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마음에 이물감을 남기는 사건이 있다.지나간 뒤에도 구간반복으로 재생되는 기억. 많은 경우 그 말을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행동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같은 후회를동반한다. 후회는 사건이 가져다주는 감정이 아니라 자신의 반응이적절하지 않았다고 느낄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 심각한 어려움이찾아와도 스스로 적절히 대처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면 제자리걸음하며 마음을 앓는 대신 툭 털고 나아갈 수 있다.
삶은 반응을 요구하는 질문 그 자체다. 날씨, 교통상황, 광고에서본 반짝이는 물건, 가족과 동료의 말과 행동, 타인의 요구와 기대,
예측하지 못한 사건 등 외부 자극은 이어지고, 우리는 그 앞에서특정한 반응을 보이고 상호작용한다. 삶을 배운다는 건 반응하는법을 배우는 일이다. 중심이 단단한 사람은 외부에서 무슨 일이벌어지든 반응의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안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내가 이랬어˝라고 말하는 대신 ˝그런 일이 있었고, 나는이렇게 반응하기로 했어˝라고 말한다. 원인(사건)과 결과(반응) 사이에투명한 공백을 마련하고 찬찬히 주어의 자리를 회복한다
사건이 곧장 상처가 되지 않도록 사건과 나 사이에 검증 공간을마련하는 일, 익숙한 서사, 반복되는 패턴, 당연시되는 생각, 규율과의무감, 금기까지도 일단 무엇이든 그 안에 넣고 참과 거짓을따져보는 일, 소윤경 작가는 자기 안에서 피어오른 여러 의문형문장들을 사소히 여기지 않고 물음표를 모아 맞설 수 있는 용기로빚어낸다. 그렇게 스스로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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