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만나 그에게 매료되어 18대 대선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시절 확신에 찬 모습으로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때때로 엄습하는 불안감에 신영복 선생님께 여러 번 물었다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까요? 민주주의는 종종 엉뚱한 선택을 하곤 하잖아요.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죠?˝
그때마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걱정하지 말아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있어요. 세상은 언제나 앞으로 가지 않는 것 같지만 보다 넓게 멀리서 보면 분명히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어요.˝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문재인 후보는 당시 대선에서 패배했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엄존했고, 선거는 승패가 갈렸으며, 절망감은 구체적인 현실이 되었다

2012년 대선
중요한 것은 결국 그해 대선에서 우리는 지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이겨야 할 때 지는 것은 두 배의 원망을 받아야 하는 일이고, 개인이 겪어야 할 충격과 상처는 덤이다. 많은 절망을 느꼈고 시대와 사람들에게 실망했다



나의 한 시절이 그의 한 시대와 함께 흘러갈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굿바이, 마이 프레지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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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별잡 미국의 마지막 편

911 메모리얼&뮤지엄

˝건축적으로는 메모리얼의 정석 같은 곳이다. 디자인을 보면 네모가 두 개 뚫려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부재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계속 물로 채우려고 하지만, 물로 채워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 유현준

물은 떨어진다
거스를 수 없는 근본적인 힘이 중력이니까
중력의 움직임을 소리로 듣는다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 -Vergilius
시간의 기억으로부터 단 하루도 당신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은 그 빌딩의 위치에 새로운 빌딩을 짓는 대신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가장 와닿는것은 비어 있음이었다
그들이 떠나버린 공간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음을, 그 채워지지 않음을
‘기억‘ 하겠다는 의지

뉴욕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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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자택에서 숨진 어머니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김세연(37)씨였다. 정작 장례식장에는 가지 못했다. 김씨가 받을 충격과 상처를 우려한 어른들은 김씨를 친척 집으로 보냈다
그 일주일 동안 많은 게 어른들의 뜻에 따라 결정됐다. 어린 김씨는 무력감을 느꼈다 어머니의 죽음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최소한 그 장례식장에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십수 년 동안 이렇게 힘들지는 않지 않았을까 스스로 자주 물었다

어느 날 미뤘던 애도가 해일처럼 덮쳐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됐을 무렵이다. 이전에도 겪은 일이었지만 감정이 훨씬 더 거칠게 요동쳤다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자살 사별은 일반적인 사별보다 남은 사람을 더 괴롭게 한다

우리는 이제 남겨진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자. 자살사별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또 유족이 재건해나갈 일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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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은
아마 모두 미래의 시간에 존재할 것이고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에 포함되리라
모든 시간이 영원히 현재라면
모든 시간을 되찾을 수 없으리라
- T.S. 엘리엇 <네 개의 사중주>

법의 한계, 공소시효를 넘다

예순 엄마가 기억하는 여섯 살 막내

˝이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의 억울한 일을 겪었는데 그냥 물러설 수 있겠어요. 공소시효라는 제도에 그 억울함을 풀어줄 수 없다면 이것은 부모로서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거잖아요.˝

살인죄의 공소시효 페지 법안의 문이 열린 건 태완이 덕분인데 정작 태완이는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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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김용균법

■ 영원의 시간 속에 살다, 태완이법
-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 법안의 문이 열린 건 태완이 덕분인데 정작 태완이는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 부모의 자격, 상속의 자격, 구하라법
- 부모의 자격을 묻다

■ 어린이가 어른이 되려면, 민식이법
- 어린이가 어른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지 않게,
임세원법
-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마오

■ 태어났기에 당연한 것, 사랑이법
-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되어야 한다

■ 의로움에 대하여, 김관홍법
- 2014년 4월 16일
근원적인 믿음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버린 날 그러므로 법이 침몰한 날
그날 이후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타인의 이름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을까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혐오하는 일은 쉽고 간편하다. 게다가 자극적으로 그 대상을 소진하고 나면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자신을 정의롭게 내어 보이기도 더욱 수월하다

그러나 저자는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는 이름이 겪는 일들을, 그리고 이름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느낀 아픔과 희망을 담담하고 선명하게 기록한다

저자는 스스로 분노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로 하여금 구조와 제도를 돌아보고 그에 분노하게 한다. 그저 욕 한번으로 감정을 혀소하고 어제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오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방법을 찾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의 이름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지며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되고, 자신의 이름에 얼마나 많은 책임이 따르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이름이 가진 무게를 감각하면서 어제보다 조금 더 ‘잘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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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8-19 0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고 책소개 보러 갔는데 꼭 읽어야할 책인데요. 이렇게 멋진 여자가 있다니… 전 올해 여성이 쓴 책 위주로 읽고 있어요.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쓴 책들 특히나 과학책들 읽으며 다른 분야의 여성 글도 읽고 있는데 이 책 읽어보겠습니다!!

나와같다면 2023-08-21 13:16   좋아요 1 | URL
이 글에 나온 이름들의 어쩔 수 없는 괴로움때문에 처음에 책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통해서 비극을 슬픔으로만 끝내고 싶지 않은 의지를 만났습니다. 기억의 집님도 함께 읽게 되서 기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