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습이다 -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발견해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
글렌 커츠 지음, 이경아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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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다. 여느 음악 신동과 달리 독학으로 기타를 익히다 여덟 살부터 기타 레슨을 받았다. 음악 명문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입학했으나 졸업 후 문학을 공부한다. 음악을 포기한 것은 이후 작가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 세월이 흘러, 작가는 다시 기타를 안고 연습을 하며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본다.

 

저자가 책 한 권을 구성한 방식이 흥미롭다. 오전 한때를 기타 연습으로 보내면서 그 과정의 생각들을 서술하는 꼭지와 과거 회상하는 꼭지가 홀짝으로 나뉘어 교차된다. 문장도 좋다. 섬세한 귀와 손가락을 가진 남자가 쓰는 문장이다.

 

음악원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소리로 안다. 보스턴의 인디언 서머는 조던 홀의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덜컹거리게 만드는 뇌우로 끝났다. 뇌우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함참이나 계속되었다. 가을은 낙엽을 긁어 모으는 소리며 보도를 다니는 사람들이 그 낙엽들을 밟으며 지나가는 소리로 시작됐다. 날씨는 연습실 밖에서 나는 소리였다. 

- 104 ~ 5쪽에서 인용

 

내가 왜 사는지 왜 읽는지 왜 쓰는지 모르겠는 나날을 보내다가 경각심을 갖기 위해 골라 읽은 책이다. 사람의 한 때의 실수를 바로잡는 것은 쉽다. 그러나 악기연주든 글쓰기든 몸에 밴 테크닉을 교정하는 것을 어렵다. 더 좋은 테크닉을 익히려면 지금까지 해온 연습을 다 지워버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전의 연습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공들여 연습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니까 인간이란 발전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의 과거와 싸워야 하는 거다. 그게 평생의 연습인 것이다.

 

이 연습곡으로 내 테크닉의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내가 바꿔야 할 부분은 이 악절 하나나 손놀림 하나가 아니다. 나는 평생 기타를 연주한 시간을 몽땅 바꾸어야 한다. 그러니까 내 과거 말이다.

- 131쪽에서 인용

 

그런데 나는 내 능력 부족을 환경 탓으로 돌리며 후진 인간들과 싸우며 같이 후져지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나. 책을 읽는 내내 회한이 가슴을 후벼판다. 특히 아래에 인용한 문장! 

 

"실수는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실수를 연습하는 거야. "

 - 123쪽에서 인용

 

과거의 오류를 바로잡고 인생길을 다른 방향으로 새로 세팅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내용도 문장도 좋다. 기도와 춤, 기타의 역사 등등 음악 관련한 지식들도 종종 나와서 읽는 재미가 있다.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에서  천사가 하프를 켜는 이유에는 고대 오르페우스교와 관련성이 있었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뭐, 늘 그렇듯 이런 부분은 나만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중년에 접어든 친구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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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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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자체의 힘을 보여 주어서 <요재지이>가 떠오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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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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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자체보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처음에는 읽기가 힘들었다. 완성된 단편이 아니라 소설 구성 단계에서 아우트라인을 잡아놓은 노트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스토리보드의 거친 메모 부분을 읽는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헛된 기대를 버렸다. 그 대신, 반기를 꿈꿨다. (9쪽)'라는 문장을 읽으면 '반기(反旗)'라니? 깃발을 꿈꾼다는 말인가? '반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가족 중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들 앞에 놓인 서류가 그들 가족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에이즈 양성 팡정. (289쪽)' 대목에서는 식인으로 병에 걸린 것이니까 에이즈가 아니라 '쿠루쿠루 병' 아닌가? 하는 식으로 소설의 세세한 부분에서 신경이 긁혔다.

 

중간 중간 읽다가 책을 덮고 생각했다. 왜 내가 이 소설집에 거부감을 느끼는지를. 아마,,,, 창피한 일이지만 그건 내가 얼치기 먹물로 살아온 세월이 꽤 길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런 소설 쟝르에 대한 독서력이 전무한 것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다. 난 이 소설집에 대해 뭐라고 논할 만한 안목이 전혀 없다. 이 점을 인정하고 이야기 자체에만 집중하기로 생각하고 다시 책을 펼쳐 보니, 

 

각각의 단편들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목에 힘 준 기교 없이 이야기 자체의 힘을 보여준다. 괴이하고 황당한 설정이 많다는 점에서, 이야기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청나라 때 포송령의 <요재지이>가 떠오를 정도다. 아아, 이렇게 멋진 소재들을 단편으로 탕진하다니! 한 편에 살 붙이고 묘사 넣고 시공간 배경 설명 넣으면 너끈히 장편 한 권은 될 수 있는데, 아까워라,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작가는 결말 직전에서 한번, 어떤 작품에서는 두번 뒤집는 반전을 맛보는 재미를 준다. 독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재능을 가진 작가다.

 

꼭 살아남아서,우리들 중 누군가는 꼭 살아남아서 이곳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여전히 사람들은 배가 고팠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회색이 아니었다.

아무리 돌가루가 날리고 묻어도, 사람들은 회색이 아니었다.

- 본문 21쪽에서 인용

 

위의 인용 부분처럼, 암울한 현실을 우의적으로 돌려 표현하는 것 같으면서도 희망의 중요성을 말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흥미롭다. 아무리 돌가루가 날리고 묻어도, 이야기가 있는 한, 이야기의 힘을 믿는 한 사람들은 회색이 아닌 것일까. 그러니 이야기의 힘을 믿고, 이 작가를 믿고, 그의 작품을 앞으로 더 읽고 더 기대해 볼 수밖에.

 

*** 이하는 작품집과 관련 없는 개인적 생각인데,

 

이곳에서는 누구도 서로를 돌봐주지 않았다. 부상을 당한 자에게 빵을 나누지 않았다. 쓰러지면 그걸로 끝이었다.
지상에서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든,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든, 소설을 쓰던 사람이든, 이곳에서 예술은 필요가 없었다.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인간들에게 있어 예술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이곳의 회색 인간들에겐 땅을 팔 수 있는 회색 몸뚱이만이 가진 전부였고, 남들도 다 그래야만 했다.
한데, 그 여인은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몸을 가누지 못해 바닥에 주저앉아 굶어 죽어가던 그 여인이, 또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 본문 15쪽에서 인용

 

소녀의 노래, 피부 돌기들의 노래는 끝이 날 줄을 모르고 온종일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예정대로 다음 날 대공습은 진행되었다.

다만 한 가지, 대공습의 작전명이 바뀌었을 뿐이다.

작전명 '숭고한 희생'으로,,,

- 본문 224쪽에서 인용

 

작가가 희망과 인간다움의 상징으로 노래하는 인간을 자주 등장시키는 것이 나는 흥미롭다. 작가는 성수동 공장의 주물 노동자였다고 한다. 옛날 식으로 말하자면 대장장이다. 대장장이가 노래에 대해 쓴다니,,,,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다. 마치 문학의 시원에 대한 이론서 속에서 작가가 걸어나온 것 같다.

 

알다시피 문학의 기원은 노래다. 고대 서사시에서 나중에 소설이 되는 서사 쟝르가 유래한다. 부족의 서사시는 샤먼이 부르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문명권에서 샤먼은 대장장이였다. 아놔, 도대체 이 인공지능의 시대에 어디서 이런 고대의 대장장이 작가가 나타났는지 소름 끼치게 신기할 지경이다만,,,(쓰다보니 나는 정말 얼치기 먹물같구료) 지금은 그저 그의 대장간에서 끊이지 않고 노래가 울려퍼지기를 기원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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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호스
마이클 모퍼고 지음, 김민석 옮김 / 풀빛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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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쓸 때, 의식적으로 서구 백인 기독교도 남성의 입장에서만 보고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거기다 더 나아가 요새는 인간이란 종의 입장에서 역사를 본다는 것에 대해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전쟁사를 읽고 쓸 때, 남성 영웅 지배자 입장이 아니라 희생당하는 민중이나 여성의 입장,,, 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나는 그뿐만 아니라 전쟁에 희생된 동물들의 입장도 쓰고 싶다. 특히 전쟁에 끌려간 말들, 적군에게 죽고 아군에게 죽고(식량으로), 전쟁 끝나면 버려지는 말들의 시점에서 말이다. 

 

그렇게 보고 고르다 보니 1차 대전 배경으로 생각나는 작품이 <돌리틀 선생 이야기>와 <워 호스>다. 이하는 줄거리 요약이다. 책 읽으실 분들은 건너뛰시길.

 

아기말 조이는 6개월 때 엄마말에서 떨어져 팔려간다. 13세 소년 앨버트의 친구가 되어 농장 일을 돕는다. 앨버트 나이 15세때 1차 대전이 발발한다. 돈이 궁한 앨버트 아빠가 조이를 판다. 조이는 훈련을 받고 군마가 되어 유럽 대륙 전선에 투입된다. 적군의 기관총 부대는 한 번 전투로 영국 기병대의 1/4을 괴멸시킨다. 이제 말은 기병대보다 기마 보병의 운송 수단 역할에 머무는 시대가 되었다. 니컬슨이 사망하고 어린 워런 기병의 말이 된 조이는 탑손이라는 검정말에 의지한다. 탑손을 탄 스튜어트는 적진 돌파를 시도하다 독일군에게 포위되어 전쟁 포로가 된다. 탑손과 조이 역시 포로가 되어 독일군 부상병을 호송하는 짐마차를 끌게 된다.  독일군은 프랑스 영토 농장의 에미릴 할아버지에게 말들을 돌봐주라고 맡겼다가 주고 가버린다. 농장 소녀 에밀리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이는 행복해하나 다시 독일군에 징발되어 이번에는 대포를 끌게 된다.

 

갑자기 전쟁이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선 것만 같았다. 탑손과 나는 전투의 무시무시한 소음과 악취 한가운데로 다시 돌아왔다. 대포를 끌고 진창길을 가기도 했다. 군인들은 우리 몸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원하는 곳까지 대포를 끌고가는 일에만 관심을 갖고 우리를 재촉하며 채찍질까지 했다. 잔인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무서운 충동에 사로잡혀서 그런 것 같았다. 군인들은 다른 사람이나 말들에게 애정이나 관심을 가질 시간이나 여유가 없었다.

- 118쪽에서 인용

 

포탄 공격을 받은 조이는 철조망 사이 완충 지대를 헤매다 영국군 가축 위생병이된 앨버트와 재회한다. 앨버트는 입대 나이가 되자마자 조이를 찾으려고 자원입대한 것이다.  전쟁이 끝났다. 앨버트는 조이와 농장에 돌아갈 꿈에 부푼다. 그러나 병사들만 귀국선을 타라는 명령이 내린다. 말들은 현지 프랑스 농민들에게 경매로 넘긴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앨버트와 조이를 위해 부대원들은 모금을 한다. 그러나 경매에 이겨 조이를 산 사람은 다른 프랑스 농민이었다. 알고보니 에밀리의 할아버지. 조이와 앨버트의 사연을 들은 에밀리의 할아버지는 조이를 양보한다. 조건은 이미 사망한 에밀리를 기억해 주는 것.

 

"나는 에밀리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기를 바란다네. 몇 년 안 있어 나도 이 세상을 떠날 걸세. 그렇게 되면 에밀리를 기억할 가족이 남아 있지 않아. 에밀리는 비석에만 이름이 남을 거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겠지. 그래서 자네가 고향집으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에밀리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에밀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이 될지도 모르니까. 내 부탁 들어주겠나? 그러면 에밀리는 영원히 살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거라네. 어때, 거래가 성사된 건가?"

- 214쪽에서 인용

 

당연 거래는 성사되고, 앨버트와 조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해피엔딩.  

 

흥미로운 소설이다. 흔히들 대포의 등장으로 중세 기사들의 시대가 저물고 말의 군사적 이용 가치가 떨어진다고들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대포를 끌어야 하니까 말이 여전히 참전하게 된다. 산업 혁명 이후 기차 덕분에 보급 문제가 해결되었고 트럭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탄약이나 보급품 운반 용도로 말이 전장을 누비게 된다. 그리고 비참하게 전사하게 된다. 이런 배경 상황이 작품에 잘 반영되어 있다. 

 

다 읽고 나니,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 독일군 늙은 포병 프리드리히가 조이와 탑손에게 전쟁에 대해 말하는 아래 대사가 인상깊다.

 

“너희는 친구니까 말해 줄게. 나는 연대에서 유일하게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야. 미친 건 다른 사람들이지만, 정작 그들은 모르고 있지. 전쟁에 참가해 싸우면서도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몰라. 그게 미친 거 아니니? 어떻게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면서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를 수 있지? 상대편이 다른 색깔의 군복을 입고,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야. 그들은 나더러 미쳤다고 하지. 너희 둘은 내가 이 어리석은 전쟁에서 만난 생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이성적인 동물이야. 너희가 이곳에 있는 단 한 가지 이유도 나처럼 끌러왔기 때문이겠지. 용기만 있다면 이 길로 도망가 다시는 안 돌아올 텐데.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군인들이 나를 잡아 총으로 쏴 죽일 테고, 아내와 아이들과 부모님은 평생 수치스럽게 살아야 할 거야. 난 미치광이 노병 프리드리히로 행세하며 어떻게든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거야. 그래야 다시 슐라이덴으로 돌아가 이 혼란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사람이 인정하고 존경했던 정육점 주인 프리드리히로 돌아갈 수 있어.”

- 130 ~ 131쪽에서 인용

 

전쟁 고발 용도로도, 소년과 동물의 우정을 그린 순수한 용도로도 감동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난 조이가 인간의 말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다 알아듣는데 탑손같은 동료 말과 대화하지는 못하는 점이 이상해서 감동이 덜 온다. 이제 제대로 나이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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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 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
황선도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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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머리에는 블랙 박스가 있다>에 이은  황선도 저자의 역작이다. 독자의 호기심을 끄는 멋진 제목이다. 소설가 한창훈의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가 언뜻 떠오르지만 이 책은 비린 감칠맛 묘사에 치중하기보다 어패류에 대한 전문 지식을 먹기 좋게 회 떠서 대중적 초장에 잘 버무려 독자의 입에 넣어 주고 있다. 해산물의 맛을 설명해도 그 맛있음의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혀 준다. '7년생이면 1미터 길이에 7킬로그램이 넘는 대물. 마라도 해역에서 잡힌 삼치는 물살이 센 곳을 헤엄치다 보니 근육질이 탄탄해 져서 식감이 좋다.(2장 첫 꼭지 삼치와 방어 편에서 인용)'라는 식이다.

 

어류는 지구에 약 3만 2천종이나 있어서 척추동물 중 가장 많은 종이란다. 그런데 그저 해산물로 다 퉁쳐서 물고기로만 여겨 왜곡되어 알려진 점이 많다며 저자는 아쉬워한다. 물고기 박사답게 각종 어패류에 대해 생태나 이동 경로, 육질과 영양 성분 등 전문적, 과학적 지식을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곁들여 도루묵이란 이름의 유래를 고서를 추적해 고증한다거나(선조와 관련 없다고 한다), 위도 앞 바다 임수도 근처에서 건져올린 문인석을 통해 과거 인신공양 풍습을 언급한다거나 풍어제를 소개하는 등, 바다와 관련 문화에 대한 읽을 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한다.

 

글이 어찌나 맛있던지, 읽는 내내 술 한 잔 회 한 점 생각이 나서 입맛을 다셨다. 또, 각종 어패류를 소개하면서 중국과 일본에서 통용하는 명칭을 한자와 가나로 표기해주고 있어서 한중일 언어 비교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런 점은 나만 재미있는 지도 모르겠다.

 

혹시 펄이나 유기물이 있다면 해감을 해야 한다. 흙이나 모래는 바지락이 채취될 때 놀라서 흡입한 것으로, 본래 조개는 몸에 들어온 이물질을 배출하려는 습성이 있으므로 바다물이나 소금물에 하룻밤 담가 두면 저절로 토해 낸다.

- 118쪽에서 인용

 

다 읽고나니 위 인용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바지락이 놀라서 흙을 먹는다니 슬프다. 나만 슬픈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바지락 칼국수 먹다가 흙을 씹더라도 짜증내지 않고 바지락에게 연민을 느낄 것 같다. 놀랐니? 나도 놀랐다.  

 

 

***

 

1.

 

여기에 나오는 '바라래'는 바다에, '나마자기'는 '해조류', '구조개'는 '굴과 조개'를 일컫는 말로 추정된다

-99 쪽에서 인용

 

=> 위는 1장 네번째 꼭지인 '굴 꼬막 바지락' 부분 설명이다. <청산별곡>에 등장하는 '나마자기'는 해조류가 아니라 '나문재'라는 바닷가에 사는 풀이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오류이니 리뷰에 적는다.

 

2.

 

참다랑어를 회를 즐길 때 생강과 함께 먹으면 생강이 살균 작용을 함으로써 소화 문제를 예방해 준다.

- 229쪽에서 인용

 

=> '소화 문제'라는 단어가 좀 이상하다. 생강의 살균 작용이라면 소화가 아니라 '배탈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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