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우리가 우리는 그랬어. ‘아, 끝까지 살아남기만 한다면.....… 전쟁이 끝나면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해할까! 아,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질까! 이처럼 처절한 고통을 이겨냈으니 이제 사람들도 서로 가엾게 여기겠지. 서로 사랑할 거야 달라질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니까. 철석같이 믿었지.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 미워해. 다시 서로를 죽이고, 나는 그게 제일 이해가 안 돼…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우리는………… 우리는 도저히 그게......p.553
스탈린그라드 근처에서... 부상자 둘을 전장에서 끌어냈어. 한 명......을 먼저 끌고 와 안전한 곳에 두고 다시 두번째 부상병을 데리러 갔지. 부상병들은 무겁디 무겁지, 그렇다고 전장에 버려둘 수도 없지, 그래서그렇게 차례대로 한 명씩 끌고 나온 거야. 두 사람 다 글쎄, 그걸 어떻게 설명한다. 그러니까 무릎 위까지 다리가 거의 절단되다시피 해서 피가 철철 흘렀어. 일분일초가 다급한 상황이었지. 그런데 전장에서 조금벗어나 포연이 옅어지는 순간에 보니까, 글쎄, 내가 그 고생을 하며끌고 나온 두 사람이 우리 전차병만이 아닌 거야. 한 명이 독일 병사인거야, 글쎄… 세상에, 얼마나 놀라고 기가 막히던지. 전장에서는 우리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판에 나는 적군이나 구하고 있었으니.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 포연이 자욱한 전장에서는 얼른 구분이안 되거든, 아군인지 적군인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며 ‘아,아∙∙∙∙∙∙‘ 하고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걸 어떡해. 두 사람 다 전신에 화상을 입어 새까맸어. 둘 다 똑같더라고. 하지만 자세히 보니까 메달도 다르고 시계도 다르고, 전부 다 아군 게 아닌 거야. 군복도 빌어먹을 놈들의 군복이고, ‘아, 일이 이렇게 됐는데 이제 어쩐다? 우리 부상병을 끌고 가면서 생각했지. ‘가서 독일 병사도 데리고 와, 말아? 내가그대로 버려두면 그 병사는 곧바로 숨을 거두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과다출혈로··· 결국 나는 그 병사를 데리러 되돌아갔어. 그리고계속 두 사람을 끌고 갔지.......스탈린그라드에서 있었던 일이야. 스탈린그라드전투는 정말 무시무시한 전투였어. 그렇게 끔찍하고 처참한 전투가 또 있을까.
‘심장하나는 증오를 위해 있고 다른 하나는 사랑을 위해 있다.‘ 그건 있을 수없는 일이지. 사람은 심장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나는 늘 어떻게 하면내 심장을 구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p.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