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당신이 죽은 장례식을 치르지 못 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 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됐다고 느꼈습니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이 44주년을 맞았다
진실은 여전히 부족하다
계속되는 망언과 왜곡,폄훼
망언과 사죄의 반복되는 역사
우리가 계속 5·18을 말해야 하는 이유다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이자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과거지만 그럼에도 매년 이맘때쯤 언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다

광주는 한국 민주화의 여전히 치르지 못한 장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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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6월 29일 목요일 오후 5시 52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

그는 운이 좋게도 무자비한 확률 게임에서 살아남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선혈을 흘렸던 자리에 흉터가 남았다. 상처는 아물었지만 상흔은 그대로였다

그는 “사고를 기점으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며 “절대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남들은 다행이라고 얘기하지만, 죽음의 끝을 봐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한순간에 사람들이 죽고, 모든 것이 눈앞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그는 살아갈 의미를 잃었다

저자는 사회적 참사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낱낱이 공개한다
그날 우연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시작된 비극의 역사는, 우연히 살아남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붕괴했다 32명이 죽었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502명이 죽고 6명이 실종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299명이 죽고 5명이 실종됐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길위에서
159명이 죽었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한다]

당신들에게 되묻고 싶다. 어째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되는 거냐고.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은 것이 뭐가 잘못된 거냐고. 가해자 중 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진실을 알기 위한 이 일을 그만둬야 하냐고 따져 묻고 싶다

단지 당신들 보기에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날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가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걸 대체 왜 참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또 묻고 싶다

그러니까 제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거든 차라리 침묵하자. 아니지, 자식의 목숨을 그 알량한 보상금 몇 푼과 맞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떠들자. 그런 사람이라면 떠들어도 된다. 그도 아니라면 제발 부탁인데 그 입 닫자

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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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4-05-18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지금 윤씨에게 대적한다고 ‘연합‘전선 운운해도 저는 세월호유족들의 단식시위 때 옆에서 폭식‘투쟁‘이런 걸 한 놈들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요 일년 변듣보가 여기저기 나와서 떠드는 꼬라지가 그래서 너무 싫습니다. 일반범죄는 강하게 처벌하고 부자들의 범죄나 공직자범죄는 약하게 처벌하는 나라, 그러면서도 선별적으로 강력범죄의 처벌과 감형을 갖고 전관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나라라서 희망을 많이 갖고 있지 않습니다
 

2023년 7월 19일 아침 저희는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으라는 지시에 따라 하천에 들어갔다. 위험한 작전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늘 그랬듯 함께 고생하고 다같이 부대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수근이와 저희 두 사람, 그리고 여러 전우는 무방비 상태로 급류에 휩쓸렸다

저마다 물에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대다 정신을 차렸을 무렵 사라져가는 수근이가 보였다. 살려달라던 전우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미안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조사를 나왔던 군사경찰 수사관에게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이야기했으니 수근이와 부모님의 억울함과 원통함은 나라에서 잘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근이의 죽음을 잊지 않고 제대로 기억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뉴스에서는 사단장이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겠으니 부하들을 선처해달라는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현실은 거꾸로였다. 모든 책임은 부하들이 지고 선처는 사단장이 받았다

눈앞에서 수근이를 놓쳤던 그때처럼 수근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미안함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용기 내 부탁드린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 저희가 대한민국 국민임이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



두 예비역 해병이 전해온 진심이 특검법 통과되기 무섭게 ‘특검법 통과는 나쁜 정치‘라고 맹비난한 대통령에게 과연 ‘나쁜 정치‘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민의 분노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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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회의적인 사람이 점점 불확실해지는 시대 앞에서 스스로 던진 막연한 질문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급급하고 마땅한 지향점 없이 매일같이 크고 작은 좌절을 겪는다. 소소하다면 소소한 우리들의 좌절에 장강명 작가는 ‘미세‘ 라는 이름을 붙였다

수록된 글 전반에서 예민하고도 회의적인
한 지성인이 여러 측면에서 퇴행의 징후를 보이는 한국 사회를두고 느낀 우려와 무력감과
‘개인은 존엄하다‘ ‘사실은 믿음보다 중요하다‘ 등 저자가 의심하지 않는 삶의 원칙이 드러난다

장강명은 에필로그에서 ‘미세 좌절의 시대‘ 에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도스토옙스키의 ‘악령‘ 을 인용해 이야기 한다

삶에 분명한 해답이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끊임없이 찾으려는 노력에서 얻는 긴장이 일종의 축복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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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닥칠 불행을 미리 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그래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큰일을 겪게 되면 우리의 정신은 그 상황에 압도당해 마비되고 만다. 단 한 번도 이별을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느닷없이 이별을 맞이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사실 아무런 작별 인사도 없이 헤어지는 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별 인사를 한다는 것은 헤어짐을 구체화함으로써, 상대가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헤어진 사람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에 대한 기억을 두고두고 회상한다. 이 아쉬어하던 그의 눈빛이나 힘없이 돌아서는 쓸쓸한 뒷모습 등.... 그러한 장면을 반복해서 회상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헤어짐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은 서로 헤어져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받아들이는 작업이며, 서로가 이별을 애달파하고 슬퍼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또 내가 상대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과거를 소중히 간직하고 각자의 길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작별 인사는 떠나가는 사람과 남아 있는 사람 사이에만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어제의 나에게도 안녕 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과거를 소중히 간직한 채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은 흥미롭기도 고통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어린 나를 계속 들여다봐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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