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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TV에서 만났던 장영희 작가는 환한 웃음을 머금은 분이었어요. 말을 하면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셨어요. 지적이면서도 감성을 품은 듯한 분위기를 가진 작가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책이네요. 우리나라 작가의 시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데..영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작가의 따뜻한 글을 함께 읽으면서 고요하게 빠지게 되네요. 별 생각없이 지나치는 계절의 맛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고 싶게 만드는 글이에요.
봄은 반갑고, 환하고, 즐겁고, 기대되는 계절이지만, 한편 슬픔을 간직한 시간이기도 해요. 장영희 작가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반가웠어요. 4월이 오면 우리가 겪었던 험한 일들, 우울한 일들을 하나씩 꺼내 떠올리게 되지요. 푸르른 새싹을 맞으면서 슬픔을 만끽한다는 게 어울리지 않은 듯하지만, 그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한 부분인 듯합니다.
'아름다운 글'이 무엇인가?
누군가 물어온다면 장영희 작가의 글을 읽어보라고 하게 될 듯해요. 꾸미지 않은 글, 군더더기가 없는 글, 솔직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글, 진심을 담은 글, 그녀의 글에서는 깨끗하고 맑은 기운이 느껴져요.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도 얻어지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나오는 아우라 같은 것이 보이지요.
봄을 기다리는 마음, 봄을 맞이하는 마음, 봄이라서 아픈 마음, 봄을 한껏 느끼는 마음, 그녀의 글을 통해 듬뿍 전해지네요. 영시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은 모두 닮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같은 시간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생각과 마음이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과거에 매여서 현재를 우울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토닥여주는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져요.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면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그림을 그린 김점선 작가의 모습도 떠올라요. 독특하면서도 힘이 있는 말투가 인상적이었는데, 두 분 모두 2009년 봄에 하늘나라로 떠나셨다고 하네요. 마지막일 것 같아 더 애타고 절실함을 느끼게 되네요. 거칠게 살아온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글을 읽으면서 저도 마음을 비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