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평생 역사학을 공부한 처지에서 답하자면, 과거는 자기를 잊지 않고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현재만 도와준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격언이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마자, 국회 앞으로 달려간 시민들이 있었다. 그들은 맨몸으로 장갑 군용차와 총 든 군인들을 막아서서 민주주의를 지켰다. 모두 군사 쿠테타와 군부 독재로 얼룩진 역사를 잊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 앞에서 머뭇거린 군인들도 5월 광주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과거를 불러내 현재를 돕게 만들었다. 역사는, 자기에게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가르침을 베푼다.
우리 뒤에 바위처럼 단단한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한,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우리의 권리는 결코 침해받지 않을 것이다.
2025년 2월 14일
전우용
민주주의는 언덕길을 자전거로 타고 올라가듯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야 하며, 자칫하면 뒤로 후퇴할 수 있기 때문에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