-28 16:43   좋아요 2 | URL
기억에 의존해서 쓴거라 정확한지 모르겠습니다 ㅋ

2022-04-28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5-07 1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미님은 미신도 최고~!! 영상도 최고~!! 축하드립니다. 걱정없는 주말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청아 2022-05-07 10:01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새파랑님ㅋㅋ제 허접한 영상이 당선되어 깜놀입니다 알라딘에 뼈를 묻고싶어요ㅋ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5-07 17: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청아 2022-05-07 17:53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평화로운 주말 보내세요~♡

러블리땡 2022-05-08 0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ㅎㅎ 캬 미신 이야기 진짜 좋아하는 소잰데 리뷰 읽을수록 궁금한 책이었어요 ㅎㅎ

청아 2022-05-08 10:22   좋아요 3 | URL
러블리땡님 감사해요ㅎㅎ글밥이 많은 책도 아니라 가볍게 훑듯이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scott 2022-05-09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미미님 추카 합니다
미미님의 오월의 미신은

 /)⋈/) 。★
ミ^-^ミ / 。
o(づ♡ …─♣행운의 여신!^ㅅ^

청아 2022-05-09 16:47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스콧님!!😍
스콧님께도 행운가득한
5월이되시길 바래요🦄

페넬로페 2022-05-10 0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용**
우리 삶에서 미신을 완전히 배제하고 살 순 없겠죠.
엄마 생각 많이 났어요^^

청아 2022-05-10 11:26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페넬로페님💕
그렇죠. 미신은 곳곳에 다양한 이유로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저도 알고있는 미신의 상당수는 엄마가 얘기해주셨어요ㅎㅎ

mini74 2022-05-10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3관욍 ❤️❤️❤️축하축하드려요. ㅎㅎ

청아 2022-05-10 11:40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미니님🧡🧡🧡
가문의 영광입니다ㅎㅎ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그는 많은 책을 읽었다. 클럽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신경질적으로 턱수염을 잡아당기며 책이나 잡지의 페이지를 넘기는 그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얼굴 표정으로 보아, 그는 읽고 있다기보다 완전히 씹어 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 - P18


책에 관한 태도나 책을 읽고 있는 묘사가 나오면 늘 북마크를 붙이고 있다. 이 책을 읽던 중에도 역시 '읽고 있다기보다 씹어 삼키고 있다'는 표현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그동안 책을 제대로 씹어 삼킨적이 있었나?' 씹어 삼키고 싶은 책들이 분명 늘어나고 있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읽고 싶은 책들의 쓰나미 때문에 그런 여유를 부리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게 어리석다는건 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은근 넘기 힘든 강이 있으니까. 게다가 난 수영을 못한다. 좌우지간 합리화를 해보자면 재독으로 씹어 삼킬 책들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6호 병동

지방병원 별채에 6호 병동이 있다. 이곳에는 5명의 정신병자들이 있고 이 중 '이반'한 명만이 귀족출신이다. '이반'은 불안과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는데 첫 발췌문은 그가 자유인이었을때의 묘사다. 급격히 불행해진 가정사로 그는 점차 정신이 피폐해져 이곳에 오게 되었다. 병원에는 역시 책을 좋아하는 안드레이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는 신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아버지를 거역하지 못해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안드레이는 순응하는 삶을 그럭저럭 견뎌내고 있었고, 책을 읽는다는 위안으로 자신의 무료하고 기만적인 현실을 인내하고 받아들였다. 병원의 고질적인 병폐를 외면하는 것도 그런 삶의 일부였다. 그는 6호 병동에 들렀다가 이반을 만나 뜻하지 않게 사상적 논쟁을 벌인다. 그는 자신과 달리 갇혀있고 불안해하지만 지적이고 총명한 '이반'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내가 아는 것은 신이 나를 따뜻한 피와 신경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렇소! 유기적인 조직체는, 죽지 않았다면 모든 자극에 반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반응하고 있는 겁니다! 고통에대해 나는 비명과 눈물로 대답합니다. 비열함에 대해서는분노로, 혐오스러운 것에 대해서는 구역질로 대답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바로 삶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저급한 유기체일수록 감각이 무디고 자극에 약하게 반응합니다. 고등한 유기체일수록 더 예민하고 더 활발하게 현실에 반응합니다. 어떻게 이것을 모릅니까? 의사 선생,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모르나요?  - P67


나는 안드레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반의 주장에 다시 격하게 공감이 됐다. 이 두가지 다 맞는 거 아닐까? 하는 우유부단한 엔프피(ENFP)다운 생각. '이반'에 대한 호기심에 자꾸만 6호 병동을 찾아가던 의사 안드레이는 점점 변해간다. 주변 사람들은 걱정스럽게 그 둘을 바라본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는 굶주림, 추위, 모욕, 상실, 죽음에 대해 햄릿처럼 공포를 느끼도록 이뤄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느낌안에 삶 자체가 있습니다. 삶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 P68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워낙 많이 들어온 제목의 이 작품을 이제서야 읽게 됐는데 이렇게 짧은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자기 아내를 비롯해 여성이란 존재를 하찮게 여기던 난봉꾼 '구로프'는 휴가지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만난다. '안나' 역시 기혼이지만 남편에게 애정이 없는 삶을 살다가 혼자 시간을 보내러 여행을 오게 된 건데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얼마 후 두 사람은 헤어져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구로프'는 난생 처음으로 '안나'에게 사랑을 느낀다. 가벼운 연애였다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그녀를 떠올리고 그녀를 그리워하게 된 거다. 결국 둘은 서로를 진정한 반려자라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만나며 아끼게 된다. 단지 그들에게 불행한 것이 있다면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배우자가 존재한다는 것. 


요즘은 불륜을 떠올리면 늘 홍상수와 김민희가 생각난다. 이 둘은 아직은 잘 지내는 것같다. 불륜으로 파탄난 한 가정과 거기 딸린 자녀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면 분명 불륜은 범죄인데 소설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불륜은 평소에는 알고 싶지도 않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게 해 단순히 겉만 보고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일지 깨닫게 한다. '6호 병동'도 그렇지만 막상 '자기 일'이 되면 누구나 시각차가 생긴다. 그래서 편협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써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배움도 그렇지만 사람의 일이란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다. 


어쩌면 바로 이 변화 없음에, 우리 개개인의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에, 우리의 영원한 구원에관한, 지상의 끊임없는 삶의 움직임에 관한, 완성을 향한부단한 움직임에 관한 비밀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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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4-04 15: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체호프 작품(단편들) 언제 어디서든 읽어도 좋은! 섬광 같이 꽂이는 묘사나 명구가 아닌 우리 모두의 사소하지만 진솔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치열하게 읽기 보다 느슷하면서 여유로운 독서를! 미미님 독보적 달인 요🖐 순위 안에

청아 2022-04-04 16:36   좋아요 5 | URL
네!ㅎㅎ 요 며칠 순위가 많이 밀렸습니다.ㅎㅎ 저도 스콧님처럼 1000권 넘으면 여유가 생길까요?😅 두가지 이야기 다 마음에 쏙 들었어요.
발췌문들 두고두고 곱씹고 싶어요~^^♡

mini74 2022-04-04 18: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대표 불륜 맞네요. 개를~ 에서 전 불륜커플 금방이라도 헤어질 듯 느꼈는데 책이 끝날때까지? 책 밖에서라도 둘은 깨지지 않을까하며 봤어요. ㅎㅎ

청아 2022-04-04 18:19   좋아요 4 | URL
미니님~^^♡ 그쵸?!ㅋㅋㅋㅋ

저도 헤어질 줄 알았어요!ㅎㅎ 보통 파국으로 끝나던데 의외의 방향으로 흐르니 신선합니다. 이번 책도 만족입니다ㅎㅎ

그레이스 2022-04-04 20: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일이란 알면 알수록 어렵다는 미미님 말씀에 공감!

청아 2022-04-04 20:58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 할 책도 배움도 끝없고 사람도 마찬가지네요. 앎은 내 무지를 깨닫는 과정이 맞나봐요ㅎㅎ

새파랑 2022-04-04 2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체호프는 희망입니다 ㅋ 전 체호프 작품들의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좋더라구요. 중간중간의 허를 찌르는 문장도 좋고 ^^ 이제 열린세트 여섯권 남으셨네요 😆

청아 2022-04-04 23:56   좋아요 3 | URL
ㅋㅋㅋ새파랑님이 정답입니다^^♡ 이번 책 너무 좋았어요. 밑줄도 많이긋고 북마크 테이프도 잔뜩 붙이고요ㅋ 말씀처럼 열린책들에서 계속 만들어주었음 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4-05 09: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묘사가 책에 나타날 때. 저도 아직까진 재독삼독할 책이 무엇일까 알아가는 단계입니다만. 단편이 길이만 짧을 뿐이지 사유를 준다는 점은 같은 것 같습니다. 모른다는 걸 안다는 것이 사유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청아 2022-04-05 09:51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배우고 알아갈 수록 내 그릇의 빈공간이 얼마나 크고 황량한지 느껴지더라구요. 그 전에는 그것조차 몰랐으니 이것만 해도 사실 큰 기쁨이라고 봅니다^^*
 

클럽의 성별화전략은 이용자인 여성을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한다. 투자자는 수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면서도 문제가 발생했을때 책임은 가장 덜 가져간다. 한국 유흥업소의 시스템은 남녀 모두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성별화로 인한 착취구조로 기능한다.





여성 게스트들은 자신이 착취되고 있다고 인식하지 않고 '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클럽에 입장하고 남성들에게 선택받는 위치를 욕망하고 선망하기에 클럽에서 '여자'로 패싱되는 경험 자체가 즐거움이기도 하다. 남자-되기의 즐거움처럼, '매력적인 여자-되기'의 즐거움은 클럽이 여성 게스트에게 용인한 유일한 즐거움이다. p.40




여성은 클럽에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클럽의 이윤을 창출한다. 클럽에 여성 게스트가 없다면, 혹여 있더라도 남성이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접근할 수 있는 여성이 아니라면 남성들은 그 클럽에 가지 않거나 오랫동안 머무르며 술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클럽은 여성의 이미지로 홍보되고, 여성화된 몸 덕분에 굴러간다. 여성 게스트는 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신체를 관리하고 화장을 해야 하며 여자다운 복장을 갖춰야 한다. 만약 엠디를 통해 클럽에 입장했다면 엠디가 알선한 남성 게스트들의 테이블에 가서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셔야  한다. p.39





남성은 높은 주대를 감당하는 테이블 손님으로, 여성은 무료로도 입장 가능한 플로어에 배치하는 버닝썬과 아레나의 전략은 여성을 테이블이라는 '기회'를 갖기 위해 폭력을 감당해야 하는 존재로 격하시키고 남성이 자행하는 폭력을 여성에게 제공되는 '기회'로 번역한다. p.30


어떤 이는 클럽을 일탈문화‘로 규정하지만, 한국 사회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평등과 인권이라면 아레나와 버닝썬의 운영법은 용인되지도, 그곳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돈과 외모를 통한 선별과 차별이 만연하기 때문에 클럽에서의 차별도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클럽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혐오, 폭력은 현 사회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현 사회의 ‘반영‘에 불과하다. 버닝썬에 개입하려면 버닝썬의 토양이 된 한국 사회의 전면화된 유흥산업을먼저 문제 삼아야 한다. 또한 유흥산업을 바꾸려면 지금과 같이 남성만을 위한 유흥산업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남성유흥산업을 ‘밤문화‘, ‘지하경제를 방치한 채 그 안에서 벌어지는차별과 폭력은 외면하기 일쑤다. 폭력이 발생하는 환경이 어떻게, 누구의 이익을 위해 유지되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버닝썬 사건은 다시 발생할 것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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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2-03-19 15: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영업시간이랑 부킹이란 시스템 때문에 아직 클럽 한번도 안가봤습니다. 이젠 나이 때문에 갈 일이 없겠죠. ㅋㅋㅋ
입장료 안 싸도 되니까 모르는 사람이랑 돌아다니며 합석해야 하는 것좀 없었으면 싶어서요.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친구들이 가는 곳들은 내내 자리옮긴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곳들이어서 잘 안 갔던 거 같아요. 지금 새삼 대체 뭘 부킹(예약)하는 건가 생각해보게 되네요.

청아 2022-03-19 15:10   좋아요 5 | URL
저는 어릴때 친구따라 몇번 가봤었는데요. 그 부킹이란것이 이 책을 읽고보니 여성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상품화시키는 거더라구요. 부킹되어 이방저방 끌려들어가는건 ‘여성‘이잖아요? 아웅... 버닝썬은 그걸 더욱 악용했고요. 어쩜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이제야 깨달았다는게 참 신기해요. 클럽에선 그게 당연한 문화인것처럼 문제의식없이 모두에게 수용되는듯해요. 그런 면에서 페르소나님 안가시길 잘한겁니다ㅋㅋㅋ^^*

cyrus 2022-03-19 15: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흥 산업의 문제점을 권력 유착에 초점 맞추어 보려는 경향 때문인지 유흥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둘러싼 실질적인 문제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 같아요.

청아 2022-03-19 15:27   좋아요 3 | URL
네! 사이러스님.^^* 이 책에서도 그 점을 지적했는데요. 버닝썬 사태도 결국 권력 유착으로 이슈몰이가 되어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는 외면받았죠. 이런 식이면 유흥 산업의 성별화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가필드 2022-03-19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성범죄 처벌법이 너무 관용적인에 대해서도 화가납니다 법처벌문제도 엄격하게 진행해야 하는 건 아닌지… 매번 관련기사 나올때마다 불만입니다.

청아 2022-03-19 19:13   좋아요 3 | URL
그럼요!^^* 가장 답답한게 그런거죠. 입법 기관인 국회가 기득귄 남성위주다보니
노동자,여성들에게 무관심하고요. 대의 민주주의로의 제대로된 기능이 불가하다고 생각해요.엘리트,기성세대중심으로 과잉대표되어있으니 문제죠.육체노동자가,회사원이,교수보다는 선생님이, 더 많은 여성이 국회에 앉아있어야합니다.

그레이스 2022-03-19 19: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클럽 문화! 잘 모르는 부분이지만...
한 두 사람이 생각을 바꿔서는 변하지 않을듯 하네요;;;

청아 2022-03-19 20:17   좋아요 3 | URL
네 그레이스님^^* 워낙 뿌리내린지 오래라 조금 이상하다고 느낄수는 있는데 여성들조차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고요. 그래서 외국인들이 오히려 입장제한부터 비인권적이라며 불만제기하고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고해요.

mini74 2022-03-19 2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처벌이 약해요 클럽에서 즐기는 자유조차 여성들에겐 위험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처지라는게 참 불공평하죠. ㅠ

청아 2022-03-19 20:46   좋아요 3 | URL
네! 미니님^^* 되려 여성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하죠. ‘그럼 안가면 되지 않냐는 식‘으로요. 그런 피해자탓도 본질을 흐리는 태도고 원인제공자에 대한 책임은 지우게 되는 몹쓸인식인데 말입니다. 성별화된 유흥문화도 남성화된 사회적 구조의 뚜렷한 사례네요.

페넬로페 2022-03-19 2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년심판에서도 나오는데 가출청소년들 사이에 가출팸이라는게 있더라고요.
같이 모여 함께 지내는 곳인데 예상한대로 여학생들에게 매춘을 시키고 영상을 찍어 협박하고 그걸 팔아 또 돈을 벌고 ㅠㅠ
우리에게 닥치는 현실이 너무 무시무시합니다^^
클럽은 더 지배적이고 구조적, 체계적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 같아요^^

청아 2022-03-19 20:50   좋아요 5 | URL
네!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행위들,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의 고용불안정등 모든 불안정한 시기,장소는 차별적 사회구조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는것 같아요! <소년심판> 완결되면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2-03-20 14: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버닝썬의 관련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죠. 비밀스런 비인간적인 지하 세상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어요.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정신은 오히려 후퇴하는 걸까요.
개선할 점이 너무 많은 한국 사회... 입니다.

청아 2022-03-20 15:17   좋아요 2 | URL
네~페크님^^* 그러게 말이예요. 유흥문화가 기본적으로 여성을 상품화하는 경향이 문제인것 같아요. 클럽의 경우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은데 버닝썬은 여성착취 종합세트라고 할만큼 여러방법으로 악용했으니까요. 투자자들이 결코 몰랐을리 없는데 몇몇 꼬리자르기로 무마한걸 보고 결코 끝난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계속 지겨봐야할듯 해요!
 
화가의 친구들 - 세기의 걸작을 만든 은밀하고 매혹적인 만남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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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모든 작품은 자기 생의 변주이며, 화가의 모든 그림에는 자신이 들어 있다. p.136



렘브란트 판레인.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수업.1632

이들은 해부대 위의 창백한 시신을 둘러 싸고 있지만, 누구도 거기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시신의 발치에 놓인 책이나 튈프 박사 혹은 그림 밖의 관람객이다. 튈프 박사가 해부하고 있는 시신은 교수형을 당한 아드리안 아드리안스존이라는 인물이다. 소설가 W.G.제발트는 '토성의 고리'에서 렘브란트가 그림 속의 등장인물 누구도 아닌, 해부대 위의 시신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견해대로라면 더이상 말할 수 없게 된 화가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그림 그리는 손을 해부하도록 내맡기고 있다. 지극한 성공의 순간, 렘브란트는 이미 사람들의 환호 그 너머에 있는 심연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P.136



에드바르 뭉크.마돈나.1894

뭉크의 추도사는 당시 언론이 전혀 다루지 않았던 그녀의 일면을 알려준다. 그녀는 만인의 연인이었으며 무수한 작품에 영감을 준 모델이었으나, 그에 그치지 않았다. 잘못된 결혼으로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으나 그것 말고도 기억해야 할 점이 많았다. 다그니 유엘은 '인형의 집'의 노라가 깨어난 시대를 살았던 여성이다. 남자들과 똑같이 교육받고 똑같은 자유를 누리고자 했던 페미니스트였다. (중략)보헤미안들이 추구하던, 구속받지 않고 성적으로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했다. 매혹적이고 강인하면서 평온한 존재, 그녀는 뭉크의 이상형이었다. P.57




윌리엄 터너.눈폭풍:알프스산맥을 넘어가는 한니발과 그의 군대.1810~1812

그는 빠르게 구름을 스케치해 호크워스에게 보여주며, "2년 후에 이걸 다시 보게 될 거란다. 알프스산맥을 넘어가는 한니발이라고 부를 거야"라고 말했다. 터너의 말대로 , 이날의 스케치는 '눈폭풍:알프스산맥을 넘어가는 한니발과 그의 군대'라는 폭 2미터가 넘는 대형 캔버스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판리홀을 드나들며 관찰한 요크셔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고대 영웅들의 이야기로 거듭난 것이다. P.190


에밀 졸라와 절교한 세잔, 세잔이 '신처럼 너그럽다'고 말한 카미유 피사로,에두아르 마네가 살롱전에 출품했다가 낙선한 '풀밭위의 점심식사', 빈대학 강당에 천장화를 그리고 난 뒤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모욕적인 비난을 들은 클림트등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곳곳에 있다. 인연은 때로 서로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불타는 열정을 꺼뜨리기도 했다. 소소한 에피소드만 보면 때로 너무나 유치해서 과연 위대한 그 화가의 실제 이야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지만 사람사는게 거장이라고 다를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칭찬에 마음 약해지고 비판에 타오르던 의욕이 꺾인다. 다만 그들의 뒷이야기는 세월에 모래바람처럼 흩어지고 영혼을 담아낸 작품만이 상징으로 남아 불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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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19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젠 미술까지~! 미미님 미니님 이네요 ㅋ 첫번째 렘브란트 그림은 해설을 보니까 아! 했네요 ㅋ 역시 아는만큼 보이나 봐요 ^^

청아 2022-03-19 10:17   좋아요 3 | URL
네! 재밌게 읽긴 했는데 저는 미니님처럼 설명하지 못해서 발췌문 위주로ㅋㅋ에밀 졸라도 이곳저곳 나오고 좋았어요^^*

페넬로페 2022-03-19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에 대한 해석을 읽어보면 다시 그 그림이 보여요. 위대한 예술가들도 사람인지라 유치할 수 있겠죠.
오히려 더 치열하게 유치할수도 ㅎㅎ

청아 2022-03-19 12:19   좋아요 3 | URL
네 ㅋㅋ유치해서 더 좋아졌어요! 인간미가느껴지더라구요.미술사관련책을 꾸준히 읽어야겠다 마음먹었어요.다음은 <위대한 미술책>입니다^^*

그레이스 2022-03-19 1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사람사는게 거장이라고 다를게 없겠죠?!
서로 연결된 예술가들의 관계망이 흥미로워요.
전시회에서 작품을 마주치고는 화풍이 변하는 순간들도 흥미롭구요.
파리, 빈, 드레스덴,,, 등 유럽의 도시들은 용광로같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청아 2022-03-19 13:09   좋아요 3 | URL
용광로!! 탁월한 비유네요. 당시로서는 체감하지 못했겠지만 이 시대에 바라보면 그야말로 용광로 맞네요ㅎㅎ화가들이 문인들과도 이렇게나 많이 교류를 했는줄 몰랐는데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레이스 2022-03-19 13:00   좋아요 3 | URL
왜 이글이 비밀댓글로 됐을까요?ㅋㅋ
손가락이 문제네요 ㅎㅎ

청아 2022-03-19 13:10   좋아요 2 | URL
저도 바로 따라했어요ㅋㅋㅋㅋ

mini74 2022-03-19 2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좀 상투적이지만 그림은 화가의 일기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이 그림을 그릴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과 아울렸는지 알고나면 더 가깝게 다가오더라고요. ( 덤으로 경제사도 알게 될 때가 있지요 ㅋㅋ) 미미님 글 읽으니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맘이 드네요. ~ 미미님 편한 주말 보내세요 ~~~❤️

청아 2022-03-19 21:02   좋아요 3 | URL
읽는 동안 울고 웃고 감동하고 너무 즐거웠어요 미니님~🧡 전혀 상투적이지 않은데요?!ㅋㅋㅋ배경지식을 흥미롭게 읽다보면 역사공부도 되고 그림이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미니님 덕분에 책의 주제처럼 저도 새친구를 하나 더 얻은 기분입니다!!😄

scott 2022-03-19 2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와 절교한 세잔
속좁은 세잔!
화끈한 이딸리아 출신 친구 졸라 ㅎㅎㅎㅎ

그림이 품고 있는 이야기 넘 ㅎ 좋은 ^ㅅ^

청아 2022-03-20 11:01   좋아요 2 | URL
<작품>책 내용이 대체 어땠길래 절교했을까 궁금해요ㅎㅎㅎㅎ
스콧님 댓글보고 찾아보니 졸라 아버지가 이탈리아계네요?!! 😆

스콧님은 그림 관련 모르는 이야기가 없으실것 같아요!

singri 2022-03-19 23: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보러 가고싶네요.;;;

청아 2022-03-20 11:02   좋아요 3 | URL
저도요!! ㅋㅋㅋ어제 뉴스에서보니 요즘 전시회가 인기라고 해요. 구매율도 높아지고요😉

singri 2022-03-20 11:20   좋아요 3 | URL
네 전시회 고픕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