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대표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에서 허클베리 핀은 도망 노예 짐과 함께 미시시피강을 여행한다. 허클베리 핀은 도망 노예와 함께 있다는 것을 신고하지 않고 같이 여행을 하는 엄청난 범법 행위로 인해 가끔 노를 젓는 손에 힘이 빠지고 고뇌에 휩싸인다
그러나 허클은 짐을 버리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지옥은 내가 간다.˝
허클의 이 말이 일본을 대표하는 ‘시대의 양심‘ 양심적 지성인,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2023)의 일생을 관통하는 행동철학이자 ‘명령어‘가 됐다
오에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허클의 ‘지옥은 내가 간다‘를 입속으로 되뇌면서 더 힘든 쪽‘을 선택해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길을 쭉 갔고 그것이 자기 인생의 방향성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공감 능력이, 신의 선물보다는 신의 형벌이라는 사실을 통감하게 되는 시기가, 나의 길지 않은 생애에 이따금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몇 달
2022년 10월 29일 이후의 몇 달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가 그런 시기였다
밤에 숙면을 취하는 게 어려웠다. 하루에 한 번도 웃지 않는 날이 많았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마음의 통증을 느꼈다. 슬펐다. 분노했다. 원통했다
‘지옥은 내가 간다’ 는 나에게도 선택의 순간에 떠올리는 중요한 문장이 되어버렸다
평생을 관통하는 정확한 수식어가 있다는 것은 힘이 된다
“All right, then, I’ll go to he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