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신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4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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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신부는 동화를 모티브로 한 실화소설이다. 제목과 표지의 느낌이 강렬하다. 먼저 읽어 본 사람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팜므파탈 지니아를 증오하는 동시에 두려워하고 동경하는 세 여자 이야기다. 토니, 캐리스, 로즈는 톡시크에서 한달에 한번 만나 점심을 먹는다. 세 여자는 닮은 점은 없지만 지니아 참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토니는 역사학자로 문장을 거꾸로 읽기를 좋아한다. 지니아는 5년 전 정확히 말하면 46개월 전에 죽었다. 지니아 변호사라고 밝힌 남자는 레바논에서 어느 테러리스트가 던진 폭탄에 맞아 죽었다고 유골만 가지고 왔으며 나무 밑에 안장해 달라는 것이 지니아 유언장에 남긴 말이라고 했다. 지니아는 양심도 없나 부고를 알릴 명단에 세 여자의 이름을 넣었을까 생각한다.

 

죽었다던 지니아가 나타났다. 예전보다 더 매력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생각하기 싫지만 세 여자는 혼란에 빠진다. 지니아와 제일 먼저 친구가 된 사람은 토니였다. 그녀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매클렁 홀 기숙사에 있었다. 전쟁에 대한 생각만 한다고 쟤 웃기지 않니 아이들은 말을 했다. 외톨이 중 한 명이 캐리스였다.

 

토니의 어머니는 페리와 도망을 가서 에설 아주머니가 돌봐주었고, 몇 년이 지나 어머니는 물에 빠져 죽었다. 아버지는 전보다 심하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토니는 아버지를 피해 제 발로 기숙학교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루거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고 생명보험은 탈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유언장을 통해 저금이 있었다.

 

지니아는 어머니가 자신을 팔았다고 한다. 웨스트 이전의 남자 그 이전의 남자와 살았던 이야기, 엄마의 강요에 다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 소령들의 노리개가 되었던 이야기를 한다. 지니아는 돈은 어머니가 챙기니 불공평하다고 집을 나와버렸고 그 후 어머니는 결핵에 걸려 죽었다고 한다.

 

토니는 지니아가 자기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전시에 태어난 고아인 것에 친근감을 느낀다. 토니에게 돈을 빌려 자취를 감춘다. 웨스트가 토니의 곁으로 왔고 둘은 석사 학위를 받고 조교로 임명된다. 얼마 안 있어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시간이 흐른 뒤 지니아는 웨스트를 찾아간다. 이 남자 믿을 게 못 되는지 지니아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며 떠나 버린다. 웨스트는 1년 동안 소식이 없다가 지니아에게 버림 받고 토니에게 돌아왔다.

 

캐리스는 로즈의 아들 래리와 지니아가 같이 있는 것을 목격한다. 지니아가 캐리스의 과거와 미래를 훔쳐가 버렸다. 그녀 어릴 때 이름은 캐런이었다. 몸이 아픈 어머니는 어린 캐런을 할머니에게 맡겼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모부가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는 사실을 이모에게 알렸지만 조카의 말을 믿지 않은 이모는 구해주지 않았다. 할머니와 같은 몽유병 증상이 있고, 할머니의 일부 능력인 치유의 능력과 살상의 능력이 남아 있다. 할머니의 유산을 이모부가 가로챘는데 일부를 찾아서 살아 갈수 있다.

 

캐리스는 전쟁 포로가 된 빌리를 집에 들이고 동거를 시작했다. 캐리스가 하는 요가 수업에 모습을 보이는 지니아, 얼굴에 시커먼 멍이 있고 암이 걸렸다고 운동을 시작해볼까 왔다고 한다. 암탉을 기르고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어 지극 정성으로 몸을 나아 주려고 애를 쓴다. 캐리스는 빌리의 아이를 임신중이었다. 빌리가 지니아 자신을 안고 싶어 한다는 말을 비추더니 둘은 떠나버린다. 지니아가 닭들을 모두 죽이고 선착장에 도착해 보니 페리가 뱃고동을 울리며 멀어져 가고 있다. 토니는 캐리스에게 빌리를 찾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고 한다. 지니아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캐리스는 오거스트를 낳고 안정을 찾는다. 1권 마지막장에 캐리스가 지니아를 찾아 나서 굳건하게 맞서 싸우리라 다짐한다. 은화 30닢에 빌리를 팔아넘긴 지니아. 영혼의 진딧물 같은 지니아

 

악녀 지니아는 정말 살아 있는 것일까 2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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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암시 - 자기암시는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에밀 쿠에 지음, 김동기.김분 옮김 / 하늘아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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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에밀 쿠에는 상상과 의지가 맞서면 반드시 상상이 의지를 이긴다고 말한다. 자기암시는 마술이 아니다. 무의식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노력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무의식에 주입하면서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를 반복함으로 모든 일을 무의식에 맡기면 되는 것이라 하였다.

 

메모지에 써 놓고 외워보니 우습기도 하였지만 몇 번을 해보니 좋아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암시는 잠자리에 들기 전과 아침에 바로 눈을 뜬 직후가 가장 효과적이다. 두 눈을 감고 차분한 목소리로 천천히 반복적으로 말한다. 우리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온갖 부정적인 자기암시로 육체적인 건강,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의지가 강하면 정반대의 결과를 얻는다. 예를 들면 잠을 자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잠이 들 수 있다. 온갖 노력을 다 할수록 잠들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려 기억해내려고 애를 썼던 적이 있을 것이다. 억지로 기억하려면 혼동만 될 뿐 내버려두면 어느 순간 문득 그 이름이 떠오르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치료를 위한 자기암시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한 가지 생각이 마음을 꽉 채우게 되면 그 생각은 진실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되었든 어떤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내 병은 점점 나아간다는 확신을 갖게 만든다면 그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책에는 자기암시를 위한 준비단계를 제시하였다. 우울하고 짜증이 나고 분노를 폭발하더라도 나쁜 생각, 걱정, 공포, 혐오, 유혹, 원한 등을 상상의 힘으로 멀리 사라지듯 이런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자기암시의 힘은 지혈을 하고, 변비를 없애고, 종양을 사라지게 하고 결핵, 마비, 궤양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처음의 결정을 관찰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는 성공할 것이다라는 확신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한다. 이런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자기암시와 함께 실행하면 좋을 생활 속의 수행법은 우열은 없으나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이 자신의 성격이나 상황에 적합한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 믿음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 속에 숨겨진 힘을 믿는 것이다. 에밀 쿠에의 이론은 단지 자신에게 숨어 있는 능력을 드러내라고 말해주는 목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에 매달리지 마라. 그것은 쓰디쓴 좌절만 맛보게 할 뿐 아니라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과, 즐겁게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제적 성과와 정신적 만족감까지 빼앗아가는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대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시간과 열정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라.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재능 때문에 근심하지 말고 자기가 가진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p177

 

자기암시에서 발견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실패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그 일을 감사하고 살아 있는 것,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들이 늘 감사하다. 조용한 믿음을 가져라이다. 마음이 단련되어 있는 사람은 즐거움이나 평안함을 좇아 건전한 독서를 하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친구를 만난다. 자기암시는 긍정적인 생각과 행복한 상상을 하면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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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 혼자 일하지만 행복한 1인 출판사의 하루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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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생 이모작으로 1인 출판사를 낸 대표이자 작가이다. 전작 [1인 출판사 수업]은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후속 작품이라고 하였다. 요즘은 동네서점이나 북카페가 많이 눈에 띈다. 책을 읽으면서 출판사를 낼 엄두는 못 내지만 1인 출판사의 하루를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1인 출판 6년 차인 세나북스 대표는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조금이라도 쉽게 출판사로 정착하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1인 출판사는 헐헐단신, 혼자라면 해볼 만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젊을 때 도전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하였다. 저자는 오랫동안 IT 기업에 다니다 1인 출판사로 직업을 바꾼 과정과 출판사를 하려면 마음의 준비를 어떻게 하라는 조언도 담았다.

 

많은 사람이 1인 출판, 1인 출판사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게 되었다. 저자는 1인 출판사를 하면서 낮에 두 세 시간 자고, 아이들이 자는 밤부터 새벽까지 일을 한다. 패턴은 자주 바뀌지만 아이들을 돌보면서 할 수 있어 좋다. 작가를 꿈꾸며 글쓰기 수업을 1년 듣고 필사 공모전에 도전도 했다. 책 읽고 글쓰기가 좋아서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오고 더 이상 쓸거리가 없어 하다 출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하며 그 행위 자체가 미치도록 즐거워야한다. 책 읽기와 글쓰기가 미치도록 즐거운 사람은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p90

 

1인 출판사라고 반드시 색깔을 가지고 특정 분야의 책만 출간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세나북스는 일본이나 일본어 관련 분야의 책을 내고 있어 아직은 능력 부족이라 좋은 원고를 놓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1인출판사 대표의 하루는 주문에서 시작된다. 10시 반 전에는 외출을 삼가고 실제 주문은 10분도 걸리지 않지만 가게를 지키는 사람들보다는 편하다는 생각도 한다. 저자가 이 일을 가장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작년 일본과의 관계 악화로 책이 갑자기 안 팔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세나북스가 책을 2~3개월에 한 권 정도 냈는데 구간이 안 팔리게 되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래서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내야겠다 결심했다. 출판사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디자인 등을 외주를 맡길지 많이 고민한다. 편집과 디자인이 가능한 사람이 1인 출판사를 하면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직접 책 디자인을 한다면 실력이 향상되고 비용이 절감 되고, 외주 작업을 하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생각보다 좋은 품질이 안 나올 수도 있고 내지 디자인이 복잡하면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일을 못 하는 단점이 발생한다.

 

택배 비용이 부담스러워 이벤트 도서 발송은 일반 우편으로 한다. 이 책도 일반우편이어서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 책을 읽다가 저자의 독백이나 (“안돼! 사실 지금도 책 만들고 홍보하느라 시간이 없는데!p169)솔직한 글이 좋다.

 

출판사에서 북클럽 운영, 전자책, 오디오북, 특별 한정판을 내거나 합본을 내는 등의 활동도 마케팅의 하나이다. 북 마케팅 방법은 새로 개발할 수 있고 남들이 하지 않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마케팅을 해보자. 이렇게 자세히 알려줘도 되나 할 정도로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도 알려준다. 1인 출판사를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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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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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튜더 작품 애니가 돌아왔다를 먼저 만났었다. 두 번째 작품으로 사전서평단 미공개 원고를 받아서 역시 단숨에 읽어보게 되었다. [디 아더 피플]복수하는 사람들이야기다.

 

주인공 게이브의 아내와 딸이 살해되었다. 프랜은 딸 에밀리를 데리고 도망을 다닌다. 휴게소 커피숍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케이티는 여자아이 사진 전단지를 돌리는 남자를 자주 보곤 하였다. 등장 인물들이 연관이 없을거 같지만 서로 얽혀있다.

 

게이브는 범인과 딸을 찾아나섰다. 3년 전 사건이 나던 그날 앞차에서 딸을 보았기 때문이다. 프랜의 딸 앨리스는 기면증이 있었다. 거울을 보면 누가 말을 거는 것 같고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것이다. 후반으로 가서 이유가 밝혀지지만 읽는 내내 아이가 걱정되었다.

 

아내 제니가 죽임을 당한것도 있지만 장인 장모는 게이브와 연락을 하지 않았다. 게이브가 어린 시절 저지른 범행 때문이었다. 실수로 소녀를 차로 치어 식물인간이 되었다.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조력자가 나오는데 이 작품에도 어김없이 나온다. 게이브에게 도움을 주고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지만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된다는 결론을 얻는다.

 

성서, 수첩, 다른 사람들, 다크웹, 앨리스가 배낭에 넣어둔 조약돌에서 나는 덜거덕 덜걱소리는 실제 들리지 않지만 공포심을 유발하는데 한몫하였다. 필요할 때 나타나 주는 사마리아인과 특히 샌드맨의 존재도 조약돌처럼 섬뜩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사마리아인을 검색 해보니 이스라엘 옛 수도 사마리아에서 따왔다고 한다.

 

증오가 인간을 잡아먹거나 망가뜨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헛소리였다. 증오는 가장 힘든 시기에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상심, 절망, 공포, 사랑과 용서는 온기를 제공할지 몰라도 로켓을 달나라까지 날리는 힘은 증오에서 비롯된다.p397

 

이 소설은 강렬한 장면들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문장은 짜릿하고 스릴이 넘친다. 각각의 심리 표현이 좋았다. 게이브의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자 스티븐킹이라 불리는 C.J 튜더 작품 [디 아더 피플]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결말을 보기 전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 시원하고 짜릿함을 느껴볼 수 있는 스릴러 소설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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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범한 밥상 - 박완서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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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타계한 박완서 작가의 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이다. 박완서 선생님은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작가로 불리고 많은 작품을 남겼다. 글에도 많이 나오는 한국전쟁은 작가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1973년 작품부터 표제작 2006년 대범한 밥상 10편이 실려 있는데 선생님만의 특유하고 생생한 문체가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정답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어머니를 따라 부처님 앞에 지성을 드리러 절에 온 나는 만수향 연기에 통증을 참지 못했다. 6.25가 터지고 좌익운동에 가담하였던 오빠는 총잡이에게 맞아 참혹한 죽음을 목도하고 아버지는 빨갱이로 매를 맞아 죽어 행방불명으로 해 버렸다. 모녀가 삼킨 죽음을 이제는 그 이야기가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20년 동안 간직한 한을 토악질하듯이 절에 위패를 모시고 오는 길이 얼마나 편안했을까<부처님 근처>

 

세 번째 결혼 신접살림을 하게 되어 이십여 년 만에 돌아온 서울에서 동창을 만난다. 남편은 일본과 기술제휴한 전자회사 사업을 한다고 꾸며낸다. 먹을게 없던 어린 시절 동생들과 풀을 캐러 들과 산으로 헤매는 게 일과였다. 엄마는 불파마를 시키고 양공주를 시키려한다. 누나는 굶건 말건 저의 배만 채우려는 동생들을 부양하기도 싫어 서른이 넘은 신랑의 후취로 들어가게 되었지만 자식을 낳지 못해 실패한다. 두 번째 남편인 대학 강사는 자기 기만에 빠졌고 겁쟁이에 비겁하고 거짓말쟁이었다. 부잣집 사모가 된 동창의 말에 남편이 출세하려면 일본어를 배우라고 하지만 늘지는 않았다. 일본인 관광객 안내원의(저 여러분, 이 근처부터 소매치기에 주의하십시오) 한마디를 알아듣고 고통스럽게 부끄러움을 느낀다. 별의별 학원들은 많지만 부끄러움은 안 가르쳤을 거다. 70년대초 가난한 우리나라였으니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난리통에 사람이 지킬 도리 같은건 짓밟히기는 했지만 여자 남자 사이에 도리는 분명하고 당당해져 있었다. 군인이냐 인민군이냐 누가 머물든 관심이 없었지만 분교에 둘다가 아닌 양코배기란 소문이 돌았다. “색시 해브 예스? 여자들만 보면 이런 소리를 했다. 노파가 화장을 하고 다홍치마와 노랑저고리로 갈아입었다. 머리엔 줄무늬 보자기를 썼다. 양코배기 차를 타고 간 노파는 무사했을까. 아낙네들은 젊은것들 몸 더럽히지 않게 하려고 그러시는 건 알겠는데 연세가 있다며 말리려 한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로 노파들은 여자였다고. 죽는 날까지 여자임을 못 면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53년 봄, 27세의 나는 처녀의 몸으로 겁도 없이 개업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개업의다. 동란중 후송되어온 부상병을 돌본 경험과 피란 가서 선배 언니네 병원에 취직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변두리 주택가 경성상회 2층 자리였다. 아버지가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들어 있는 액자를 선물로 들고 오셨다. 아버지는 의술이 어쩌구 인술이 어쩌구 설교를 하시고 돌아가셨다. 첫 환자로 주인집 황씨의 딸의 아기를 받는걸 끝으로 소파수술만 전문으로 30년이 되었다. 사흘만 있으면 만 55세가 되고 이 일대가 도시계획에 걸려 병원을 철거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 된다. 마지막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게 한 가지는 애기를 받아보는 일이었다. 집주인 황씨는 첫 손자를 사람백정 손에 맡길수 없다고 하였다. 원치 않는 임신이 된 소녀의 미숙아를 살리려는 나의 몸부림은 신도들 틈에 섞여 교회당으로 가고 있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

 

집을 비우되 몸과 마음이 함께 떠났을 때, 집 걱정은 조금도 안 하고 바깥 재미에 흠뻑 빠졌다가 돌아오면 영락없이 어떤 사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걸음마를 뗀 첫애가 끓는 물주전자를 들어 엎어 화상을 입기도 하고 골절상, 낙상 교통사고, 약물중독 등 수없이 사고를 겪게 했다. 눈길에 다친 엄마의 사고에 내 식구가 아니라 친정어머니라는 것에 안도하고 기뻐했던 나를 부끄럽게 했지만 죄책감은 별로 들지 않았다. 6.25때 죽은 효자 오빠의 죽음을 떠올린다. 엄마는 마취가 깨면서 이상한 헛손질을 한다. 어머니는 나 죽거든 행여 묘지 쓰지 말거라 하셨다. 오빠처럼 한줌의 먼지와 바람으로 남고 싶으신 것인가<엄마의 말뚝2>

 

너우네 아저씨가 월남해서 처음 직업은 자물쇠장수였다. 나의 어린 눈에는 장군처럼 위대해 보였다. 피난 나올때 우리 홍씨 문중의 종손, 성표놈 하나 공부 시켜 성공하고 손 퍼뜨리는 거라던내 자식 뿌리치고 대신 델고 나온 장조카에게 버림을 받고 죽음의 문턱에 와 있었다. 그는 아들 은표의 이름을 불렀다. 은표 어머니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는 이제야 앙갚음을 완수한 것이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는 말이 생각이 날까<아저씨의 훈장>

 

성남댁이 3년 동안 시중을 들던 영감님이 돌아가셨다. 며느리가 곡기를 끊고 애통해 하는 것을 보고 성남댁은 먹을 수가 없었다. 2년 조금 지나서 중풍이 왔을 때 며느리인 진태 엄마는 계모로서 열세 평짜리 아파트를 주겠다고 되풀이했었다. 아파트가 팔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영감님이 다달이 생활비에서 한푼이라도 더 주려고 떼어 준 것으로 만족하고 그녀에게 욕 대신 가래침을 한번 뱉고 엉덩이짓만 하고 돌아선다.<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시집살이 면한지 삼 년 만에 과부 되시고 며느리 보신 형님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는 동서는 아들을 잃고 있을 때 동창들은 청첩장을 보낼까 망설이기도 했다. 명애 친구와 다른 친구의 아들을 보러 가게 된다. 차 사고로 뇌와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에 치매까지 된 거였다. 동창의 모습이 노파가 되어 있었고 아픈 아들을 요리조리 굴리고 주무르는데 거들어 주려고 우리의 손이 닿자 환자가 괴성을 질렀다. ‘웬수덩어리가 또 효도하네친구의 말에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에 질투가 나고 부러워 울음이 복받친다.<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교장 선생님이었던 그녀의 남편과 별거 아닌 별거 생활이 길어졌다. 아들 딸 졸업식이나 결혼식 상견례가 있을때만 만나게 되었다. 아들의 졸업식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갈비를 먹고 러브호텔로 가자고 한다. 낡아빠진 팬티를 입고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의 정강이가 모기에 물린 자국이 무수했다. 가부장의 고단한 의무에 얽매여 있으려는 남편에 대한 연민이 목구멍으로 뜨겁게 오른다.<너무도 쓸쓸한 당신>

 

남편이 먼저 간지 삼년 만에 건강진단 결과 췌장암으로 길어야 삼사 개월 밖에 못 살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신의 재산을 삼남매에게 어떻게 배분할까 고민하고 있다. 여고동창이 불의의 사고로 딸과 사위를 잃었다. 어린 손자와 손녀가 친할아버지 외할머니 손을 놓지 않아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친구들은 바깥 사둔의 재산을 보고 같이 사는 것 아니냐며 의중을 떠보기도 한다. 동창이 해준 호박잎쌈에 밥을 먹으면서 바깥 사둔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유학 가 있는 손주들의 추억이 깃든 이곳을 디카에 담아 교신을 하느라 못 떠난다고 하였다.<대범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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