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천히 서둘러라 - 샘터와 함께하는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재순 지음 / 샘터사 / 2013년 11월
평점 :
나이 드신 분들에게만 느낄 수 있는 삶의 향기가 있어요. 여유있으면서도 꼿꼿하고, 이해심이 넓은 듯하면서도 해박하고, 편안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모습이요.잡지 <샘터>를 창간한 김재순 님의 주옥같은 글이 있는 책입니다. 욕심없고 물흐르는 듯하게 인생은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글이에요.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했던 것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주네요.
젊은 시절에는 작고 소중한 일상을 우습게 생각하게 되지요.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할 것 같고, 큰 일을 해야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말이에요. 그런데 작가는 그것에 대한 답을 가르쳐주시네요. 나이 들어 80이 넘으면 하루 하루 일상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하시네요. 정말 맞는 말이에요. 하루를 건강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쉬워보이지만,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 나이들면서 조금씩 느끼게 되네요. 저도 아마 80살이 되면 하루 하루가 더 절실하고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은 상대에 맞게 심리적 거리를 잘 조절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말씀도 기억에 남아요.너무 좋으면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게 되고 실제로 가까워지고 친해지면 상대의 헛점을 보게 되면서 실망하게 되지요. 그리고는 친구 사귀기 힘들다고 한숨쉬게 되고요. 좋은 느낌을 가진 사람을 만날수록 더 조심하고 신중하게 다가가야 할 것 같아요. 오래 친구를 만나고 싶으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대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참 좋았어요. 저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무서워요. 절대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존재고요. 하지만 누구나 죽게 되는데..무조건 피한다고 좋은 건 아닐 텐데...그런 생각을 갖고 살았는데..작가는 저에게 또 답을 주네요.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라고 여기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독여 주시네요. 진심으로 내 삶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네요.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무슨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진지하게 떠올려 보게 됩니다.
나이든 후의 삶이 멋진 사람이 진정 성공한 사람이에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존경받으면서 평안하게 일상을 즐기는 것이 최고의 삶이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늙고 싶어요. 무엇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어떤 모습으로 나이들고 싶은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