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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이 하야오 지음, 고은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융심리학의 대가 가와이 하야오를 교토로 찾아가 두 밤 동안 이야기 나눈 기록이다. 두 대가는 한신 대지진과 전쟁 등 커다란 재난을 당하며 변한
일본인들 전체 혹은 개인의 마음 상태라든가 결혼 같은 개인사를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현실의 삶 뿐만 아니라 소설을
쓰고 예술을 창작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무라카미
:
인간은
누구나 병들어 있다는 의미에서는,
예술가나
창작을 하는 사람도 병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가와이 : 물론 그렇습니다.
무라카미 : 거기에 대해 건강한 상태여야 하는군요.
가와이 : 그것은 표현이라는 형태의 힘을 가져야만 된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예술가는 시대의 병이나 문화의 병을 떠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병을 앓으면서도 개인적인 병을 얼마간 초월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병을 초월해서, 시대의 병이나 문화의 병을 떠안음으로써 그 사람의 표현이
보편성을 갖게 됩니다.
- 본문 88쪽에서 인용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 마지막 꼭지인 '가와이 하야오 선생님의 추억'을 읽고, 도대체 하루끼란 이 남자가 이토록 절절히
인간적 매력을 그리워하여 애도하는 하야오란 이 남자는 누군가, 하는 생각에 찾아 읽었는데,,, 나 역시 이 남자의 매력에 빠져든 것 같다.
뭐랄까, 바탕은 다정한데 산전수전 다 겪어 삶이 심드렁해졌기때문에 단순한 조언을 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괴물들의 입에 먹이를 물려주며 달래는 능숙한 조련가같기도 하고,,,, 아아, 타인의 심연을 들여다보다가 기빨리거나 나쁜 영향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려면 얼마나 많은 공부와 오랜 세월이 필요할까.
대화는
덤덤한데, 두 섬세한 남자가 어려운 화제를 유리 구슬을 던지듯 조심스럽게 (편견이지만 일본인답게) 주고 받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라카미가 자신의 집필 전환점이 된 <태엽 감는 새>를 쓰게된 사연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내가 딱 그 작품부터 그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무라카미의 팬인 글벗에게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다 <상실의 시대>의 재탕 아닌가요? 라고 말했던 과거를
반성한다. 이런 나의 무식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대화를 나눠준 친구들은 나의 하야오 선생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