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모여든 친척들은 늘 그러했던 것처럼 당신의 근황에 과도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취직은 했는지, 결혼 계획은 있는지,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인지, 살은 언제 뺄 것인지 등등.
‘그런 질문은 집어치워주시죠‘라는 시선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친척이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 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라고.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라고.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라고.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어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칼럼이란 무엇인가.
(2018.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