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애가 자기가 삼만 살이래왜 자꾸 태어나는지 모르겠다는데,난 알아.왜 자꾸 태어나는지, 여기가 집이 아닌데, 자꾸 여기가 집이라고 착각을 한 거야그래서 자꾸 여기로 오는거야어떡하면 진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나지 않고
언제부턴가 독일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의 시구가 자꾸 귓가에 맴돈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그래, 환멸 속에서도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역사란 승자의 발자취‘라는 역사가의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깊은 의미에서 역사는 잘 진 싸움의 궤적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을 통해 발전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는 싸움도 해야 한다. 어쩌면 이 세상이 완전한 지옥이 되지 않은 것은 지는 싸움을 해온 사람들 덕분이다. 진 싸움이 만든 역사가 희망을 지켜주었다. 이러한 믿음을 품고 우리는 함께 환멸의 땅을 건너가야 한다. 넘어지고 부서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꿈꾸던 그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트라우마(trauma)’의 고대 그리스어 어원은 ‘뚫리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구멍이 뚫릴 만큼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우리는 트라우마를 입었다고 말한다특정 사건을 겪고 난 뒤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면 그것은 스트레스를 넘어 트라우마에 가깝다. 삶의 방향을 전환시킬 만큼 압도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세월호 이후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제대로 된 애도만 이루어졌다면 지금과 같은 사회적 트라우마로 확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생명 앞에서는 진정성 있는 애도가 먼저다트라우마 고통은 혼자만의 아픔으로 분리되지 않고 함께하는 아픔으로 연결될 때 나아질 수 있다그래서 ‘아직도 세월호야?’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세월호야’라고 답해야 한다
영화 기생충은 유망한 IT기업 사장의 전원주택과 운전기사 가장의 반지하 셋방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리얼리티로 양극화 문제를 얘기하지만 고용과 소득 분배, 복지 확대만으로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부자는 악하고, 빈자는 착하다는 식의 구시대적 관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맥락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다사회가 진보할수록 빈자에 대한 혜택은 늘어난다. 그러나 정작 빈자는 선거 때마다 자기 계급을 부정하고 보수정당을 지지한다. 가난한 현실의 삶보다 풍요를 쫓는 현실의 욕망을 중시하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