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소개팅과 미팅에서 여성의 외모만 묻는다는 우스게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거다.
어디 소개팅 뿐이랴. ‘여성‘이 포함된 모든 이야기에서 그녀가 ‘예쁜지‘의 여부는 빠지지 않는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반응한다. 즉 외모가꾸기에 열을 올리고 틀에서 벗어날까 노심초사하는건 일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여주인공은 예쁘지 않은 경우가 없고 드라마 초반에 ‘못생김‘은 후반에 ‘예쁨‘을 위한 초석이다. 아프리카에 다급한 항생제나 백신이 부족한 경우는 있어도 선진국에서 다이어트 약이 수급부족에 처하는 일은 없다.
여자는 탑이나 궁전 또는 동굴 속에 갇혀 있거나 바위에 사슬로 묶여 있게나, 포로가 되거나 잠들어 있다. 그녀는 기다린다. 언젠가는 나의 왕자가 찾아오리라……. 대중가요의 후렴구는 그녀에게 인내와 희망의 꿈을 불어넣는다. 여자에게 최고로 긴급한 일은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비록 대담하고 모험적인 성격이라 할지라도 모든 여주인공이 동경하는 대가가 바로 그것이다. 대개 그녀들에게 미모 이외의 다른 덕목은 요구되지 않는다. 신체적 외모에 대한 염려가여자아이에게 진정한 강박관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해된다. 공주는 양치기 소녀든 간에 사랑과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뻐야만 한다. 추하다는 것은 잔인하게도 심술궂다는 것과 결부되어 버린다. 그래서 추한 사람들에게 불행이 닥치는 것을 보면 운명이 그들의 범죄를 벌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볼품없음을 벌하는 것인지는 잘 알 수가 없다. 흔히 찬란한 미래를 약속받은 젊은 미녀가희생자의 역할에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준비에브 드 브라방이나 그리젤리디스38 이야기는 보이는 것처럼 순수하지 않다. 사랑과 고통이 그 속에서 불안한방식으로 서로 얽혀 있다. 여자가 가장 달콤한 승리를 거두는 것은 비천한 신분의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다. 상대가 신이 되었든, 한 남자가 되었든 여자아이는가장 철저한 자기 포기에 동의함으로써 절대적 힘을 얻게 되리라는 것을 배운다. 즉, 그녀는 최고의 승리를 약속해 주는 마조히즘을 즐기는 것이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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