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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집 예찬
김병종 지음, 김남식 사진 / 열림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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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의 나는 도심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좋았다. 편하고 화려해서일까. 그런 도시가 좋았다. 그러나 삼십 대의 나는 한적한 외각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한옥이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나무집 예찬이라는 책이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김병종 화가가 나무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느낀 작고 소박한 행복의 순간들을 담은 책이다. 그가 처음 한옥을 장만하게 된 계기가 인상 깊다. 지인의 시골집에 초대를 받은 그는 생각 없이 나도 이런 집이 있으면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로부터 10년 후 그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던 지인이 그 시골집을 저렴하게 넘겨준 것이다. 처음 그와 아내는 갑자기 생긴 시골집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곳의 모든 불편에 차츰 길들었고, 결국 땅까지 매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제대로 된 나무집을 지어보자 결심하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작은 한옥 함양당(含陽堂)을 완성하게 된다.

 

사실 한옥을 짓는다고 하면 설계부터 시작해서 새롭게 목조건축을 올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 보니 다른 곳의 고옥을 뜯어와 그대로 옮겨 짓는 방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옥의 성패는 첫째는 나무, 둘째는 그 나무를 다루는 목수라고 한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고옥의 자재를 가져왔고 무뚝뚝하지만, 실력 좋은 목수를 만났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임무를 묵묵히 책임지며, 실력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다년간 건설 현장을 뛰어왔고, 그래서 함께 작업하는 이들의 깊은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만약 깊은 신뢰와 인연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이렇게 멋진 나무집이 마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물마루에 못질하지 않아 생긴 틈 사이로 깔아 둔 숯 냄새가 향기처럼 올라오는 함양당의 대청마루가 인상 깊다. 섬돌 위의 고무신은 답답한 내 마음마저 편안하게 만든다. 아파트의 무거운 자물쇠 대신 함양담은 놋쇠 수저를 꽂아놓은 모습이 예스럽다. 무엇보다 저녁이면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이 창호에 내려앉은 나무 그림자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작가가 왜 그렇게 나무집을 예찬하는지, 이 책을 읽는다면 설득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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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의 집 - 건축가 1년생의 첫 작업
고시마 유스케 지음, 박성준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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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건축가 고시마 유스케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청춘, 유럽 건축에 도전하다 라는 책을 통해 고시마 유스케라는 건축가 겸 작가를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책에서 고시마 유스케는 성 베네딕트 교회를 설계한 건축가, 페터 춤토르와 일하기 위해 "대학원을 갓 졸업한 일본인입니다. 건축가가 되고 싶어 공부했습니다.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라는 직설적인 편지를 보낼 정도로 패기 있는 예비 건축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열정과 도전을 보며 묘한 질투심을 느꼈던 것이 아직 생각난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건축가로서 처음으로 자신의 디자인으로 빈 땅에 집을 짓는 과정을 그려냈다. 이제 막 건축사무소를 연 그가 첫 일을 따낸 것도 용기가 있는 한 마디의 결과였다. 평소 존경하던 우치다 선생은 그와 마작을 두면서 대학교수를 그만두게 되면 합기도 도장을 세우고 싶다는 말을 흘렸고 그는 자신이 건축가이니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스스로 후보를 자청했다. 그렇게 첫 일을 따낸 그는 건축주 우치다 선생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건축주가 원하는 집, 우치다 선생 같은 집을 설계해 나간다.

 

자택 겸 도장이라…. 아직 집을 한 채도 지은 적 없는 건축가가 도전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고시마 유스케는 건축주와 각 공정 시공자들과 상의하면서 또 건축주의 예산에 맞추기 위해 각 사의 견적서를 비교하면서 일을 단계별로 착착 진행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놓치기 쉬운 가구와 설비 기기까지 균형 있게 모든 파트를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은 정말 칭찬하고 싶었다. 내 초년생 때 모습과는 비교되지 않는다는 건 함정이다. 아무튼, 작가는 건축가를 지휘자와 어딘가 닮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건축가는 도면이나 스케치, 언어를 통해 건축주와 시공자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일을 하면서 목조건축물을 접해볼 기회가 없던 터라 목조건축물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우치다 선생의 집 '가이후칸'이 일본 목조건축물이라는 점이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목조건축물의 특장점과 시공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게 된 것 같다. 목조주택의 가장 큰 적인 습기를 숯보다 흡수력이 4배나 좋은 오르가헥사를 까는 모습이 인상 깊다. 고시마 유스케의 책은 과거의 나를 회상하게 하는 묘한 힘이 있는 책이다. 건축을 전공해서 그런지 앞으로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건축 도서가 많이 출간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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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유럽건축에 도전하다 - 33인 거장들과의 좌충우돌 분투기
고시마 유스케 지음, 정영희 옮김 / 효형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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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주제로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는 요즘이 건축을 전공한 내겐 행복한 시기인 것 같다. 덕분에 건축물을 한국 사회의 뒤틀린 현실을 바라보는 매개로 활용하는 <빨간도시>와 한국의 주요 건축물에 마구 칼을 들이대는 건축 비평서 <못된건축>,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5년 이상 전국의 고택과 사찰, 마을과 전통가옥을 여행하며 기록한 <건축가 엄마의 느림 여행>을 인상 깊게 읽었다.

 

이 책은 한 청년의 건축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청춘의 기록이다. 그는 첫눈에 반한 성 베네딕트 교회를 설계한 건축가, 페터 춤토르와 일하기 위해 "대학원을 갓 졸업한 일본인입니다. 건축가가 되고 싶어 공부했습니다. 당신가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라는 직설적인 편지를 보내고, 스위스에 위치한 그의 사무소를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결과는 문전박대. 그때 그의 나이 스물넷. 무서울 게 없는 나이다. 아마 한국이라면 군 제대 후 복학을 할 나이에 그는 대학원까지 마친 상태라니 왠지 내 청춘의 일부를 강제로 누군가에 강탈당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두 번째 목적지인 독일의 '자우어브루흐 허턴 아키텍츠'로 향했다. 면접 후 채용하기로 했다는 메일을 받는다. "언젠가 유럽에서 일할 거야."라고 내뱉은 말을 실천하는 그의 삶에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열정과 도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책에는 '사보아 주택'의 르코르뷔지에나 '카사 밀라'의 안토니 가우디 그리고 '뉴욕의 시그램 빌딩'의 미스 반 데어 로에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건축가의 이야기도 있지만, 건축을 전공한 내게도 생소하고 낯선 건축가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꽤 흥미로웠다. 특히, 북유럽의 모더니즘 건축을 개척한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는데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면 볼 수 있는 흔한 건축물 사진뿐만 아니라 저자 고시마 유스케가 보고 직접 표현한 건축 드로잉으로 채워져 있다. 그의 드로잉에는 그가 건축물을 만났을 때의 감동과 표현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에세이 형식의 전문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내용이라 유럽 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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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 - 나의 이력서
안도 다다오 지음, 이진민 옮김 / 재능출판(재능교육)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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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한 번쯤 공부했을 것이고 들어봤을 것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 건축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던 시절, 꽤 관심을 두고 공부했던 건축가가 몇 명 있었는데 한국의 승효상, 스페인의 가우디, 프랑스의 르 코르뷔지에, 독일의 발터 그로피우스 그리고 일본의 안도 다다오다. 그 중 자연적인 빛을 이용해 어둠과 밝음을 극대화 시키는 공간을 강조하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건축물 내에서 산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혹적이었다. 특히, 그 당시 내가 작업하던 작품에 영향을 많은 영향을 끼쳤던 '빛의 교회'는 지금 당장 도면을 쳐 보라고 하면 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좋아해서 많이 보고 연구해보긴 했지만, 정작 안도 다다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그의 사무소는 어디인지 어떤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는 아시아의 거장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안도 다다오라는 한 사람의 삶과 그가 갖춘 강력한 의지와 도전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책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대한 지식 중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책이었다.


안도는 열악한 환경과 뛰어나지 못한 학업성적 때문에 건축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고 한다. 건축을 배우고 있는 친구를 통해 봐야 하는 책을 알아내고 친구들이 4년간 공부할 내용을 1년만에 독학을 했다. 그만큼 열정과 의지로 가득했다. 열일곱 살에는 프로 복서로 데뷔하였고,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홀로 몇 달간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20대 초반의 안도에게 "당신은 1급 건축사입니까?"라고 물었던 의뢰인 덕분에 강한 정신력과 의지로 공부하여 1급 건축사 시험에 한 번에 통과했으며, 끊임없이 건축을 생각하며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말 그대로 일을 만들고 다녔다. 학력도 사회적 기반도 없는 그에게 의뢰인이 알아서 찾아올 리가 없었다. 이때부터 안도는 일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떨 때는 그는 건축을 부탁하지도 않은 토지 소유주에게 자신이 계획한 건축을 제안하러 찾아갔다고 한다.
안도의 사무소에는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규칙이 있는데 제도 용구나 필기구 등은 모두 각자가 부담하여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컴퓨터조차도 개인이 마련해야 한다고….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돌이켜 생각해보면 업무에 필요한 모든 용구는 회사에서 지원해줬다. 내가 구매한 내 것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만큼 손실·분실도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안도의 이러한 사무소 규칙은 직원들이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 하니 책을 통해 안도의 생활과 그의 철학을 알게 될수록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다.


우리는 아시아의 거장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와 도전이 있었는지는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을 알게 된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많은 젊은이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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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로 읽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일러스트로 읽는 시리즈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김보라 옮김 / 어젠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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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텔레비전이나 TV, 신문, 책, 전시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정보를 조금씩은 접해보았을 것이다. 그를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 등을 그린 천재 화가쯤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화가뿐만이 아니라 조각, 지도, 건축, 무기, 해부학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일러스트로 읽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그가 했던 다양한 작업들과 그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 그의 주변인 등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했던 정보를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얼마 전 레오나드로 다 빈치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텍스트로만 구성된 책이었다. 책에서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언급할 때면 스마트 폰을 들고 검색하며 힘들게 읽었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물 관계도부터 그의 작품까지 모두 일러스트로 친절하게 담고 있고 만화형식의 구성이라 읽기에도 수월하며 이해도 빨랐다.

 

 

 

 

 

 

책은 다 빈치의 활동범위 지도를 포함, 출생,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그리고 작품들까지 그의 인생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전반부에 그의 생애 중요한 사건 및 작품 연표를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두어 독자들이 레오나드로 다 빈치의 생애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마 그가 공증인 집안의 서자로 태어났고 왼손잡이였다는 사실은 다 빈치에 대해 조사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그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일러스트와 더불어 보여주니 일반인(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과서가 될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예술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고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예술 작품 또는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난 예술에 대해 문외한이니까….' 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보다 관심을 두고 이해하기 쉬운 책을 골라 틈틈이 읽어본다면, 그래서 그들과 당당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사회생활을 하는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갑자기 잘생겨 보일 수 있는 효과 기대…. 개인적으로 예술과 전혀 상관없는 내가 틈틈이 피카소나 레오나드로 다 빈치 등 유명 예술가 관련 책도 함께 읽으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일생과 작품세계 그리고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 등 자세히 알게 되었고 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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