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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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 행동양식을 따라가지 않는다고 손가락질을 할 수는 있지만 그를 법적인 태두리 안에서 단죄 할 수는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교통사고가 난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구호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의 죄명은 무엇일까? 설사 죽어가는 사람을 약 올리고 험한 말로 모욕을 주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받을 형벌은 무엇일까? 고민을 해보기도 한다. 사회적 법망이 가진 한계 그리고 사람이기 때문에 지켜야하는 도덕은 우리가 관습적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불문율이지 성문법은 아니기 때문에 라는 생각을 하니 답답하다.

 

책의 형식은 상상을 하면 할수록 역겨운 장면과 흉물스러운 장명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등장인물들로 인하여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교통사고가 난 현장에서 사람을 구조하지 않는 사람, 자살하는 사람을 지켜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 자신의 자식을 괴물이라 부르는 부모,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하기 힘든 등장인물들 그 사람들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나?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있는 것일까?

 

엽기적인 일로 사건을 구성하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겠지만, 잔인한 표사를 구체적을 할 수 있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라면 작가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혐오감을 줄 만큼 치밀한 묘사를 하였다는 점에서는 칭찬할 만하다. 다만 내 취향은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실망이지만 말이다. 사건의 엽기성과 장면의 잔인함을 빼고 사건의 줄거리만으로 본다면 작가는 호러라는 장르를 이용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소재를 많은 부분 건드리고 있다. 표면적인 묘사에 끌리지만 않는다면 분명 사회 내부에는 그런 사람이 있고 나 또한 그들의 일부이니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미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용감한 시민상 혹은 모범 시민상으로 추대되어 방송에 나오는 것으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에 익숙하다. 길가다 옆에 사람이 쓰러진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교통사고 현장에서 구조를 바라는 사람이 있으면 뒷일을 걱정하지 않고 차 안에 기절한 사람을 꺼내는 일을 팔 걷어 부치고 구조할까? 다리를 건너다 난간을 넘으려는 사람을 보았을 때 말을 걸고 삶의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잔인한 묘사에 혐오감을 가진 분이나 심장이 약하신 분들에게는 맞지 않는 책이고, 때로는 이성적인 사고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 만들어낸 정상인 세상의 모순을 보고 싶으시다면 읽을 만하기는 하다. 다만 나에게는 읽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묘사의 잔인성 그리고 관습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일들이 아닌 비상식적 상황의 전개가 힘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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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0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북플로 봤으면, 책표지에 깜짝 놀랐을 겁니다. ㅎㅎㅎ

잠자자 2015-08-02 12:50   좋아요 0 | URL
표지와 내용 덕분에 책장 깊숙한 곳으로 이동시켜 놓았어요 ㅎ

새아의서재 2015-08-03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표지보고 깜놀. 아이가 엄마립스틱 가지거 장난치는건가 라는 생각 잠깐 ^^;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김준 지음, 이혜민 그림 / 글길나루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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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도 돌아본 그 거리에

뒷모습을 닮은 너를

내 눈은 잊은 눈물로 기억하네요

 

중략

 

조금씩 지워져 가는 너의 모습에

내 하루는 우연히 너를 만납니다.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

 

누군가를 잊어야 하는 일이 힘들 때 그러면서도 조금씩 잊혀져 가는 것이 야속할 때 시인은 우연히 너를 만난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래서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을 그 사람으로 착각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로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마음 아픈 사연을 시로 잘 표현하는 시인을 만났습니다. 읽는 내내 무슨 뜻일까 생각하다가 다시 시무룩해지고 어떻게 이런 상황을 시로 표현하였을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림이 딸린 시들은 그렇게 유년의 기억도 가족의 기억도 부모에 대한 기억도 시로 만들어 돌아옵니다. 따뜻하게 보이는 시 속에는 아픈 사연들이 줄줄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사람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아직은 잊는 데

익숙하지 못한 놈이라서

나는 이곳에서

아주 가끔 그대

그리워하고 있을 뿐입니다 (예스터데이 중에서)

 

잊어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 사람과 같은 곳에 있었던 기억은 더 잊는 일을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어느 멍하게 길을 걷던 순간 그와 같이 있던 공간에 혼자 있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하겠지요. 잊는 것이 익숙하지 못한 것을 탓하면서 바보라는 말을 하겠지요. 시에 담긴 이별은 읽는 사람의 한 순간을 공유하게 합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가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준 시인은 삽화로 옛 아이들의 모습을 삽화로 넣었습니다. 이성의 사랑을 생각하고 이별을 생각할 즈음 그림을 보면 가족이 생각납니다. 시 속에도 연인에 대한 생각 보다 가족을 더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는 가족이라는 그늘을 노래하며 따뜻함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힘들게 커온 시절의 시의 한 구절도 어쩌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었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림과 시가 잘 어우러진 시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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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은행에는 이자가 없다
해리스 이르판 지음, 강찬구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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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돈이 돈을 버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당연하게 생각하였던 이자라는 것이 잘못된 상식이 아닌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접해 보는 것이 좋다. 저자의 말처럼 돈이 필요한 사람은 부유한 사람이 아니다. 삶이 힘들고 어려운 생계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부유한 사람들이 받아야하는 이자라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 일까? 책은 이런 부분을 이슬람의 종교와 교리에 따라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방식과 돈의 본질 그리고 사람들의 탐욕을 이야기하고 있다. 후반부에는 저자의 활약상(?)을 근거로 중동에 정착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초반부에는 이슬람의 교리 또는 발전과정에서 돈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되었다.

 

오늘날 탐욕과 이기심으로 점철된 부정적인 의미로 비춰지는 자본주의를 제도화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서구 세계에 도입한 장본인이 바로 이슬람이었다. 다만 유입되는 과정에서 과거 아부 하니파가 자본주의의 법제화 과정에서 꿈꿨고, 약자와 빈자를 보호하는 장치로 활용한 자본주의가 퇴색된 것이다. - Page 57

 

이슬람이 전달한 자본주의의 본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말과 그의 교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자본주의란 무엇일까? 쿠란에 나타난 이들의 교리는 고리대금과 이자를 금하고 있다. 이 부분이 서구세계에 전파되면서 변질 되었다고 하여야할까? 이들이 전파한 자본주의는 다시 서구의 문물들을 받아들이면서 다시 이자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즉 세계사회에서 금융거래와 은행의 역할을 동반할 때 이자라는 개념을 지우고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교리도 지키면서 세계사회에서 자신들의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그들의 강력한 교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실물경제 이다. 그들의 강력한 율법서인 샤리아가 금한 리바 즉 이자를 받지 않는 방법은 그들이 돈을 통해 실물에 투자하는 채권을 발행하는 것 즉 수쿡을 발행하는 것이다. 실물의 가치를 상승시켜 돈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논란이 있다. 이자는 아니지만 결국 투자라는 개념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또 다른 리바 즉 이자가 아닌가?

 

알라는 장사는 리바(이자)와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장사는 허용하셨으되 리바는 금지했다. Page 93

 

이들의 율법은 실물 채권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실물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였던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실물이 없이 발행한 채권들이 가져온 그 상황을 생각해 보면 파생상품이 파생을 낳고 실제적으로 어떤 상품이 실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파생상품으로 돈이 돈을 담보로 돈을 벌어들이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수쿡 역시 리바의 한 방법이 아닌가? 라는 의문은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가치 하락에 대한 보증을 해주면서 같은 방법으로 손실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것은 비슷하지만 단 하나 실물이 있다는 점에서 서구은행의 폐단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책을 읽었음에도 도이치 뱅크의 행적을 따라가는 일이나, 돈의 흐름과 안정성을 만드는 시스템을 이해는 실 예를 이해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점은 율법을 지키는 이슬람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돈에 대한 그들의 관념과 종교적 가치에 대한 부분은 테러와 살상으로 얼룩져 보이는 이슬람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하게한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중세유럽이 동경했던 중동의 문화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그들의 문화를 잘 알지 못하고 유럽사에 편중된 지식역시 한 쪽으로 사고의 범주를 치우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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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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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접하면 먼저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갑자기 나타난 좀비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런데 한 번 읽기 시작해서 단 번에 마지막 페이지 까지 오고 말았다. 거부감보다는 재미가 있었다는 말이 되나?

 

은행원인 유다영은 진급하는 일도 쉽지 않고 결혼도 그렇게 쉽지 않고 삶이 노곤하다. 그래서 돈 많은 남자를 만나 팔자를 고쳐볼까 생각하는 중에 강북지역에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강북지역은 폐쇄된다. 좀비? 이 때 등장하는 것이 좀비다. 물리면 전염이 되고 전염이 되면 다시 다른 사람을 물어야 하는 병 말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다영은 우현이라는 꽃미남을 만나고 그와 함께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 좀비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던 다영은 우연히 보았던 미분양 아파트에서 입주민을 추첨으로 뽑는다는 것을 알고 그 곳에 행운처럼 들어가지만 무료는 없다. 월세 개념으로 좀비들의 눈알을 뽑아 와야 하는 일을 맞기는 건물 관리인들의 말에 무엇인지도 모르고 다영은 그 일에 뛰어든다. 처음엔 힘들고 어려웠지만 차츰 익숙해지고 이곳에서 추방당할 까봐 고민을 한다. 그리곤 다시 만난 부자인 남자와 우현과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다영,,,,

 

작가는 허무맹랑하면서 믿기지도 않는 이야기를 쓰면서 로맨스 푸어라는 제목을 가져다 붙였다. 제목과 이 좀비로 아수라장이 된 강북의 상황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직장인, 회사원의 모습이 좀비에게 잡혀가지 않으려고 직장에서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내는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장면에 등장하는 다영의 은행에서의 생활과, 말도 안 되는 좀비의 눈알을 채집하는 것 까지 다영은 직장인의 습성처럼 잘 해낸다. 그리고 아무 죄책감도 없이 그리고 우리가 실업자를 보듯이 거리에서 생존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직장에 남아있으려는 생존하려다 보니 사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로맨스를 찾을 수 없는 현대인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군가의 생존권을 담보로 자신의 부를 위해 편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다만 여기서는 강남의 사람들로 표현이 되었다. 그들의 잔인한 생존법은 다영이 그렇게 궁금해 하였던 좀비의 눈알과 관련이 있었다. 아마 직장인의 모습을 다른 사람의 무엇을 또 다른 누군가의 주머니에 옮겨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그냥 재미있게 읽다가 너무 내가 심각해 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본다. 별거 아니고 그냥 좀비 이야기야. 좀비가 한국에 나타나면 아마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좀 복잡하다. 작가는 이런 생각을 의도에 담았을까? 공연히 나만이 생각하는 다른 부분일까? 그냥 다영과 우현의 러브스토리 정도가 아니었을까? 로맨스 푸어라는 말은 생존에 급급한 사람들이 로맨스라는 것을 생각하기에 너무 먼 단어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재미있게 읽고 조금 많은 질문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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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원의 그리스신화 1 - 올림포스 신들 유재원의 그리스신화 1
유재원 지음 / 북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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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으로 머리에 남아있는 그리스 신화가 신들의 연대별로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신화의 이야기 속의 많은 우화적인 부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리고 시대상의 반영된 부분과 지역적인 고찰까지 더해지니 신화적 재미와, 당시의 사람들의 생각과 신앙에 대한 부분들을 같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유재원의 그리스 신화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신화적 요소와 신들에 대한 탄생 그리고 여러 가지 신화적 이야기를 한 장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이 여행한 그리스의 지형과 역사와 곁들여 신들의 탄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사회상의 변화에 대한 부분을 가미하여 신화가 인류 역사와 같이 지내오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바람둥이 신의 대명사 제우스는 헤라의 그 많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식을 온 지구에 뿌리고 다닌다. 모든 민족이 그러하겠지만 우리는 신의 자손임을 강조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는 것이 유재원의 해석이다. 그래서 신들의 왕 제우스는 절대 력을 가지면서 이곳저곳에 자신의 자식을 낳고 그들은 여러 민족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로만 들으면 그냥 바람피우는 제우스의 모습을 생각할 수 있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조금만 들여다보면 제우스는 신의 자손이고 싶은 인간들의 욕심에 어쩔 수 없이 바람둥이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고대 사회가 모계사회였고 여성을 중심으로 권력이 생성되었던 시기에서 남성 중심으로 변화되는 시기에 헤라는 질투의 화신으로 기억하게 된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제우스의 절대 권력을 옹호하고 그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화도 변화가고 헤라의 신격 역시 추락하게 된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의 흐름을 약간의 시대 순으로 배열한 유재원의 논리는 모계사회에서 가부장적 사회로 변화 되는 시기의 신격의 추락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프로디테의 아름답고 지혜로운 모습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신의 모습에서 타락한 신으로 추락한다. 여신들의 권위가 가부장적 절대 권력 앞에서 정당성을 잃고 자신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가부장 제도의 핵심은 아폴론의 등장이다. 올림포스 산에 활시위를 당기고 등장하는 그 모습은 신들의 서열이 정리되고 여신들의 위상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로 해석을 하고 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싶었던 제우스의 책략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에서 신들도 그런 인간적인 머리와 권력 싸움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좀 웃음이 나온다.

 

그리스 신화 1권에서 이야기는 올림포스의 신과 천지창조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에 익숙하고 그리스 신화를 오래전에 접했던 나로서는 이번 기회에 정리도 되고 그 신들이 탄생 배경과 에피소드를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현재의 그리스 유물과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신화가 어떤 흐름으로 발전하였는지도 같이 볼 수 있었다.

 

절대적인 힘과 능력을 가진 유일신에 대한 개념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어서인지,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그리스의 신들은 상당히 인간적이며 때로는 옹졸하기까지 하다. 질투를 밥 먹듯이 하고 자신을 숭배하지 않는 자는 철저하게 복수하며 그리곤 자신들끼리 사랑을 하기도 하고 인간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지금과 같은 절대자의 모습이 아니라 당시의 사람들과 생활을 같이하는 사람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재미있고 신화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어쩌면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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