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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집 예찬
김병종 지음, 김남식 사진 / 열림원 / 2014년 11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1223/pimg_7591791791123632.jpg)
이십 대의 나는 도심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좋았다. 편하고 화려해서일까. 그런 도시가 좋았다. 그러나 삼십 대의 나는 한적한 외각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한옥이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나무집 예찬이라는 책이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김병종 화가가 나무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느낀 작고 소박한 행복의 순간들을 담은 책이다. 그가 처음 한옥을 장만하게 된 계기가 인상 깊다. 지인의 시골집에 초대를 받은 그는 생각 없이 나도 이런 집이 있으면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로부터 10년 후 그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던 지인이 그 시골집을 저렴하게 넘겨준 것이다. 처음 그와 아내는 갑자기 생긴 시골집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곳의 모든 불편에 차츰 길들었고, 결국 땅까지 매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제대로 된 나무집을 지어보자 결심하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작은 한옥 함양당(含陽堂)을 완성하게 된다.
사실 한옥을 짓는다고 하면 설계부터 시작해서 새롭게 목조건축을 올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 보니 다른 곳의 고옥을 뜯어와 그대로 옮겨 짓는 방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옥의 성패는 첫째는 나무, 둘째는 그 나무를 다루는 목수라고 한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고옥의 자재를 가져왔고 무뚝뚝하지만, 실력 좋은 목수를 만났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임무를 묵묵히 책임지며, 실력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다년간 건설 현장을 뛰어왔고, 그래서 함께 작업하는 이들의 깊은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만약 깊은 신뢰와 인연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이렇게 멋진 나무집이 마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물마루에 못질하지 않아 생긴 틈 사이로 깔아 둔 숯 냄새가 향기처럼 올라오는 함양당의 대청마루가 인상 깊다. 섬돌 위의 고무신은 답답한 내 마음마저 편안하게 만든다. 아파트의 무거운 자물쇠 대신 함양담은 놋쇠 수저를 꽂아놓은 모습이 예스럽다. 무엇보다 저녁이면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이 창호에 내려앉은 나무 그림자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작가가 왜 그렇게 나무집을 예찬하는지, 이 책을 읽는다면 설득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