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거꾸로 읽기>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권
-게르망트 쪽2
1권 읽다가 너무 졸려서 시작한 프루스트 거꾸로 읽기! (11권은 대체 언제 나오나요? 민음사?)
10,9,8,7권은 나에게 새로운 문학의 세계를 열어주었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 문장들을 주워담으며 행복했다. 나에게는 이 시간들이 '프루스트의 문장을 찾아서' 였던 셈.그런데 6권에서 주인공 마르셀이 게르망트네 만찬에 갔는데 만찬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1권의 악몽이 되살아 났다. 진하게 커피를 타온 뒤 얼핏 분량을 보니 200페이지 가량의 만찬시간. 솔직히 힘겹고 지루했다. 게다가 인쇄가 되지 않은 페이지가 있었다. 그래 지루하니 한 페이지 쯤이야. 그런데 또 두 페이지가 비어있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프루스트를 읽다가 잠이 든다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니까. 또 한 페이지 비어 있다.이번에는 두 페이지가 없다. 또또 그러다 만찬이 끝났다. 살았다!
물론 프루스트 연구가들에게는 이 기나긴 만찬이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궁금해졌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 해설을 보는 건 수학문제 풀다가 무심코 답안지를 보는 것 같은 죄책감을 동반한다. 하지만 인쇄가 되지 않은 페이지들 때문에 맥락을 놓쳤다는 핑계로 조금은 당당하게 해설을 찾아 읽어봤다. 음...벨 에포크 시대에 대한 향수와 어쩌고 저쩌고...게르망트가 상징하는 귀족문화. 그리고 현실에서 1차 세계대전 발발이 작가에게 끼친 영향 등등.아 해설도 어렵다!
다시 6권의 줄거리로 돌아가자. 게르망트네 집에서 나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샤를뤼스'의 집에 간 마르셀. 아 이부분만 따로 떼어 소설을 만들어도 너무 흥미로웠을 듯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샤를뤼스의 초대로 집에 가 보니 그의 취향이 드러나는 집의 분위기와 그의 하인들의 모습까지 앞의 만찬과 달리 의식을 깨우는 재미가 여기저기에 있다. 이런 면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여러 작품을 섞어 놓은 것도 같다. 워낙 다양한 인물들을 탐색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풍성한 것이다. 대작이라 할 만하다.
P. 411 나는 샤를뤼스 씨의 하인들이 주인에게 헌신적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장관들이나 하인들 마음에 들려고 애썼던 콩티 대공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샤를뤼스 씨는 아무리 사소한 일을 하는 데도 마치 은총을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저녁에 하인들이 거리를두고 공손히 그의 주위에 모여들면, 그들을 한 바퀴 빙 둘러본다음 ˝쿠아네, 촛대!˝ 혹은 ˝뒤크레, 잠옷!˝ 이라고 말하는데,다른 하인들은 주인 눈에 든 하인을 질투해서 부러움으로 투덜대며 물러날 정도였다.
P.412 (샤를뤼스가)어느 겨울날 정원에서 마부가 감기 걸린 걸 알고 십분이나 지나서야 ˝모자를 쓰게.˝라고 말하기만 해도, 다른 마부들은 그 마부에게 베풀어진 은총을 질투하여 보름이나 말을 걸지 않았다.
이렇게 6권을 마무리. 빈 페이지에 속상했던 나는 로맹가리의 작품 몇 권을 주문했다. 주문한 책을 받고 나니 민음사에 서운 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역시 술은 술로 사랑은 사랑으로 책은 책으로 풀어야 함!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